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공천 폐지 안 돼도 無공천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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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공천 폐지 안 돼도 無공천 유력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3.08.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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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대통령 공약이라 … 야, 안철수 신당 견제 한뜻
당초 의도는 실종되고 선거 유불리만 따지는 상황
지방선거가 불과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 논의가 물밑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국정조사와 이에 따른 촛불정국으로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이슈는 올 하반기 정국을 지배할 것으로 보이며, 정치가 장외로 나가 당분간 장내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시·군·구청장과 시·군·구의회 의원 등 기초선거에 대해서는 정당공천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이를 주요공약으로 내걸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지지를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이 공약을 받아 안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에 대한 공천폐지나 무공천은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벌써부터 당초 의도는 실종되고 선거 유불리만 따지는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신청 광경.

따라서 이제 와서 또 다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논의하는 것은 ‘죽은 자식 ○○ 만지기’로 보는 것이 옳다. 사실 일각에서 ‘한시적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일단 정당공천에 따른 각종 역기능이 심각하니 한 번 폐지해 보자는 논리다. ‘폐지냐 존치냐’ 탁상공론을 벌이느니 한시적으로 폐지해 보고 기초 정당공천에 대해 실증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일종의 정치실험인 셈이다.

대선 후 문재인 의원이 민주당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주당 내에서 정당공천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이 일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공천권을 쥔 현역의원이나 지역위원장 등 소수의 주장이었음이 확인됐다. 민주당의 전(全) 당원투표 결과 공천폐지 쪽으로 당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7월20일~24일까지 닷새 동안 권리당원 14만128명을 상대로 당원투표를 실시했고 무려 51.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당원투표 투표율이 20∼30% 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해 2배 정도 높은 것이었다. 투표결과도 3분의 2가 넘는 67.7%가 정당공천 폐지에 찬성해, 이튿날 정당공천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민주, 최소한 무공천에 매달린다

문제는 향후 정국에서 여야가 선거법 개정에까지 도달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변수가 있다면 앞서 언급한 국정원 이슈에 따른 여야대립과 함께 대통령의 의중과는 관계없이 새누리당이 아직 기초 공천폐지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주 상당이 지역구인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7월 29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공천폐지에 대해 “첫째, 정당공천제를 포기한다면 검증되지 않은 후보들이 난립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운 할 수 있다. 둘째, 현실적인 인지도 차이 때문에 결국 현역이나 지역의 토호세력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 셋째, 막상 공천제가 내천으로 연결될 경우 그 과정에서 비리가 만연할 수 있다. 넷째, 헌법적 권리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4불가론’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확고한 상황에서 이같은 반기(反旗)가 찻잔 밖을 넘어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여야가 선거법 개정에 이르지 못할 경우 최소한 무(無)공천으로 대선 당시의 약속을 지키는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 4.24 재보선에서도 무공천을 실시한 바 있다.

공천폐지나 무공천에 더 적극적인 것은 사실 민주당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국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충북은 더욱 그렇다. 도지사와 청주, 충주시장(우건도 시장 취임 후 낙마), 충북도의회, 청주시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던 지난 지방선거는 ‘아 옛날이여’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특히 지방선거가 광역과 기초의 단체장과 의원을 동시에 뽑는다는 점에서 도미노 낙선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청주시민이 뽑은 선거에서 몰락한 4년 전의 새누리당이 반면교사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기초 공천폐지가 절실하다. 선거법이 바뀌지 않아도 무공천은 되지 않겠나? 충북지사 선거에서 상대 당 후보가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한 무공천만 이뤄져도 도의회 선거와 서로 상승작용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후보 난립, 전·현직에 유리

당도 시장·군수 후보군들도 자신의 선거 유불리만 따지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정당공천을 폐지하려는 당초의 목적은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역 시장·군수인 A단체장은 안철수 신당의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여야가 어떻게든 선거법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A단체장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안철수 바람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으로서는 호남이 붕괴되는 것을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여당도 대통령이 공약했고 이미 지난 재보선에서 무공천하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아직 논란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국민의 눈을 의식해 정당공천을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당 창당이 예상되는 안철수 의원 측이 호남을 기반으로 일어서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최근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에 거품이 빠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안 의원 진영에서는 ‘호남에 후보를 내고, 이외 지역에서는 민주당과 연대하자’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민주당 내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세력들이 있다.

어찌 됐든 공천폐지나 무공천이 현실화될 경우 인지도가 높은 전·현직들이 최소한 단체장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 뻔해 보인다.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현역이나 토호 등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 정통한 B씨는 “공천폐지나 무공천이라 하더라도 정당 표방이나 내천 등은 이뤄질 것이다. 당에서도 최대한 교통정리를 하겠지만 공천이 없는 상황에서 후보난립을 막을 수는 없다. 결국 3자 구도 이상일 경우 인지도를 바탕으로 20~30%의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전·현직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공천 폐지돼도 ‘단체장 짝짓기’ 예상

정당공천이 폐지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도지사 후보와 시장·군수 후보 사이에 암묵적인 러닝메이트 선거가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지사 선거는 시장·군수 선거 결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시종 현 지사는 당시 현역이었던 정우택 후보에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밀렸지만 청주권과 충주 등 도내 인구의 63%가 몰려있는 지역의 시장·군수에서 이기면서 대세를 뒤엎었다.

최근 물밑에서는 도지사 출마 예정자들의 합종연횡 시도가 이뤄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심지어는 현역 국회의원을 시장·군수에 출마하도록 설득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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