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인재양성재단, 매년 1000명에게 1회성 장학금 지급하면 ‘끝’
기관·단체장 중심의 이사회 대폭 개선하고 인적자원 관리까지 해야

충북도가 인재양성과 관련해 하는 일은 충북인재양성재단을 운영하는 일 뿐이다. 하지만 이 재단은 학생들에게 장학금 주는 기관에 머물러있다. 따라서 인재를 보다 적극적으로 양성하고, 충북의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기능까지 해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 요구다. 충북인재양성재단은 지난 2008년 5월 인재를 지원하기 위해 충북도와 12개 시·군이 만든 공익재단이다. 해마다 충북도 50억원, 12개 시·군 합계액 35억원, 여기에 민간기탁금을 합쳐 현재까지 560억원이 모아졌다. 10년 동안 총 1000억원을 모아 이자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목표. 현재 1년에 100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 곳에서는 장학금 지급 외에 인재리더십캠프, 지역인재 멘토링, 대학인재 재능기부, 대학생 토론경진대회, 고교 논술대회 등을 개최하나 이는 부대행사에 불과하다. 장학금도 소액다건주의로 집중지원을 하지 않고 1회 지원하면 끝이다. 금액은 중학생 30만원, 고등학생 90만원, 대학생 200만원. 그리고 학생들을 선발해 미국으로 연수를 보내던 프로그램은 중단됐다. 1인당 300만원을 들여 5박6일간 보냈으나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인재양성재단의 캐치프레이즈는 ‘충북의 미래, 인재가 희망입니다’이다. 그러려면 그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 하나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재단의 사업은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재단의 역할을 활성화시킬 만한 사람이 없다.

이사는 당연직 19명과 선임직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연직은 도지사·교육감·충북지역총장협의회장과 12개 시·군 자치단체장, 충북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장, 그리고 충북도 기획관리실장·행정국장·경제통상국장 등이다. 선임직은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충북농협지역본부장·신한은행충북본부장·바르게살기충북협의회명예회장 등이다. 모두 바쁜 기관·단체장인데다 특별히 인재양성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보니 이사회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프로그램 개발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도지사 눈치보기 바쁘지 바른 말 할 만한 사람이 없다.

▲ 지난 2008년 창단된 충북인재양성재단은 장학금지급 기관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적극적 인재발굴과 지원, 출향인사 관리까지 역할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사진은 '2013 충북인재리더십캠프'

돈 걱정만 하는 재단 이사들

한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장학금을 출연한다고 단체장들을 이사로 임명했다. 그러다보니 이사회 열 때마다 회의 내용보다 참석률이 관건이다. 성원이 안되면 회의 자체가 안되니 이사들의 참석여부가 가장 걱정된다. 우리 재단에서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해보자고 올려도 이사들은 적립금 까먹지말고 이자 범위내에서 하라고 한다. 지금은 재단을 만들 당시보다 금리가 반으로 떨어져 이자수입도 확 줄었다. 뭘 해보려고 해도 이사들이 돈 걱정을 하니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현재 인재양성재단은 이자수입과 원금을 약간씩 잠식하는 선에서 해마다 17~18억원으로 직원 인건비, 장학금, 행사경비를 충당하고 있다. 재단측이 장학생들과 관련해 하고 있는 일은 DB구축과 인재 만남의 장인 '인재 아카데미' 개최 정도. 또 장학생들이 향후 어떤 길을 걷는지 추적관리하고 해마다 인재들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인재양성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때문에 4년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자치단체장에게는 매력적인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도지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도내 기초단체장들이 관심이 없다. 하지만 충북은 지금이라도 인재양성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한다. 언제까지 인재가 없다고 한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차제에 인재양성재단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자는 의견들이 많다. 장학금 지급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해외연수도 보내고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까지 개발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중앙무대와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충북출신 인사들의 DB 구축부터 관리, 활용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는 것. 도대체 동향사람 중 자랑스런 얼굴이 누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지역은 충북밖에 없다는 게 많은 사람들 얘기다. 이렇게 하려면 인재양성재단은 인재양성관리재단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기관·단체장 중심의 이사회도 대폭 바꿔야 한다. 이사들을 인재양성과 관리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일할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사람/ 이종배 충주시장
글로벌 인재와 현실적 인재 육성하는 ‘반기문 프로젝트’ 운영

▲ 이종배 시장
충주시는 다른 지자체가 하지 않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름하여 ‘반기문 프로젝트’. 세계의 대통령인 반기문 UN 사무총장 이름을 따서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종배 충주시장은 “충주시에 장학재단이 있는데 모두 민간인이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3개의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제2, 제3의 반기문 총장같은 인물을 양성하자는 차원에서 해마다 중·고생 10명씩을 선발해 미국에 보낸다. 3주간 미국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반 총장과 만남의 시간을 갖게 한다. 그랬더니 학생들의 마인드가 크게 바뀌었다. 전에는 1년에 5000만원을 들였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 1억원으로 늘리고 선발인원도 20명으로 확대했다. 이는 입시와 관계없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프로그램은 서울 강남권 학원 강사를 초청해 충주지역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과후 교실과 충주거주 외국인들이 초등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반기문 영어교실. 글로벌 인재육성이 멀리 내다보고 하는 것이라면 강사초청은 현실적 인재육성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장은 “해마다 6억원을 들여 서울 유명학원 강사를 데려와 금·토요일 수업을 하고 있다. 언어·외국어·수학·논술 수업을 하고 입시설명회도 연다. 그랬더니 이른바 명문대라 불리는 대학에 들어가는 숫자가 급격히 늘었다. 이 프로그램도 효과가 있어 계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재양성은 충북도와 시·군에서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 우선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이미 인재양성재단이 있으니 이 재단의 기능을 확대해 폭넓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단체장이 바뀌어도 인재양성사업은 계속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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