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지역 주민 역학조사 전무… 아토피외 통계조차 없어
막연한 공포감만 만연, 여수 노동자 조사결과 발암률 높아

▲ 지난 28일 제3회 '산업재해없는 안전한 여수를 위한 시민걷기대회'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여수거북선공원에서 진행됐다. 이번 대회는 노동계가 주최하고 여수시가 후원했다.

전국발암물질의 30% 가량이 배출되는 오창산업단지에 거주하는 장 모씨는 집 밖으로 외출을 할때면 걱정부터 앞선다.

그는 외출 할 때의 심경에 대해 “집을 나서면서 부터 내 뱃속 안 아가의 건강이 걱정 스러워요.  나 뭐지 싶어요. 눈 따갑고 맵다”며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다. 그런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공감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끔 “지나친 걱정을 한다”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장 씨의 걱정에 대해 속시원히 답을 주는 곳은 없다.

지난 7월 8일 환경부(장관 윤성규)는 2011년 전국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결과 디클로로메탄을 다량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난 오창지역에 대한 대기환경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디클로로메탄 다량 배출사업장 인근 주거지역의  농도는 불검출 되거나 0.001ppm으로 측정됐다”며 “이는 평생 동안 흡입해도 인간에게 유해한 영향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농도”라고 단정 지었다.

당시 디클로로메탄 3000여톤이 배출된 오창지역 주민은 정부에 ‘주민건강역학조사’를 요청했지만 환경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모든 논의는 중단됐다.

원진녹색병원 노동건강환경연구소 이윤근 부소장은 “주민건강 역학조사 없이 화학물질이 지역주민에게 미치는 건강에 대한 영향 정도를 알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산업단지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지역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통계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구미 불산 누출 사고처럼 다량의 희생자가 직접 발생한 경우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정부차원에서 건강영향평가를 진행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같은 연구소의 현재순 연구원은 주장했다.

현 연구원은 “공단 주변지역이 아토피나 천식 같은 환경질환 유병률이 높다는 통계는 있지만 암과 같은 세부적 질병에 관한 통계는 없다”며  현재 상태는 “불안감은 있으나 실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여수산단 조사결과, 암 발생률 높아

국내최대의 화학산업단지로 알려진 여수산업단는 지금까지 노동자를 대상으로 3차례 건강역학조사가 이뤄졌다. 

1996년 1차 역학조사 이후에  여수시에서 노동자들의 백혈병 환자 산재신청이 계속 되자 2003년 2차 역학조사 결과가 시행됐다.

조사 결과 여수지역은  타 지역보다 백혈병과 림프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도에는  ‘여수산단 유해물질조사와 중대사고 대응을 위한 노동자 사업단’에서 단기간 고노출실태를 확인하고 여수산단 노동자들의 혈액암 발생 원인을 밝혀내기도 했다.

2010년 세 번째로 노동부에 의해 진행된 역학조사는 규모와 대상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당시 조사는 여수와 광양지역 산단 내 4만4천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벤젠과 1,3 부타디엔, 염화비닐 등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의 경우 단기간 노출 기준의 450배 이상을 초과한 2,289ppm으로 나타났다. 화학공장의 설비를 보수하는 플랜트건설노동자들 사이에선 혈액암, 구강암, 인두암 발생비가 높게 나타났다.

노동부 역학조사 조사에서 드러난 결과에 대해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 그간 사회 각 층으로부터 문제제기 되어왔던 여수-광양 석유화학, 건설 플랜트 노동자 집단의 발암물질 노출이 정부의 공식적인 확인 절차를 거쳤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연구소 현재순 연구원은 “오염물질은 대기를 통해 배출되고 공장 안의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이 공유하게 돼있다. 공장안의 노동자들이 위험하면 지역의 주민들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화학물질의 위험은 아토피가 전부가 아니다. 공장 안의 노동자들이 암 발병률이 높으면 지역주민들도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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