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직지원정대 히운출리 9시간 ‘목숨 건 수색작업’

21일 새벽 3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군 히운출리 베이스캠프(BC) 텐트 속.

박연수(49) 직지원정대 대장은 좌불안석이다. 전날 종일 비가 내려 실종대원인 故 민준영(실종당시 37세)과 박종성(〃 42세) 대원의 수색작업을 못했는데, 이날마저 비가 온다면 '철수 명령'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이었다. 날씨가 화창해 본격적인 수색작업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이다. 박 대장은 밤새 한 숨도 못자고 하늘만 쳐다 본 보람을 느꼈다.

오전 6시 아침 해가 떠 오르고 박 대장은 직지원정대 대원 10명을 캠프로 불러 세웠다.

박 대장은 "오늘 실종대원들이 올랐던 출발지점(히운출리 5000m 지점)에서 수색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한 후 등반에 필요한 장비 등을 꼼꼼하게 챙겼다. 1시간 뒤 아침식사를 간단히 해결한 10명의 대원들은 자일과 피켈 등 등산 장비를 챙겨들고 다시 캠프로 모였다.

"잠시 만요". 히말라야라는 곳을 처음 접한 청주 MBC 이상우(34) 기자도 카메라를 챙겨 들고 겁없이 대원들 틈에 섰다. 박 대장은 대원들에게 이 기자의 안전을 꼼꼼하게 체크하라고 지시하고 합류시켰다. 박 대장의 고산 등반 요령과 안전수칙 등을 경청한 대원들은 오전 8시 30㎏의 등산 가방을 메고 히운출리 베이스캠프에서 ‘2009 직지원정대’ 공격조 출발지점으로 향했다. 3층 석탑으로 만들어진 실종대원 추모탑 앞에서 '안전 등반'의식도 빼먹지 않았다.

본격적인 수색이다.

대원들은 60도 가량 기울어진 초원지대로 들어섰다. 초원지대 끝인 전진캠프(4800m)에 이르자 몇몇 대원들이 고소증세(구토, 어지러움, 두통 등)를 호소했다.

전진캠프에 모인 10명의 대원들은 수색에 필요한 장비를 착용하고 설사면으로 향했다. 대원들은 설사면을 오르기 전 난코스인 너덜지대(작은 돌로 구성된 공간) 구간을 넘어서야 했다. 너덜지대에 접어들자 가스(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곳곳에서 눈사태가 발생해 대원들에게 두려움을 줬다. 가스로 인해 몇 m 앞에 있던 대원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대원들은 너덜지대를 통과하면서 케른(위치 표시)도 설치해 가며 한발 한발 설사면으로 향했다.

대원들은 초원지대와 너덜지대를 지나 2시간 30분 만에 설사면 입구에 도착했다.

박 대장은 "설사면 부터가 매우 위험하다"고 대원들에게 경고했다. 설사면 주변은 크레바스로 가득하다. 입을 벌린 크레바스 속은 수 ㎞가량 밑으로 뻗어 있어 한번 빠질 경우 살아남지 못한다는 게 대원들의 설명이다. 특히 히든 크레바스(눈이 살짝 덮힌 크레바스)는 매우 위협적이다.

크레바스를 확인한 대원들은 설사면에 조심조심 픽스로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직지원정대 실종 대원 박종성의 친구인 최인배(46·다원건설) 대원이 선등자로 나섰다. 아이스 바일을 양손에 쥔 최 대원은 설산을 찍어가며 줄을 깔기 시작했고, 나머지 대원들도 최 대원을 따랐다. 히운출리에서 떨어진 낙석은 대원들에게 부담스런 존재다.

이처럼 크레바스와 낙석을 피해가며 히운출리 북벽 출발지점(5000m)에 오른 대원들은 주변 지역을 샅샅이 조사했지만 결국 실종대원들을 찾지 못했다. 실종대원 수색작업은 9시간 만에 끝났다. 홍정표(46) 직지원정대 부대장은 "아우(실종대원)들아 미안하다"고 말한 후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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