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출향인사 명단 작성했으나 지금은 없어지고 ‘향우공무원수첩’만
1960년대 만든 충북협회 지역·중앙 가교역할 못해···홈페이지도 없어

줄탁동시(啐啄同時). 알에서 한 생명이 태어나려면 안과 밖에서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안에서 빠는 것을 ‘줄’(啐·쭉쭉빨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부리로 쪼는 것을 ‘탁’(啄·쪼을 탁)이라 한다. 이런 협업과정이 있어야 알이 부화되는 것이다. ‘줄탁동시’는 너와 나, 안과 밖이 동시에 힘을 기울여 만들어내는 성과를 말한다. 충북이 발전하려면 내부의 노력과 외부에 나가있는 충북출신들의 힘이 합쳐져야 한다. 충북은 인구가 적다보니 인재 또한 적다. 그러나 충북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재양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충북은 별 관심이 없다. 인적자원 관리도 하지 않는다. 그 실태와 대안을 생각해본다.

▲ 충북은 인재도 빈약하지만 관리도 안되고 있다. 이 모든 원망은 충북도와 충북협회로 쏟아진다. 양쪽 모두 인재양성과 관리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은 충북협회가 개최한 민선5기 도지사 당선자 축하모임. 맨 앞 줄 오른쪽이 이필우 회장, 왼쪽이 이시종 지사.

지자체에서 중앙부처에 예산 따러 갈 때 가장 먼저 찾는 게 동향사람이다. 같은 고향 사람이 요직에 앉아 있으면 ‘비빌 언덕’이 있어 말 건네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한다. 그런데 아는 사람 한 명 없으면 ‘맨땅에 헤딩’해야 한다는 것. 정부예산은 어쨌거나 따가는 사람 몫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해당부처에 찾아가 매달려야 한다. 이런 점에서라도 충북출신들이 중앙무대에 많이 진출해 있어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이종배 충주시장은 “아무리 지방자치시대라고 해도 중앙부처의 도움을 받아야 지역 살림을 꾸려갈 수 있다. 지역에서 일을 벌이면, 중앙에서는 우리를 도와줄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일이 잘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중앙에는 충북을 도와줄 사람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충북은 예산을 따러가도 힘들다”고 말했다. ‘줄탁동시’라는 사자성어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역에서 일을 만들면 그에 합당한 정부지원을 받아야 일이 성사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충북은 외롭다.

그렇다면 중앙무대에서 활약하는 충북출신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에 대한 명단이 없다. 지난 2009년 당시 이종배 충북도 행정부지사의 지시로 충북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는 정치·경제·행정·문화예술·언론 등 각 분야 출향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이런 명단이 만들어진 게 당시가 처음이다. 당시 김진덕 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장은 “충북출신들의 결집이 필요하다며 이종배 부지사가 지시해 명단을 만들었다. 기초자료가 전혀 없어 청주시내 각 고등학교 동문회와 여기저기 수소문해 명단을 입수했다. 그런데 너무 오래된 것이어서 근황을 일일이 확인해 378명의 DB를 구축했다. 이후 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는 이명박 정부가 DJ정부 때 만든 조직이라며 모두 없애 문을 닫았고, 이 명단을 도 총무과로 넘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무과는 “충북출신 중앙부처 공무원 명단은 있으나 다른 분야는 없다. 개인정보법 강화로 관리가 여의치 않다. 공무원명단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거나 열람할 수 없도록 돼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는 개인정보법 강화 이전부터 인적자원 관리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총무과에 확인했으나 이 명단을 받았다는 사람도 없었다. 명단이 없는 이유는 개인정보법 강화 때문이 아니라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충북출신 인사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려도 언론에 ‘충북출신’이라고 보도되지 않으면 고향에서는 알 수가 없다. 박근혜정부 들어 장·차관과 주요 인사들의 입각이 발표된 후 주요 직책을 맡은 충북출신 인사들의 명단을 도에 요구한 적 있었다. 하지만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도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도는 중앙부처 충북출신 공무원수첩도 지난 2008년에서야 처음으로 제작했다. 도는 같은 해 9월 중앙 및 과천청사에서 근무중인 충북출신 서기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200여명을 서울 센트럴시티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중앙과 지역간의 교류가 이뤄지나 했으나 그 뒤 간담회는 다시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충북인들은 누가 동향사람인지도 모르고 지낸다. 모 인사는 “서울에서는 충북협회가 출향인사들의 구심체 역할을 하고, 지역에서는 충북도가 이들을 관리해야 한다. 양쪽 모두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하니 충북출신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런 모든 원망은 충북도와 충북협회로 쏟아진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두 기관의 유기적인 협조속에 인적자원을 관리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충북협회 관계자는 “이필우회장 선출 당시 선거에 문제가 있었다고 상대측에서 재판을 걸어 그동안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재판끝나면 조직을 추스르고 총회와 체육대회 등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만들었으나 지금은 없어졌고, 임원명단만 있지 출향인사 명단도 없다. 둘 다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만들 것이다”고 대답했다. 이것이 1960년대 만들어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충북협회의 현주소다.

이 사람/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
“충북은 중앙과 해외진출 인물 적어 일하기 어려워”

이원종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장은 지난 8월 충북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제행사도 많이 하고 충북의 힘이 상당히 커졌다. 그러나 중앙무대에서 뛰고 있는 충북출신 인맥이 타 지역에 비해 적어 아쉽다.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4일 전화통화에서 인재양성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했다. 그는 “각 분야에 영향력있는 충북출신들이 포진해 있으면 중앙정부 도움을 받을 때, 예산을 따러 갔을 때, 현안문제를 풀어갈 때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데 충북은 인물이 적어 일하기가 참 힘들다. 중앙무대와 외국에 많은 인재들을 내보내야 한다. 외자유치를 하러 외국에 나가려고 하는데 선이 닿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런 것을 더 확대하라”면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줘 충북출신들이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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