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산단·청원지역 불산 사용업체 인근 은행나무 잎 고사현상 뚜렷
한달 주기로 누출, 대형 폭발·화재도 빈번…상당수는 은폐·축소 의혹

지난 1월 청주시 산업단지 내에 있는 (주)GD 청주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3명이 숨진 지난해 구미불산 누출 사고를 통해 위험성이 널리 알려진 뒤였기에 그 파장은 매우 컸다. (주)GD의 불산누출사고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불산누출사고가 발생한 정황도 확인했다. 충북도와 일부 공단입주기업, 청주산업단지 관계자가 업체들 사이의 피해 보상에 대한 협의를 하고 합의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고의적인 은폐의혹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뒤이어 청주산업단지와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 사이에서 한 달이 멀다하고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화학물질배출량’에 따르면 2011년 청주시와 청원군 관내에서 배출된 발암물질이 전국배출량의 40%를 차지했다.

발암물질 배출 1위의 오명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본보는 ‘발암물질 1위, 충북도 해법은 없는가?“란 주제로 총5회에 걸쳐 실태와 해법을 알아본다.

청주산업단지와 오창과학산업단지는 대규모 공동주택과 인접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신규 공동주거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것도 비슷하다.

(주)GD 청주공장의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난 6월 초순. 이 회사의 정문 앞 은행나무 잎들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1년 전 모습으로 시계 태엽을 뒤로 감았다. 지난 해 고사한 은행나무를 대신해 새로 식재된 어린 나무를 중심으로 잎의 선단부위가 붉게 타들어갔다.

일주일 뒤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는 어린 나무 뿐만이 아니라 정문에서 100여 미터 인근 지역의 성숙한 은행나무까지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 선단 끝 부분은 적갈색, 그 아래 부분은 황색을 띄었다.
다시 한달 뒤인 7월 중순, 청주산업단지에서 가장 많은 불산을 사용하는 SK하이닉스 청주 제3공장 주변에서 은행나무 잎이 고사하는 현상이 목격됐다.

원진녹색병원 부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사단법인 시민환경연구소는 (주)GD 인근의 은행나뭇잎 잔류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가지고 고사 원인을 ‘불산’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충북도와 청주시, 업체의 관계자들은 일관되게 불산과의 관련성을 부정했다.

이에 본보는 8월 초순경 불산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업체를 추가로 둘러봤다. 청원군 옥산면 남촌리에 위치한 (주)에스피텍, 진천군 이월면에 위치한 (주)제니스월드, 증평읍 미암리에 위치한 (주)신성솔라에너지, 청주 산단에 위치한 (주)에이텍정밀화학이 위치한 주변지역을 직접 탐방했다.

탐방 결과는 동일했다. 불산을 사용하는 업체 주변의 은행나무 잎에서 고사 현상이 동일하게 발견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에 문의했다. 해당 전문가는 고사원인으로 불산을 지목했다.

산림청 산림생태연구과의 김선희 박사는 “은행나무 잎의 고사현상은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우선 토양이 오염됐을 경우를 예를 들었다. 염화칼슘에 토양이 오염됐을 경우 영양공급에 차질이 생겨 나뭇잎이 고사하는 데 “이런 경우에 나뭇잎에 적갈색으로 고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갈변을 띄며 고사한다”는 것이다.

암모니아 가스나 염소가소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도 은행나무 잎이 고사한다. 김 박사는 “암모니아 가스에 노출될 경우 흑색 반점을 띄며 고사하고 염소가스에 노출될 경우에는 반점을 띄며 고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아황산가스에 노출됐을 때도 은행나무 잎은 고사한다. 김 박사는 “아황산가스에 노출될 경우에 불산에 노출될 것과 유사한 현상을 보이지만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결과적으로 “불산에 의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볼수 있다”고 끝을 맺었다.

1, 2급 발암물질 누출 사고도

지난 해 8월 청주산업단지 역사상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8명이 사망하는 등 총 13명의 노동자가 피해를 입었다. 올해 6월 폭발 사고가 발생한 LG화학 청주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이 지나도록 관계당국에 신고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해 발생한 사고 당시 ‘일사다이옥산’이라는 물질에 의한 폭발이라는 것이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어떤 물질에 의한 폭발인지도 알지 못했다.

올 2월 설 명절기간에 황산과 질산 등 각종 유해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청주산단 내 반도체 부품회사인 (주)심텍 청주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기업과 관계 당국의 초등 진화로 대형 사고로 확대 되지는 않았다.

정작 위험한 것은 불산 만은 아니다. 청주 산단과 오창 산단에서 한달에 1번 꼴로 발생하는 각종 사고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여러 가지 화학물질이 사용되는 곳이다. SK이노베이션에서 누출된 ‘디클로로메탄’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이다.

