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원 박사 “20대 남성에 맞춰진 프로그램 왜 강요하나”

지난 여름 캠프보고서
군사문화 열풍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의 특수상황으로 인해 병영캠프 상품은 잘 팔려나갔다. 특히 2010년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이른바 안보캠프, 병영캠프 등 안보상품이 강력한 시장을 형성했다.

이에 대해 김규원 충북발전연구원 박사는 “군사문화가 갖고 있는 복종과, 무비판적 수용의 문제가 과연 21세기에 필요한 정체성인지 따져봐야 한다. 일종의 병영캠프는 또 다른 합법적 폭력이다”고 문제제기했다.

“군대에 가면 똑같은 복장을 하고, 음식을 먹는다. 기성세대는 군대이야기를 향수할 수 있다고 쳐도, 미래세대에는 획일화, 서열화된 질서를 이입할 필요성이 없다. 자율성과 다양성이 미래의 경쟁력이다.”

▲ 20대 건장 남성을 위한 군사 프로그램에 따라가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자괴감을 느낀다. 복종, 명령의 군대문화를 모두가 학습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사진은 병영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의 모습.

그러면서 그는 외국에도 이른바 10대 초반을 위한 ‘군사예비교육’차원의 기숙형 캠프가 존재한다고 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단기적,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멘토링 제도를 통한 인문학적 토론 등이 동반된다는 것. 이처럼 비판과 수용의 여지를 남겨두지만 우리나라 병영캠프는 그렇지 않다.
중학교 때 병영캠프를 경험한 한 여고생은 “학교에서 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캠프에
참여했다. 지나고 나니 힘들었던 기억이 다 추억이 된 것 같지만, 당시 프로그램을 따라가지 못해 힘들었다. 친구들보다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수치심이 느껴졌고, 교관도 심하게 소리쳤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최근에 MBC문화방송의 한 예능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 시청자 층이 30~40대 남성들이다. 연예인들이 군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고통을 보여주는 것이 콘셉트다. 이에 대해 김박사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병사의 이미지를 탈피해 연예인들이 기존병사들과 함께 체험한다는 설정 자체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그 또한 각본에 의한 진행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 확산 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명하복의 문화를 아이들에게 교육시키려는 어른들의 사고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병영이라는 아련한 향수를 우리나라가 갖고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실제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밖에 없다. 캠프 참가자들은 일단 복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참가자들은 병정국가 체제에 기계적으로 순응하는 경험을 하고 돌아올 뿐”이라며 “군사프로그램 자체가 20대 건장한 남성들로 맞춰져 있는데 왜 신체적으로 약한 가족이, 교사가, 10대 청소년들이 하지 못하면 욕을 먹어야 하는가. 모순의 극치이다”라고 비판했다.


해병대 사설캠프 자취 감춘다
안행부, 다수공급자계약 추진 등 대안제시
모든 청소년 수련활동 교육청에 신고해야

태안 사고가 난 것은 이른바 사설캠프였다. 우후죽순 사설 체험 캠프가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있는 수련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캠프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방학 등 특정 기간에 몰려있다보니 프로그램 운영을 사설 업체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또한 유스호스텔이 사설캠프 업체에게 해병대 캠프를 진행하도록 맡긴 경우다.

이번 태안 사고로 인해 사설 해병대 캠프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안전행정부가 지난달 내놓은‘청소년 체험캠프 안전대책'에 따르면 ‘해병대 캠프’ 등의 표현을 아무 업체나 사용할 수 없도록 상표법상 업무표장으로 등록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관련법에 따른 고소·고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초·중·고교가 청소년 체험 캠프를 실시하는 경우에는 교육부가 정하는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체험프로그램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게 하도록 하도록 했고, 당일형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청소년 수련활동 주최자의 사전신고가 원칙적으로 의무화된다.

또한 앞으로 각급 학교에서 체험활동을 실시할 경우 다수공급자계약(MAS)이 의무화된다. 다수공급자계약이 의무화되면 교육부가 체험프로그램 안전기준을 정해 조달청과 각 학교에 제공하게 된다. 조달청은 기준에 맞는 체험프로그램만을 나라장터에서 제공하고 각 학교는 조달청이 제공한 체험프로그램 상품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설캠프의 경우 등록제,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교조 충북지부 박을석 정책실장은 “한국청소년캠프협회에 등록된 업체가 2000여개라고 한다. 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캠프 운영이 가능하다. 인증받은 곳이라도 프로그램 내용을 좀 더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안전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만들기가 관건이다. 학생들이 대규모로 참여하거나 산악·해양 등에서 이루어지는 위험성이 높은 프로그램은 단계적으로 인증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추진 시 허가·등록·인증된 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 등에 수련시설로 등록된 곳을 이용하고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인증한 프로그램만을 허용해 학생들의 안전에 만반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은 청소년들의 안전한 수련활동의 참여를 도모하고자 ‘청소년활동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청소년수련시설 운영자와 체험활동 개최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체험활동의 사전 안전성 확보를 위해 법적근거 있는 단체에 대해서만 체험활동을 허용하는 것이 주요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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