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텔레콤 여공들의 눈물 맺힌 절규

세인들의 뇌리에 점차 잊혀져 가던 월드텔레콤 사태가 급반전하면서 충격파를 낳고 있다. 이 회사 노조와 민주노총 충북지부가 경영진의 외화 횡령과 위장매각, 해외도피 의혹 등을 정면에서 제기하며 검찰 수사를 호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는 8일 오전 10시 30분 청주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용성 전 대표와 권대우 현 대표이사가 자신들만 살기 위해 챙길 것은 다 챙겨 해외로 도피한 채 쥐꼬리만한 퇴직금조차 받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종업원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악덕 경영진을 사법처리하고 힘없는 여성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찾게 해 줄 것을 검찰에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노조와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회견문에서 "어느 날 갑자기 새벽녘에 공장 기계가 어디론가 빼돌려진 후 5개월 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며 "사태 초기에는 경영진이 우리를 일방적으로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결과는 경영진 모두가 해외로 도망가버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영진의 부도덕성을 비난했다.

이들은 또 "확인한 결과 삼성전기가 2003년 10월쯤 협력업체인 월드텔레콤에 납품대가로 1억 6000만 달러(약 2000억원)를 지급한 데 이어 추후 납품할 것을 전제로 130억원을 선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필리핀 현지공장인 용성전자를 인수한 모 기업이 20억원을 인수대가로 지급한 사실도 확인했다"며 "이렇게 엄청난 돈이 경영진에게 들어갔는데 우리가 받아야 하는 퇴직금은 어디로 갔느냐"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런 근거에서 경영진의 외화횡령과 위장매각, 해외도피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노조는 "삼성으로부터 받은 돈과 선지급금, 용성전자 매각대금 등에서 은행부채를 갚는 데 사용한 500억원 및 일부 납품대금을 제외하고라도 엄청난 거금이 남아 있어야 하는 데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홍용성 회장이 '삼성 앞에서 목을 매고 싶은 심정'이라고 극단적인 언사를 했던 사실에 비춰볼 때 추정할 수 있는 삼성과의 제반 불공정 거래와 위장매각에 대한 의혹, 또 기업 사냥꾼한테 수백억원대의 막대한 사기를 당했다는 홍 회장의 주장을 근거로 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이를 사법적 해결과정을 거치지 않은 말못할 내부 공모과정의 진실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전·현 경영진 모두 해외로 빠져나간 채 모습을 감춘 상태여서 노조가 제기한 이런 잇딴 의혹들에 대한 진상은 상당기간 밝혀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노조의 호소대로 검찰이 월드텔레콤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수사에 나서 실체적 진실을 파헤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과 월드텔레콤노동조합은 8일 검찰청사 앞에서의 기자회견-1인 시위 돌입에 이어 앞으로 노조가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월드텔레콤을 둘러싼 각종 기업사냥꾼과 세력들간 복마전처럼 얽힌 추악한 내부 싸움의 진실을 밝히는 2차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아울러 노조는 월드텔레콤의 원청 회사인 삼성본관 앞에서의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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