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취재1팀 기자

“나는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다”라고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말했다. 자신에게 적용된 ‘내란음모예비죄’에 항변하면서 공개석상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돌이켜 보면 “비비탄 총을 개조해 살상용 총을 만든다”는 것도 허무맹랑하고 “결정적으로 화공과 출신이 없다”고 탄식하는 녹취록 대화록을 접하면서 이들이 진정으로 전쟁을 준비했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든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국정원 녹취록에 나와 있는 부분을 언급하면서 ‘농담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내란음모’에 대해 뼛속까지 의문도 들었지만 이 대목에선 정치인이 국민에게 할 말인지 반감이 생긴다.

2003년 3월 26일, 당시 문의성당의 신성국 신부는 홀연히 요르단으로 떠났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며 스스로 인간방패가 되겠다던 그는 “상황만 되면 이라크로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떠나면서 이런 글을 남겼다. “평화는 행동을 통하여 지켜집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략전쟁은 인류에 대한 야만적 모독행위입니다. 저는 미제국주의의 전쟁을 반대하며 이라크 형제들의 무고한 죽음과 고통에 함께 하고자 3월 26일 요르단으로 떠납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라크로 들어갈 것입니다.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가슴깊이 새기며, 그동안 많은 묵상과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랬다. 필자가 보기엔 적어도 신성국 신부야말로 ‘뼛속까지 평화주의자’의 모습이었다. 그의 행동에 동의하건 하지 않건 간에 “인간방패가 되겠다”는 그의 모습 속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진정성을 부정하겠는가?

하지만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농담이었다 치더라도 전쟁을 언급하며 희화화 했다.
고전적인 진보주의자들의 모습은 전쟁에 일관된 입장을 나타냈다. 노동자운동의 국제주의자들은 일관되게 ‘전쟁반대’를 외쳤다. 전쟁을 예방하기 위한 대항수단으로 ‘총파업’을 주장했다.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에는 이런 진정성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니 당황스럽다. 이번 취재과정에서 여섯 곳의 장애인 단체 관계자를 만났다. 비판의 대상이 된 단체 관계자도 비판을 하는 단체의 관계자도 모두가 이야기하는 공통점은 ‘장애인권’이었다.

모두가 각자가 하는 일이 ‘장애인권을 위한 길’이라며 강변했다. 그러나 제 각각이 하는 일이 흠결이 없는 일이 어디 있으랴! 때론 실수할 수도 있고 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단체는 일관되게 모든 것을 부정했다.

“어느 단체의 요청을 받은 것 아니냐”고 필자를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그것을 푸념한들 무슨 소용일까!

다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문제로 돌아가자. “국가기록원에는 기록이 없고, 국가정보원에는 댓글만 있다”는 조롱을 받는 국정원의 문제는 국정원의 문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무고한 탄압은 문제가 있지만 진정성을 의심받는 그 문제는 결국 통합진보당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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