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충북민예총 부회장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가)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마르셀 뒤샹의 ‘샘’. 이 작품의 소재인 소변기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기성품에 불과했으나, 뒤샹은 여기에 ‘샘’이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서 ⓒ예술품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동안 ⓓ전통적인 예술가의 역할은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머물렀다.

하지만 뒤샹의 이런 시도를 계기로, 이제 예술가는 단순히 사물을 재현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의도를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존재가 되었다. 9월 도교육청 학력평가 고1 국어영역 37번 문제다. 김춘수의 꽃과 뒤샹의 변기의 전환이 예술과 비예술을 유추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김춘수의 이름을 뒤샹의 제목(이름)으로 자아라고 하는 3개(나, 이름의 나, 나를 보는 나) 중 이름의 자아를 통해 내가 아닌 나를, 나를 통해 새롭게 재발견하는 과정을 묻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자아의 안에 타자가 있어 그가 나를 보는 것이 쟈크 라캉의 거울효과라고 했으니 말이다. 감성의 자극이다. 자신을 발견하는 가장 큰 원인은 주변의 자극이며 내안의 타자가 그 자극에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5감의 자극 감각이 있다. 개별화된 5감을 하나의 상황에 모두 적용을 하여 문제를 발생시키고 해결을 하는 과정을 즐기는 동물이기도 할 것이다.

요즘의 티비는 5감의 집합이다. 일반형 인간인 우리가 예술형 인간이 만든 예술작품과 광고를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충분히 시간이 흐른 후에 그의 의도를 나만의 강요된 선택으로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치킨광고가 야구장으로 가고 맥주광고에 수없이 많은 사람을 등장시키고 드라마는 더욱 자극적이다.

수많은 함성이 청각을 흔들고 중독의 맛을 강요한다. 티비의 시청자는 등장하지도 않는 선수를 보게 되고 그들의 땀 냄새를 느낀다. 빠른 움직임은 한곳에 시선을 머물게 하지 않는다. 뭘 이야기 하려는지 조차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그 상품을 손에 들고 있게 된다. 다양한 자극으로 5감을 혼돈케 하는 광고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여론을 흔들어 문제를 유발하여 관심을 갖게 하는 전략은 광고의 특별한 전략이기도하다. 선택이 잘못되었을 경우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지만 고통이 곳 약이 되는 경우로 많이 보아왔다. 스스로에게 주는 자극치고 큰 부담이 가는 일일수도 있다.

지역의 예술이 항상 홍보의 부족과 광고의 부족한 투자로 번번이 실패를 하고 만다. 이는 개인의 행위에서 뿐 아니라 공공의 기획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예술 공간의 운영자는 이러한 부분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지고 기획을 할 수밖에 없다. 향수자 부족현상에 예술가 인적 자원의 부족, 지원 예산의 부족 등이 늘 문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반응은 그 노력만큼 다가오지 않는다. 시립 미술관이 생긴다.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국립현대 미술관 분원이 함께 생기기 때문이다. 우린 한국최고의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어떠한 자극을 받아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적어도 50명이상의 직원을 배치할 분원과 학예사 몇 명으로 운영을 하겠다고 하는 시립미술관은 이름부터가 무색하다.
어떠한 자극으로 시민들로부터 관심을 모아야 하고 운영의 극대화를 할지 의견을 모아야 할 때가 되었다. 시대는 시대가 요구하는 5감이 있고 예술가는 이 창조적 감각을 전문영역에서 표현해내고 있다. 튀는 시험문제로 단련된 대중이 관람자가 되어 높은 의식 수준으로 찾아온다. 대중문화의 자극에 익숙한 대중이 관객이 되었다.

대중의 수준에 비해 기획력이 낮으면 관객은 외면하게 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난해한 문제는 사건화 하여 그 문제를 여론화 하고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대중의 평가를 냉정하게 받아야한다. 좀 더 5감을 진동케 하는 자극적이고 사건적이며 공격적 마케팅과 전략으로 대중을 뒤 흔드는 과감한 투자가 청주시립미술관을 타 지역의 시립미술관과 대등하게 가는 발전적인 모습일 것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