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 부장

북한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자고 우리 측에 제안해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개인적으로 반가운 일이다. 본사는 2004년부터 5년 동안 매년 금강산 마라톤대회를 열었다. 2박3일 일정으로 하루는 마라톤을 하고 이틀째부터는 등산과 삼일포, 해금강 등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마라톤은 사진 기록 업무상 뛰지는 못했지만 구룡폭포 코스는 5번이나 올랐다.

구룡폭포로 가는 코스 초입에 냉면으로 유명한 ‘목란관’이 있다. 그 유명한 목란관 냉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오랜 기다림을 감수해야만 했다. 진한 육수 맛의 냉면은 아니지만 뒷맛이 깔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주변에는 숯불 꼬치 구이 냄새가 진동을 했고 들쭉술 등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무섭게 초장부터 그 진가를 발휘했다. 본사 직원 몇은 다섯 번을 왔지만 초반부터 자의 반 타의 반 이러한 금강산 풍류에 취해 한 번도 오르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만큼 구룡폭포로 가는 길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 곳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갈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이 보였다. 옥색 빛깔의 ‘옥류동’ 계곡이며 비단실로 꿰어 놓은 듯하다는 ‘연주담’과 그 곁을 따라 이어진 미인송은 가는 곳곳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 했고 보는 이들 모두 그 비경에 감탄했다. 특히 금강산 구룡폭포는 개성의 박연폭포와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폭포로 손꼽힐 만큼 그 자태가 대단하며 장엄했다. 150m 높이에서 떨어져 자연 형성된 구룡연은 13미터 깊이인데, 옛날 금강산을 지키는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옥색 빛깔의 ‘옥류동’ 계곡이며 비단실로 꿰어 놓은 듯하다는 ‘연주담’과 그 곁을 따라 이어진 미인송은 가는 곳곳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 했다.

올라가는 중간 북측 안내원이 있다. 마침 그들은 점심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일제 보온 도시락으로 보리가 석인 밥에 반찬은 간장과 삶은 달걀, 깍두기였다. 같이 먹자고 청하자 흔쾌히 받아들였다. “우리 먹는 반찬 맛이 없을 겁니다. 드셔보시라우요.” 깍두기는 소금에 덜절인 듯 싱거웠고 고춧가루는 눈으로 셀 정도로 적었다. 북한에서는 소금과 고추가루 등이 귀해 이렇게 김치를 담가 먹는다고 북측안내원은 먹는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금강산 호텔에서 만난 한 북측안내원은 나이도 동갑이라 뭔가 모를 공감대가 있었고 2년 연속으로 같은 숙소에 배정돼 준비한 선물을 전해 주곤 했다.

2008년 박왕자 씨 피격사건 이후 단절된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것 같은 시점에서, 북측은 남측 관광객에 대한 신변안전에 더욱 힘을 썼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보며 우리 쪽에서는 갈등을 부추기는 보수단체들의 발언도 적당히 자제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천하제일명산 금강산에 다시 가 볼 날을 기대한다.

옥색 빛깔의 옥류동 계곡이며 비단실로 꿰어 놓은 듯하다는 연주담과 그 곁을 따라 이어진 미인송은 가는 곳곳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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