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경제부 차장

▲ 오옥균 경제부 차장
청석학원 고 김준철 전 이사장의 상속 재산을 놓고 이사장의 자녀들이 김윤배 청주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눈에 띈다. 새삼 형제간 돈독한 우애를 기대하기 어려운 부잣집의 생리를 느끼게 된다.

돈은 싸움을 불러온다. 주인이 불분명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4년 전 미원면 운교리 시골마을에 주인없는 돈이 뚝 떨어졌다. 국비다. 나랏돈으로 도로도 닦고, 펜션도 짓고, 작목반 지원금도 받았다. 처음에는 다들 내일처럼 반겼지만 시간이 지나 눈앞에 있던 돈이 온전하게 내 손으로 들어오지 않자, 서로를 의심하고 헐뜯게 됐다.

“저 사람은 안 될 사람이야”라고 한마음으로 뭉쳐 새로운 집행자를 내세우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또한 못 믿을 사람이라고 끌어내렸다. 그렇게 선출되는 이장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함께 먹고 살자고 설립한 영농조합법인 대표도 수차례 바뀌었다.

전 대표와 현 대표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그 사이 정부가 살림밑천으로 쓰라고 거액을 들여 지어준 펜션은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 예산을 따낸 영농법인 초대 대표는 횡령사실이 인정돼 처벌을 받고, 마을을 떠났다.

초대 대표 A씨는 16년 전 이 마을로 이사 온 사람으로 마을사람들은 젊은 부부의 수완에 놀라면서 그들을 따랐다. 하지만 제 욕심만 채운 젊은 부부는 공공의 적이 됐다.

최근 마무리된 전 대표와 현 대표의 소송에 이 마을 현 이장은 현재 법인 대표를 옹호하는 글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현 대표는 파국으로 치닫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던 현 대표는 마을이 한참 시끄러울 무렵인 지난해 아버지의 고향인 이곳으로 귀농했다. 현 대표는 마을주민들이 기대했던 대로 마을에 분란을 만드는 전 대표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그리고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마치 3년 전 전 대표가 마을주민들의 지지로 이장에 선출되고, A씨를 몰아냈을 때와 흡사하다.

이렇게 반복되는 사이 마을은 병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돈이 감당할 수 없는 모습으로 온 것이다. 이 마을에 펜션은 애당초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주민들 스스로 꾸려갈 능력도 없고 이곳에 펜션이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기왕 지어놓은 물건을 어떻게든 이용하려니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패로 돌아가면 그는 또 마을의 적이 될 것이다. 문제는 마을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조사도 없이 선정하고, 예산을 집행한 정부와 관리기관의 잘못이다.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관리감독을 통해 정상화할 방법이 있다면 수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방치해선 안 된다. 하지만 만약 불필요한 물건이라고 판단된다면 과감히 회수해야 한다.

마을사람들은 돈 때문에 벌어진 갈등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특정인물의 잘못에서 기인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감출 수 없는 사실은 바로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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