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시민단체 “양심고백자 보호 못하면 시설비리 견제 불가능”
관련 법률 한계 … 사회복지인권센터, ‘도 조례제정’ 대안 제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천영육아원(원장 박민옥) 어린이 인권학대 사건 진정서를 제출했던 보육교사가 징계를 당했다. 그러자 사회복지시설의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징계를 받은 보육교사가 가입해 있는 공공운수노조(이하 노조)는 제천양육아원이 그동안 집행하지 않았던 2명에 대한 징계를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 제천영육아원이 아동학대와 관련해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던 보육교사 등 직원들을 징계조치하자 내부고발자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노조는 “수 년 동안 아동학대가 버젓이 지속되었다는 사실을 반성하고 근본적인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종사노동자들에게 보복성 징계와 탄압을 일삼는 것은 결코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하며 “침묵하지 않고 진실을 알린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내부고발자가 징계라는 벽에 굴복한다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감시자는 사라질 것”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지역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도 적극적인 동감을 표시했다.

신성철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은 제천영육아원 보육교사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답변을 제시하며 “노조의 주장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신 국장은 “사회복지시설은 자산들의 담당 영역이 아니여서 제천영육아원 내부고발자에 대해 개입할 수 없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답변을 공개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의거해 내부고발자를 보호해야할 국민권익위원회조차 사회복지시설은 예외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기댈 곳이 전혀 없는게 현실”이라고 신 국장은 설명했다. 그는 “사회복지시설의 특성상 내부에서 양심고백이 없으면 시설의 비리는 절대로 드러날 수가 없다”며 “제천영육아원 보육교사들에 대한 보복성 징계가 용인된다면 시설의 비리는 절대로 견제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명숙 인권연대 활동가도 같은 주장을 폈다. 그는 “제천영육아원은 아동학대를 반성하고 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침해 조사에 응했던 사람들에게 보복을 하고 있다. 조사에 응했던 아이들과 인권위 조사에 함께 했던 직원들에게 징계가 내려지고 있다”고 제천영육아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에 대한 징계는 다른 사유로 하고 있으며 직원들은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업무상 비밀 누설 등으로 행정직원 1명을 해고했고 생활지도교사 2명에게 정직 6개월과 1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지만 인권위는 두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무용지물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2011년 3월 29일 제정됐다. 이 법이 제정되기 이전 까지는 ‘부패방지법’이 그 역할을 수행했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 및 공공기관과 관련된 부패 행위를 근절하고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목적으로는 제정·시행돼 왔다.

하지만 부패방지법은 민간 분야의 부정과 비리 신고자 보호에 관한 규정은 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 한계가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정된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된지 2년이 지났지만 사회적 인식 정도나 시행 정도에 있어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조직과 단체를 우선시하는 한국의 집단주의적 문화가 팽배한 상황에서 공익을 위한다고 하여도 배신자라는 오명을 씌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심지어 그 의도를 곡해하여 “유명해지고 싶어서라거나 혹은 돈을 받으려고 신고했다”고 의심하면서 오히려 공익침해의 당사자인 단체·조직보다 공익신고자를 더 비난하기도 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느 누구도 공익신고를 쉽게 하기는 어렵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익신고를 했지만 이 법률의 적용대상이 제한적이어서 실제로 보호를 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법이 보호하고 있는 공익침해행위는 “건강, 환경, 공정 거래 등의 중요한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제한돼 있다. 여기서 사회복지시설과 같은 범위를 국가인권위원회는 민간부분으로 분류하여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 시킨 것이다.

이렇게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를 배제하고 있지만 이 분야에 적용되는 또 다른 법률도 존재한다. 바로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다.

이 법 제3조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4호에는 “사회복지사 등은 사회복지법인 등의 운영과 관련된 위법·부당 행위 및 그 밖의 비리 사실 등을 관계 행정기관과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행위로 인하여 징계 조치 등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법 조차도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다. 신성철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은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돼 있지 않아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충북도가 법률을 보완해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성철 사무국장은 ‘사회복지권익센터’를 제안했다. 신 국장은 이 기관을 통해 “내부고발자에 대한 각종 법률 지원부터 시설 비리에 대한 집단적 대응과 조사를 수행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청원군 모 시설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내부고발자에 대해 기관들은 인물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기관으로의 취업 자체를 봉쇄하는 블랙리스트를 운영하고 있다”며 “획기적인 보호 방안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제천영육아원 사태, 어디까지 진행됐나?
해결점 못 찾고 지리한 법률소송만 남발… 인권위권고는 무용지물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으로 촉발된 제천영육아원 사태가 지리한 법정공방으로 변질됐다. 육아원 측이 인권위의 결정사항을 전면부정하고 제천시와 충청북도, 인권위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제천영육아원은 우선 제천시가 행정처분한 ‘시설장교체 처분’에 반발 청주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청주지법은 육아원의 손을 들어줬다. 제천시도 청주지법의 판결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한 상태다.

충북도가 제천영육아원 아동 학대를 이유로 최근 ‘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지정 취소처분을 내린데 대해서도 화이트아동복지회는 지난 3일 무효 확인 청구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청주지법에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인권위 결정 취소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한마디로 인권위와 충청북도, 제천시의 모든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징계를 받은 노동자들도 제천영육아원을 상대로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징계가 집행될 것을 대비해“변호사를 선임해 부당징계취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판 도가니’라고 불리며 아동인권유린 의혹을 받고 있는 제천영육아원 사태가 본질은 외면된 채 어른들의 법정소송으로 변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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