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으로 10월 8일 새벽 1시 30분 뉴욕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성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전면적인 폭격을 가함으로써 21세기 첫 전쟁이 시작되었다. ‘얼굴 없는 전쟁’ ‘전선 없는 전쟁’ 등 신 전쟁개념으로 표현되는 이번 전쟁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전쟁으로 테러를 종식할 수 있는 것인지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미국이 테러에 대해 보복을 하는 것은 얼핏 정당해 보일 수도 있다. 어떤 나라도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나라라도 정부기관은 물론 민간인 수만명이 무차별적인 테러 공격의 목표가 되었다면, 무엇이 그토록 격렬하고 적대적인 행위를 하도록 하는지 자성(自省)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테러 이후 미국이 보인 태도는 아쉽게도 뒷골목 깡패와 별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명확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특정인을 테러 배후로 지목하여 전쟁선언부터 하고 보는 식이다. 나아가 테러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60여개국가에 대한 전쟁도 계획하고 세계 초강대국의 힘을 앞세워 세계의 모든 국가들에게 미국의 보복에 참여하든 아니면 적으로 돌아서든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왜 세계 모든 국가가 미국을 향해 한 줄로 서야 하는가?
어떠한 전쟁도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없는 전쟁은 없다.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많은 민간인이 희생을 당했고 앞으로 전쟁이 계속되는 한 아프가니스탄인의 희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것이다. 백보 양보하여 이번 테러가 오사마 빈 라덴에 의해서 저질러진 것이라 할지라도 왜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이 미국의 미사일과 폭탄세례를 받아야 하는 걸까? 그것이 초강대국 미국시민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가니스탄인의 차이라고 보면 맞는 걸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쟁은 정당하지 않은 전쟁이다. 미국에 대한 테러에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이 참여하지 않았듯 그 책임과 고통을 민간인에게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전쟁으로 테러에 대한 보복은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테러를 근절하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더 많은 분노와 좌절로 그 절망과 원한이 새로운 테러의 출발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오사마 빈 라덴은 이번 전쟁에 대한 보복테러를 공언하고 있어 전쟁이 결코 테러를 방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정부는 정당하지 못한 이번 전쟁에 어떠한 형태로든 병력을 파견하여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 전쟁을 기회로 군사대국화로 나아가려는 일본의 의도를 경계하고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이번 전쟁이 미국의 주장대로 ‘항구적 자유’를 위한 전쟁인지 아니면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의 주장처럼 ‘성전’인지 알 수는 없겠지만 세계 근현대사가 그렇듯 힘이 우선하는 21세기형 국제질서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점에서 인류의 미래는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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