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 한국교통대 교수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남겨둔 가운데 네이버 인터넷에 ‘떡값’이란 단어를 쳐 봤다. ‘추석떡값’, ‘명절떡값’, ‘공무원떡값’, ‘군인떡값’, ‘삼성떡값’, ‘떡값검사’, ‘휴가비’ 등 20여 개의 단어들이 상위에 죽 나열됐다. 전통적으로 순수한 의미의 떡값은 거의 없어지고 이처럼 뇌물 의미의 떡값만 나타났다.

원래 떡값은 설날이나 추석에 직장에서 직원에게 주는 특별한 수당을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면 70~80년대 산업화 시절 구로공단 구미공단 등에서 일하던 산업체 근로자들이 명절 쇠러 갈 때 사장님이 특별히 수당을 더 얹혀 줘 고향 가족에게 떡 과자 등 선물을 더 사가는 데서 유래됐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떡값은 뇌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굳어졌다.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이 금품을 떡값명목으로 주고 받았을 뿐 대가성이 없다고 변명하면서 이런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을 퇴사해 삼성이 검사들에게 떡값 명목으로 수 천 만 원의 뇌물을 공여했다고 폭로했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검사들은 ‘떡값 검사’로 지칭됐다. 작은 정성이란 의미의 ‘촌지(寸志)’와 청하여 부탁한다는 ‘청탁(請託)’도 긍정의미는 사라지고 비리와 연관된 단어로 쓰이듯이 말이다.

촌지는 은혜 입은 스승 등에게 작은 성의 표시로 건네던 금품이었고, 청탁은 ‘원고청탁서’, ‘주례청탁서’처럼 저명한 분들에게 글이나 주례 등을 부탁할 때 쓰던 말인데 ‘인사청탁’. ‘공사수주 청탁’처럼 부패 의미로 굳어졌다.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공직자들의 ‘떡값 수수(授受)’로 인해 늘 뒷말이 생긴다. 언론 보도 제목에도 떡값 뉴스가 적잖이 등장한다.

요즘 떡을 만들어 파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무슨 떡값이 그렇게 비싸냐고 거센 항의도 있다. 한 달 내내 팔아도 1000만 원어치도 못 파는 데 떡값으로 한 번에 수 천 만 원을 수수한다니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진정한 감사의 표시로 수수하는 공직 사회의 선물은 말 그대로 순순한 선물이어야 한다. 공직자는 직무상 어떠한 금품이나 향응도 받을 수 없도록 ‘공직자 행동 강령’에 규정돼 있다. 행동강령을 위반한 공직자는 견책에서 최고 파면까지 처벌을 받게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 윤리에 관한 민도(民度)가 높아지면서 뇌물에 해당하는 떡값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 현행 규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규정은 받는 자만 처벌하고 주는 자는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공직 사회는 이제 과거의 잘못된 의식과 관행에서 탈피한 고도의 윤리 경쟁력을 요구하며 자율과 책임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윤리 관리 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식과 규정을 넘어선 뇌물을 수수하지 않는 공직 의식 개혁이다. 제도가 아무리 잘 마련돼도 공직자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허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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