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공직비위근절 민관협의체’ 구성건에 “실효성 없어” 반대
“민관협의체는 감사기구 아니고 실태조사·원인분석·대책마련 역할”

▲ 청주시의회 대부분의 의원들은 공직비위 근절 민관협의체 구성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자 집행부 견제에 소극적인 의원들이 이제는 권한침해를 걱정하고 있다는 비난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본회의 모습.

청주시의회는 집행부의 공직비위 문제에 대해 그동안 한 일이 없다. 청주시는 지난해부터 성추행, 금품수수 등의 문제로 숱한 비난을 받아왔고 비위집단으로 매도돼 왔다. 그럼에도 시의회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시의회는 직무유기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런 시의회는 뒤늦게 지난 8월 26일 공직비리 근절대책 수립을 위한 행정사무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가 망신만 당했다.

비위사건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이종준 전 주무관 사건은 이미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전 주무관은 옛 연초제조창 건물 매매를 성사시키며 6억6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지난 6월 구속됐다. 이 사건은 이미 수사중인 데다 시의회가 조사특위를 가동해서 검찰수사를 능가할 만한 조사를 한다는 보장이 없는 바에야 행정사무조사는 정치적인 제스처에 그칠 게 뻔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정사무조사 구성 요구에 민주당 의원들은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했고 결과는 부결됐다.

그러더니 시의회가 이번에는 시민단체 등이 나서 구성코자 하는 공직자 비위근절 민관협의체를 반대하고 있다. 많은 의원들은 “민간단체에 감사기능을 줄 수는 없다. 시민단체들은 공무원 비위사건이 발생했을 때 강력한 징계를 하라고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고, 자료가 필요하면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아볼 수 있다. 평소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게 낫지 민관협의체를 만든다고 별다른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조직을 만드는 것일뿐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관협의체의 기능은 감사가 아니다. 때문에 시의회의 반대는 자신들의 권한이 침해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데서 나오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반응들이다. 만일 그렇다면 시의회는 본연의 역할도 못하면서 시민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방해하는 곳이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그리고 민관협의체 구성은 시의회 승인사항이 아니디. 집행부와 시민들이 상의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시민단체의 민관협의체 구성 제안을 받아들인 청주시 측은 “민관협의체의 활동 목적은 부패방지이다. 청주시를 감사한다는 게 아니고 비위사건을 분석·연구해서 방지대책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내부감사결과를 보고하면 이를 가지고 중점토론한 뒤 분석해서 자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주시는 시의회가 민관협의체 구성을 내놓고 반대하자 부담을 느끼면서도 시의원들을 상대로 민관협의체 역할을 제대로 설명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앞으로 나가야 할 때
이두영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집행부·의회·전문가·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이 거버넌스를 만들어 부패척결에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협의체에서는 공직비위 실태를 조사하고 원인을 분석한 뒤 대책을 마련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지역사회 전체가 부패척결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 조성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충북청주경실련은 올 총회 때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부문 감시운동’을 중점사업으로 정했다. 청주시에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은 이런 흐름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얼마전 시민단체연대회의는 민관협의체 구성 건을 가지고 회의를 열었으나 몇 몇 단체들이 ‘공직비위 사건에 대해 청주시장의 책임있는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진행이 안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시장 사과에 매달릴 게 아니고 이제는 부패척결을 위한 방지대책을 마련, 전국적으로 모범이 되는 ‘클린 청주’를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이왕 공직비위 사건이 우수수 터진 이상 재발방지대책을 확실하게 만들어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한편 청주시의회 민주당 김영근 의원(분평·산남동)은 지난 2일 임시회에서 민관협의체 대신 법적 근거와 조례가 있는 시민고충처리위원회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 청주시에서도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위원회는 아직 없다. 여기서 공직자 비위문제에 관한 협의를 하려면 위원회를 설치한 뒤 부패방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해야 하고 독립 사무국을 둬야한다.

이두영 처장은 민관협의체 구성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제각각 반응한 것과 관련 “서두를 생각이 없다. 필요성을 느끼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때 조직을 만드는 것이 좋을 듯 하다”면서 “시민고충처리위원회는 법적 근거가 있는 조직인 만큼 기능을 확대해 그 안에서 공직비위 근절 문제를 논의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직비위 근절을 위한 민관협의체는 필요하다. 많은 공직비위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결론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클린 청주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제대로 감시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 의견이다.

인터뷰/ 허원 서원대 교수·녹색청주협의회 상임의장

허원 교수
허원 교수는 “청주시의원들이 민관협의체 구성을 반대하는 건 명분이 없다. 시의회가 집행부 감시역할을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청주시가 비리온상으로 낙인찍힌데는 시의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제에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시민들에게 행정에 대한 신뢰감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관협의체는 시민단체끼리 하는 게 아니다. 일부 언론과 시의원들이 시민단체가 왜 나서냐며 반대하는데 그렇지 않다. 시민들이 볼 때 ‘저 정도면 믿을만한 조직이다’고 할 정도로 전문가들을 위촉해야 한다. 부패척결 민·관 네트워크는 관련분야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이 필요해 반드시 전문가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부패는 민선5기 때만 생긴 게 아니고, 또 청주시에만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이제는 비판하는데서 벗어나 깨끗한 청주를 만드는 게 과제라는 것이 허 교수의 주장. 그는 “민관협의체 구성건이 해결이 안나면 공청회 같은 것이라도 열어서 의견을 모아보자”며 시의회·시민단체의 개방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