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운동은 용도불명의 입학금 폐지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 엄경출 충북교육발전소 사무국장
K군. 추석연휴를 보내고 오니 “빚더미 대학생…학자금 연체 신용불량자 속출”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눈에 팍 들어오는군요. 학자금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한 대학생들이 전국적으로 140만 명에 달한다고 하고, 11조6000억 원이라는 가늠키도 어려운 숫자가 대학생들의 빚이라니 입을 다물 수가 없네요. 그 140만 명안에 K군도 끼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올해 6월 기준으로 전국 대학생 중 대출금 상환을 6개월 이상 연체한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는 4만1316명으로 이들의 총 연체 금액은 2484억 원이라고 하는군요.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빚쟁이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근본적 이유는 평균 730만 원대의 높은 등록금 때문이라는 것은 국민들의 상식이 되었지요. 이명박 정부 때부터 ‘국가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대학등록금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것이 문제의 해결은커녕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었어요. 박근혜정부도 대학등록금과 관련해서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목소리도 이제는 잘 들리지 않는군요. 저는 반값등록금을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등록금에서 실제 줄일 수 있는 부분부터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올 하반기는 2014년 등록금을 결정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가 구성되고 운영되는 시기이기에 대학생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등록금의 실질적인 인하도 이뤄낼 수 있는 시기가 오고 있거든요.

‘2012 전국 대학 입학금 현황’에 따르면, 전국 대학들의 2012년도 신입생 입학금이 가장 비싼 곳은 고려대(104만원)이며 순천대의 경우 7만원으로 약 97만원의 차이를 보이더군요. 충북도내는 건국대(93만8000원)가 가장 비싸고, 한국교원대는 입학금이 아예 없어요. 입학금이 각 대학에 따라 근거도 규칙도 없이 천차만별이라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입학금에 대해 좀 알아보니 유래나 목적도 불분명한 채, 단지 관행으로 수십 년을 이어져 온 납부금이라는 겁니다. 더구나 성격이나 목적, 산정근거나 용도 등에 관해서는 아무런 명시규정이 없더군요. 입학금도 대학별로 등록금심의위원회가 결정하는데, 과연 신입생들에게 부담시킬 어떤 특별한 용처가 있어 매년 수십억 씩 책정하는지 의문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K군을 비롯한 대학생들에게 제안하고 싶어요. 각 대학별로 대학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용도불명의 입학금 폐지를 적극 검토해주기를 바랍니다.

‘고등교육법’에서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학생위원 수가 전체 위원 정수의 10분의 3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요. 물론, 일반 국공립사립대 155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2011년 9월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을 보면 학생 참여를 등록금심의위원회 운영규칙에 명시한 학교는 15.5%(16곳)에 불과하고 그런 규정 자체가 미비한 학교가 42.7%(44곳)나 되어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 문제를 풀어나갈 힘은 대학생들에게 있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지금부터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등록금심의위원회의 구성을 요구하고, 필요한 자료들을 요구하고, 공부해야겠지요.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과정도 만들고, 다른 대학의 학생(회)과의 연계를 통해 이 문제가 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이 시대 모든 대학생들의 문제라는 점을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학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고 불필요한 금액은 삭제하고, 또 그동안 불합리하게 낸 부분에 대해서는 반환을 요구하는 등의 활동이 가능하리라 봐요. 이것은 입학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에요. 11조가 넘는 사립대학교의 적립금의 경우도 등록금의 인하와 직결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충분히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문제제기 할 수 있고, 학생들이 힘을 모으면 등록금의 인하 요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K군, 저는 반값등록금이 구호로만 외쳐지는 건 전 반대예요. 진짜 낮출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것이 타당하다면 친구들과 생각과 뜻을 모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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