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고}‘보여줄까’ ‘보여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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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고}‘보여줄까’ ‘보여질까’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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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막이 올랐다. 청주시는 공예비엔날레 이외에 항공엑스포, 인쇄출판박람회등 대규모 문화행사를 잇따라 기획했다. 청주를 문화의 도시로 전국에, 세계에 알려 관련 산업육성이라는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쌍둥이 체육관, 예술의 전당, 대형 광장 등은 매머드 행사를 무리없이 치를 만한 적합한 공간자원이 되고 있다.
두 번째를 맞는 이번 공예비엔날레는 첫 회보다 참가작품의 양과 질적 수준이 고루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한 ‘눈요기 행사’가 아닌 권위있는 ‘지역예술 행사’로 발전할 가능성을 엿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2년전 첫 행사에서 지적된 몇가지 문제점이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우선 학생들을 동원해 머릿수(?)를 채우겠다는 발상이다. 초등학교 3·1학년인 필자의 아이들도 가을소풍 명목으로 이미 공예비엔날레를 다녀왔다.
학교측의 가정통신문은 참석의사를 묻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 일방적으로 1인당 4500원(입장료 2000원, 버스교통비 2500원)을 내라는 고지서나 다름없었다.
1학년인 막내는 이미 유치원 때부터 항공엑스포, 인쇄출판 박람회에 동원된 바 있고 3학년인 큰 애도 해마다 시의 야심찬 문화행사 세례(?)를 받고 있다.
연례행사가 되다보니 청주 K중학교에서는 이번 공예비엔날레의 견학여부에 대한 학부모 찬반투표(가정통신문)를 벌여 아예 단체관람을 거부하기도 했다. 시가 행사의 성공여부에 대한 잣대를 관람객 수로 삼는다면 의례적인 학생 총동원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관람객 수를 놓고 시비를 거는 일부 언론의 눈높이가 문제의 발단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수십억원을 투입한 문화행사장이 지역 학생들의 수준높은 체험학습의 장으로 제공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학생관객을 위한 준비된 안내요원, 교육프로그램 등이 없다면 ‘묻지마 견학’이나 다름없다. 또한 인형극등을 끼워넣어 유치원생들까지 단체관람에 줄을 세우는 모습은 안쓰럽기만 하다.
다음으로 입장권 떠맡기기의 폐단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공무원등을 통해 행사 관련업체, 향토기업 등에 살포되는 입장권은 먹이사슬처럼 민폐를 확산시킨다. 수백장을 떠맡은 원청업체가 다시 하청업체에게 수십장씩 분배하는 눈물겨운(?) 모습이 연출된다.
최근 만난 하청업자 모씨는 “소꼬리는 서울업체가 한 입에 털어넣고, 쥐꼬리 나눠먹은 우리는 이것저것 떼고나면 남는게 없다”고 푸념이다.
여기에 행사협찬을 위한 지역업체 손벌리기를 감안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구호를 되짚어보게 된다.
지역 문화행사의 건강한 생명력을 위해서는 ‘어떻게 보여질까’를 궁리하기 보다 ‘어떻게 제대로 보여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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