SK하이닉스에서 누출된 염소는 대표적인 ‘강산’물질이고, 감광액은 ‘벤젠과 같은 1급 발암물질’을 포함했을 수 있다고 일부 단체가 의혹을 보내는 물질이다.

주택과의 밀접해 있는 청주산업단지와 오창과학산업단지에서는 최근 1년 동안 8건의 누출사고와 대형 폭발사고,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이 수치는 단지 언론에 공개된 것일 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고가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청주·청원지역 유해화학물질 사용업체
최근 사고 일지

2012년
8월 23일 (주)엘지화학청주공장 폭발사고, 노동자 8명 사망
12월 29일 신봉동 소재 A반도체 도금공장 화재

2013년
1월 15일 (주)GD 블산 누출 사고, 노동자 1명 부상
2월 10일 (주)심텍 화재 사고 발생
2월 18일 (주)SK이노베이션 ‘디클로로메탄’ 누출사고, 노동자 2명 병원 후송
3월 22일 (주)SK하이닉스 염소 누출사고
4월 10일 (주)대명광학 이산화황 누출사고, 노동자 200여명 병원 진료
6월 5일 (주)LG화학청주공장 폭발사고
8월 29일 (주) 베올리아아워터코리아 집수로 배관 파열 사고
9월 2일 (주) 네페스2공장(오창) 질산-염산 혼합액 누출사고

▲ 지난 8월 30일 오창읍 목령사회복지관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와 지역주민의 알권리’란 주제로 개최된 주민 강연회 모습. 이 자리에서 전수형 씨가 ‘주민들께 드리는 글’을 읽고 있다.

오창 거주 아이 엄마의 호소… “공존 방법은 없을까요?”

안녕하세요. 작년 가을 오창으로 이사 온 승이 엄마, 전수형입니다.
지난 봄 오창 산단의 유해물질 취급기업에서 연이은 3차례의 화재와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시커먼 연기와 재가 아파트 단지 까지 날아와 아이의 입을 막고 뛰었다”는 엄마의 글이 기억납니다. 뒤이어 이름도 생소한 ‘디클로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 배출량이 전국 1위라는 기사를 보고 사실 ‘멘붕’이었습니다.

오창과학산업단지내에서 지금도 그 유해물질을 마구 뿜어내고 있지만 법 기준은 아직 수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막연한 공포로만 인지하고 있던 디클로로메탄 취급업체주변에서 풍겨오는 불쾌하고 역한 악취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오창을 떠나고 싶단 생각을 안 할 수 없습니다.

또 올여름 더위와의 전쟁 속에 원인 미상의 다양한 악취로 오창 전체가 몸살을 앓았습니다. 고통스러운 악취가 근절되지 않고 수년 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창환경지킴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악취일지를 작성하고 이를 취합해 관공서에 제출했습니다. 주민 스스로가 심야순찰을 하며 악취대응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공기관을 압박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형태 없는 ‘밤손님’인 악취와의 숨바꼭질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답보 상태로 내년 여름을 맞이 할 듯 합니다.

근처 가좌리에는 변전소가 지어지게 되었습니다. 지정 폐기물건이 일단락 되나 싶더니 소각장 건립이란 또 다른 이슈가 제기됐습니다.

환경문제에 관대하던 오창읍 주민들도 더는 간과할 수 없어 집단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ES청원’ 정문 앞에서 소각장 건립 반대 궐기대회를 진행했고 주민들이 연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불산 누출 사고 경력이 있는 기업이 주거단지 코앞에 입주 예정이란 소식까지 환경문제의 화룡정점을 찍었습니다. 실로 다양한 유해물질과의 동거가 아닐 수 없군요.

유해물질은 우리 아파트와 산업단지의 거리만큼이나 가까이 있습니다.
저는 불산을 사용하는 기업이 싫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해당 기업이 은폐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무서울 뿐입니다. 소각장 역시 우리 고장에는 안된다는 단순한 이기주의가 아닙니다. 해당 기업과 지방정부 모두 주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그런 모습이 용서되지 않는 것입니다.

예전 오창 아파트 단지 인근 렌즈공장에서 발생한 새벽 화재에서 가스 배출구 여과장치 오류로 유황가스가 여과 없이 그대로 배출됐습니다. 직원 40여명이 구급차에 실려 갔지만 인근 주민은 당시에 어떤 주의도 받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해당업체는 “유해물질을 취급하지만 법기준 이하를 취급하기에 유해물질 취급 업체로 등록 및 관리조차 안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고 난 뒤에는 법과 행정이 주민을 보호해 주지 않는 슬픈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더는 오창읍에서 유해물질 관련 사고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이제 우리들은 어찌해야 합니까?. 유해물질 취급기업들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오창환경지킴이 활동보다 육아와 이웃한 엄마들끼리 먹거리를 나누며 소소한 일상이 더 그리운 ‘승이엄마’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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