지역 무형문화재의 공간은 구경꾼들의 관심조차도 받지 못해

▲ 이창수·아티스트
산업의 변화로 공장들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 하게 되고 남은 공장은 유휴공간이 되어 각 도시별 새로운 문제가 되었다. 그러한 문제 중 청주가 처한 문제는 연초제조창이었고 8만4000㎡의 거대한 공간은 현재 공터로 남았었다.

이러한 유휴공간을 활용한 도시 재배치가 해외에서부터 나름 의미 있는 발전을 보이고 있었다. 일본의 구리제련소로 인해 수질과 대기 오염으로 버려졌던 나오시마섬을 예술프로젝트를 통해 섬에 새로운 산업을 제공한 것과 영국의 화력 발전소를 개조하여 만든 데이트모던 현대미술관, 중국 북경의 무기 공장이었던 798예술구 등이 있다. 이러한 공간 활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청주시는 이곳을 문화예술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 공간에 청주시는 2011년부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여는 공간으로 하였고 낡은 건물 이미지와 새로운 공예의 방법에 대한 조화로운 시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1년에는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긴 했지만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느낌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었었다.

이번 2013년 비엔날레에서는 조금 더 잘 정리된 공간과 공예품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감독의 컨셉과 작가의 선정에 큰 이의는 없지만 종합적인 비엔날레 진행 방식은 되짚어 보아야 한다. 화려한 공예행사의 미래엔 지역이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두 명 감독의 감각적 구성으로 좋은 작가들과 꾸며놓은 공간과 달리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지역 무형문화재의 공간은 구경꾼들의 관심조차도 못 끌어내는 구경꺼리였다. 그들은 어찌 되었건 충청도 지역의 명장들이다.

독일의 공모전 수상 젊은 작가들보다도 관심을 못 받는 상황은 전시구성의 무형식이 문제였다. 더 불행한 것은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을 끌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다른 부스 작품에 대한 전시 컨셉, 전시지원과 달리 이곳에서는 아무런 기획도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지역 전시를 한다고 해서 어찌어찌 지역 할당을 통해 지역 공예를 살릴 수 있을 것 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참여한 작가 말고는 어느 누구도 기대 할 수 없다. 세련된 기획 모습과 대비되는 전통 공예를 보며 무형문화재등재를 인생 목표로 일 하는 장인들의 모습을 통해 전승만이 가능한 정책과 전통을 말려 죽이는 현대 공예 정책의 잔인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공예전 들러리를 서고 있는 지역순수예술작가들의 아트페어인데 예술의 높낮이는 없지만 장식 미술을 위한 순수미술의 장식화는 정상적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순수미술 장식화에 흥행을 위한 하정우, 조영남, 최민수, 남궁옥분, 김완선등 20여명의 연예인 작품들이 함께하였다. 지역 참여 작가들을 초라하게 만들던 배우 작가들은 수익금 전액을 문화 복지 사업에 기부한다고 한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청주, 충북지역의 참담한 미술과 공예 환경을 보여주었으며 앞으로 더 나은 환경 조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미래도 제시해 주었다. 기초 환경 조성이 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기획전을 만들어도 40여 일 간만 지역 미술이 발전하고 2년 후 다시 원점으로 되어있을 것이다. 8회째가 되는 국제비엔날레가 그간 600여 억 원의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예산 지원 없이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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