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경제부 차장
돈은 싸움을 불러온다. 주인이 불분명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4년 전 미원면 운교리 시골마을에 주인없는 돈이 뚝 떨어졌다. 국비다. 나랏돈으로 도로도 닦고, 펜션도 짓고, 작목반 지원금도 받았다. 처음에는 다들 내일처럼 반겼지만 시간이 지나 눈앞에 있던 돈이 온전하게 내 손으로 들어오지 않자, 서로를 의심하고 헐뜯게 됐다.
“저 사람은 안 될 사람이야”라고 한마음으로 뭉쳐 새로운 집행자를 내세우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또한 못 믿을 사람이라고 끌어내렸다. 그렇게 선출되는 이장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함께 먹고 살자고 설립한 영농조합법인 대표도 수차례 바뀌었다.
전 대표와 현 대표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그 사이 정부가 살림밑천으로 쓰라고 거액을 들여 지어준 펜션은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 예산을 따낸 영농법인 초대 대표는 횡령사실이 인정돼 처벌을 받고, 마을을 떠났다.
초대 대표 A씨는 16년 전 이 마을로 이사 온 사람으로 마을사람들은 젊은 부부의 수완에 놀라면서 그들을 따랐다. 하지만 제 욕심만 채운 젊은 부부는 공공의 적이 됐다.
최근 마무리된 전 대표와 현 대표의 소송에 이 마을 현 이장은 현재 법인 대표를 옹호하는 글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현 대표는 파국으로 치닫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던 현 대표는 마을이 한참 시끄러울 무렵인 지난해 아버지의 고향인 이곳으로 귀농했다. 현 대표는 마을주민들이 기대했던 대로 마을에 분란을 만드는 전 대표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그리고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마치 3년 전 전 대표가 마을주민들의 지지로 이장에 선출되고, A씨를 몰아냈을 때와 흡사하다.
이렇게 반복되는 사이 마을은 병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돈이 감당할 수 없는 모습으로 온 것이다. 이 마을에 펜션은 애당초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주민들 스스로 꾸려갈 능력도 없고 이곳에 펜션이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기왕 지어놓은 물건을 어떻게든 이용하려니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패로 돌아가면 그는 또 마을의 적이 될 것이다. 문제는 마을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조사도 없이 선정하고, 예산을 집행한 정부와 관리기관의 잘못이다.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관리감독을 통해 정상화할 방법이 있다면 수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방치해선 안 된다. 하지만 만약 불필요한 물건이라고 판단된다면 과감히 회수해야 한다.
마을사람들은 돈 때문에 벌어진 갈등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특정인물의 잘못에서 기인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감출 수 없는 사실은 바로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