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단체 “관리부실,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잡초 밭에 불과”
운영단체·청주시 “풀밑에 고구마 있다. 잡초는 성장억제제”

▲ 쓰레기로 가득찬 화장실 모습. 이곳에는 용변을 볼 수 있는 화장실조차 마련 돼 있지 않았다.
▲ 충북장애인부모연대가 운영하는 ‘한울체험장’ 건물과 텃밭. 잡풀이 성인 허리춤까지 올라왔지만 청주시 담당 공무원과 부모연대측은 “농사가 잘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주시가 시비 5억원을 들여 동막동에서 설치·운영중인 장애인 직업체험 시설인 ‘한울체험장’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같은 논란은 도내 모 장애인단체 관련자가 보건복지부와 충청북도에 잇따라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제기된 민원의 핵심은 ‘한울체험장’이 영농직업체험이라는 취지는 무색하게  잡초만 무성한 채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

이에 본지는 지난 6일 동막동에 위치한 ‘한울체험장’을 직접 방문했다.

우선 이곳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가경동 홈플러스에서 교원대 방향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연꽃 마을 부근에서 우회전 해 접어든 길은 승용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폭이 좁았다. 도로와 전답 사이는 50cm에서 1m 정도로의 고도차가 형성돼 있었다.

중간에 회차로도 없었다. 정면으로 마주 오는 차량이 생기면 상당한 거리를 어느 한 차량이 후진 해야 할 정도로 도로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 갈림길에는 알림판도 없었다. 빈약한 도로를 1km 이상을 지나서야 ‘한울체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에는 ‘담배건조장’이라고 쓰여 진 낡은 건물과 새로 신축된 조립식 건물 한 채가 있었다. 우선 600여㎡ 정도의 구 건물을 살펴 보았다. 축사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축물은 건물 좌우로 가축 우리가 배치 돼 있고 가운데는 통로로 구성됐다.

일부 축사에는 가축의 분뇨가 말라 붙은 채로 남아 있고  잔향이 남아 후각으로 그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건물 내 중간 중간에는 마을 주민의 것으로 보이는 트랙터와 농기계가 보관돼 있다.

이 상태로는 이곳이 교육장으로 활용되거나 혹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신축 조립식 건물은 외관은 말끔했다.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확인 된 내부는 단촐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바닥면 외에는 은박지 깔개와 대 여섯 컬레의 장갑과 장화가 놓여 있었다. 이 외에 다른 시설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신 구 두 개의 건물 사이로 난 공간을 통해 뒤쪽 텃밭으로 이동했다. 건물 사이는 붉은 내화벽돌로 바닥이 포장돼 있지만 잡풀이 무릎 밑 까지 올라와 있다.

텃밭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성인 허리춤 까지 올라올 정도로 잡풀이 올라와 있었다. 육안으로 약 600 여 ㎡ 정도로 짐작되는 이 텃밭의 좌우는 잡풀로 가득 차 있었다. 가운데에는 길이 10 여 m 정도의 2개의 밭 고랑에 가지와 고추가 달려있지만 잡풀에 뒤엉 킨  모양새가 영 볼품없다. 

가운데에는 길이 20여 m 정도의 밭고랑이 가로 세 골과 세로로 비슷한 수량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고랑은 보온용 비닐로 덮여 있었고 일부는 가을 배추 모종이 심어져 있는 상태였다. 땅의 마르기로 보아 작업은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진 것이 분명했다.

텃밭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에 구 건물에 위치한 화장실을 발견했다. 문짝이 없는 화장실 바닥에는 비료 포대와 쓰레기로 가득 찼고 부서진 세면대를  을씨년 스럽게 거미줄이 감싸고 있었다.

인접해 있는 마을 농가에서 주민 4명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부녀자는 토란 줄기를 뜯고 있고 60대 전후의 농부는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직업체험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인지를 물었다.  소줏잔을 기울이던 농부는 “난 또 돈 주러 온 줄 알았네”라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무슨 돈이냐?”는 질문에 “어제 로터리 치고 배추 심은 거 말이지”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다른 주민은 “사람들이 거의 안 와요. 가끔 오기는 하는 것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농사를 지었나? 안지었나?

5억원이 투입된 장애인영농직업체험장인 한울체험장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민원을 제기한 쪽에선 무성한 잡초 밭을 지적하며 “이게 무슨 직업체험장이냐?”며 핏대를 올렸다.

만면 이 시설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충북장애인부모연대(대표 민용순, 이하 부모연대) 관계자들은 정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부모연대 관계자들은 “텃밭은 7만원 가량에 10 가구 정도에 분양을 했다.

나머지는 회원들이 공동경작으로 봄부터 감자와 고추, 가지를 심어 수확까지 했다”며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잡초와 관련해서는 “고구마가 심어진 자리”라고 주장했다. 잡초를 제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고구마가 너무 커서 왕 고구마가 되더라. 작게 먹으려고 일부러 잡초를 내버려 두었다”고 설명했다.

부모연대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지금까지 호미 한 번 안 잡아봤다. 농사를 잘 모른다. 그래도 열심히 해서 이 정도다”며 “잘 지은 농사”라고 자랑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노인장애인과 담당 공무원도 부모연대 관계자와 같은 맥락의 주장을 폈다.

“잡풀이 많아 관리가 안된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어제도 나가 봤는데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다”고 주장했다. “잡풀 밭에 알고 보면 고구마가 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잡풀 밭 사진을 보여주자 담당 공무원은 “도시에서만 자라 농사에 대해 잘 몰랐다. 다른 뜻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은 하나였다.  화장실도 없고 잡풀이 무성하게 웃자란 이 텃밭을 두고 장애인 영농직업체험장 이라고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호미 한번 잡아보지 않았다”는 충북장애인부모연대는 이 텃밭에 농사를 전문적으로 지어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보호작업장을 운영하겠다며 5억원의 기능보강자금을 추가로 신청해 놓은 상태다. 

 
장애인직업체험장 ‘한울텃밭’은 왜 생겼나?
노영민 의원, 특별교부세 유치가 시초, 애초 목적은 장애인 보호작업장 

‘한울체험장’은 충북장애인부모연대가 운영하는 장애인 직업 체험장이다. 

부모연대가 ‘중증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운영하겠다며  노영민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노 의원이 이를 받아들여 2010년 국비 중 특별교부세 5억원을 확보해 현재에 이르렀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비장애인에 비해 노동력이 떨어지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특성에 맞는 노동과정을 통해 자활에 이르게 하거나 사회에 적응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5억원이라는 거액이 투입되었음에도 ‘한울체험장’은 애초 목적처럼 장애인직업보호작업장으로 설치되지는 않았다. 장애인 복지등에 관한 관련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단순한 영농체험시설로 운영됐다.

교부된 5억원중 4억2000여만원은 토지 구입에 나머지 7000여만원은 건물 신축비 용도로 지출됐다.

토지의 소유주는 시비가 들어갔음에도 사단법인 부모연대의 이름으로 등기가 됐다. 부모연대측은 “2012년도에 10 가구 정도에 연간 7만원을 받고 텃밭으로 분양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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