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은 왜 행복한지 알려주는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허원
서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가 본 적이 없다. 1995년 발급받은 비자가 2005년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갈 기회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미국에 간 것보다 더 생생한 이미지를 심어준 분이 <조화로운 삶>의 저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코트 니어링과 <타샤의 정원>으로 사랑을 받는 타샤 튜더였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미국 북동부지방의 오지인 버몬트주 숲속에서 그들 나름의 독특한 삶을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진지하고 소박한 생을 마감하였다.

청주를 벗어나 옥화대 시골에서 십여 년을 지내다 보니 치열하면서도 치밀한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good life)'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강인하지만 낙천적인 너그러움이 가득한 타샤 튜더의 삶에 이끌려 그녀의 책을 자주 뒤적이곤 한다.

<타샤 튜더의 은밀한 세계(The private World of Tasha Tudor)>가 원 제목인 이 책의 저자 타샤는 2008년 6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아 세계의 많은 이들로부터 각별한 사랑을 받는 동화작가이자 삽화가다. 그녀의 정감어린 삽화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백악관의 크리스마스카드나 엽서에 사용되기도 하였다.

9세 때 부모가 이혼하고 46세 때는 네 자녀를 둔 자신도 이혼했지만 인생을 우울하게 보내기에는 너무 짧다며 밤을 새워 마리오네트 인형을 만들어서는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을 공연할 정도로 낙천적이면서 적극적인 여성이었다. 56세의 나이에 4월에 눈이 녹고 10월에 서리가 내리는 버몬트주 산속의 버려진 농장을 구해 2년여에 걸쳐 19C식 농가주택을 지었다. 그 집에서 베틀에 앉아 천을 짜 옷을 짓고 기른 염소젖으로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들고 무쇠 스토브에 장작불을 피워 음식을 만들면서 자신이 동경하던 소박한 생활방식을 꾸려나갔다.

▲ 제목: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지은이: 타샤 튜더출판사: 윌북
타샤는 집주변 황무지를 일구어 자신이 좋아하는 수많은 꽃과 채소, 나무들을 손수 가꾸었는데 <타샤 튜더, 나의 정원>이라는 책에는 계획해서 심지는 않았지만 온갖 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정원 모습이 평온하게 펼쳐져 있다. 타샤는 자신의 손이 닿는 곳에 행복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가정주부라는 직업은 잼을 만들면서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는 멋진 직업이었고, 혼자 지내는 것도 외롭기는 하지만 온전히 자신의 모습대로 지낼 수 있어 행복한 일이었다.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이 한 해에 한번 뜨지 않고 매일 뜨는 것까지 그녀에게는 큰 행복으로 여겨졌다.

인생 자체를 기쁨으로 여긴 타샤

타샤가 누린 행복 중 가장 큰 행복은 꽃을 키우며 꽃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었다. 꽃의 생기가 가져다주는 기쁨과 위로는 타샤의 삶을 지탱해 주는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형편이 좋았더라면 동화책을 그리지 않고 하루 종일 정원에서 맨발로 풀을 뽑고 물과 거름을 주며 예쁘게 피어준 꽃을 즐기고 싶었다고 한다. 타샤는 꽃들이 기뻐하는 일을 해주면서 자신도 즐거움을 만끽했다. 꽃과 나무가 근근이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생기가 넘쳐나는 정원, 자신의 지상낙원 같은 정원을 꿈꾸었다.

우리 인생은 해와 같지 않고 달 같아서 사람마다 다른 이에게 보여주지 않은 어두운 면이 있기 마련이다. 타샤에게도 누구 못지않은 그늘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자기 인생에서 불쾌한 생각들을 지워주고 위안을 주는 존재들이 있었다. 청순하게 핀 수련이나 매혹적인 거위 새끼들을 통해 위로를 받으면서 그녀는 무척이나 그들에게 고마워하였다.

늘 행복해 하는 그녀에게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불행했던 기억이 무엇이냐고 묻자 타샤는 누구에게나 불행했던 일은 있겠지만 지금 자신에게는 유쾌한 기억만 남아있노라고 답했다. 타샤 튜더, 그녀는 행복만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불행도 자신이 만들 수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그러기에 타샤는 자녀들에게도 인생의 고통의 의미를 묻기보다 인생 자체를 기쁨으로 여기도록 타이르곤 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린 나이부터 남의 집을 전전하다 15세부터는 유아원 운영, 젖소 젖 짜기, 동화책 그리기 등으로 어렵게 생활했지만 타샤가 세상의 수많은 영혼들에게 아름답고 평안한 울림을 줄 수 있었던 것은, 땅과 별과 바람과 함께한 자연 속에서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고 자신이 그토록 아끼고 사랑한 정원의 꽃들은 그 사랑만큼 그에게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피폐해진 인간의 삶을 회복하여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은 자연과의 진정한 교감을 통해 자연의 힘에 순응하면서 상생하는 것임을 타샤 튜더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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