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공천제 폐지돼도 정치참여 위해 비례대표제 존치”
도내 비례대표 의원 중 '호평' 극소수...공천 제대로 해야

기초단체장·기초의회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비례대표제는 어떻게 될까. 그동안 비례대표제는 여성·장애인·청년 등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참여 목적으로 실시돼 왔다. 실제 사회적 약자들은 이 제도로 정치권에 진입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때문에 공천제가 폐지돼도 비례대표제를 살리든지 아니면 그런 역할을 대신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여성계의 목소리다. 남성들은 비례대표제에 대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나 성평등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여성의 정치참여가 남성들과 맞먹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새발의 피’ 수준에 불과하다. 충북은 현재 여성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지역구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충북도의회 전체 의원 28명 중 여성 의원이 3명(9.7%), 도내 기초의회 전체 의원 105명 중 여성의원이 26명(19.8%)있을 뿐이다.

이 중 비례대표 여성의원은 도의회에 2명, 기초의회에 21명이 있다. 도의회 1명, 기초의회 5명을 뺀 나머지 여성의원들이 비례대표이다. 만일 비례대표제를 폐지한다면 여성들의 정치참여는 훨씬 어렵게 되는 것이고, 성평등사회도 그 만큼 멀어진다고 보는 게 여성계 시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 7월 충북 여성정책기본계획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충북은 여성단체도 많고 역사적으로 오래된 지역이라 풀뿌리 활동의 잠재력이 크다. 충북여성단체협의회·여성포럼·여성연대 등만 아니라 전문직여성·주부·농민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부와 지회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참여 수준은 매우 낮다. 지역기반 여성과 시민단체 활동 지원 확대를 통해 대표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의 정치참여율은 유독 낮아 대표성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정치이다. 여성들이 원하는 성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평등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 정치인을 많이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

▲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비례대표제는 어떻게 될까. 여성들의 정치입문의 장 역할을 해온 비례대표제는 살려두거나 그와 같은 역할을 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여성계 주장이다. 사진은 지난 2010년 여성 공천을 요구하는 도내 여성계.

하숙자 충북여성정치세력연대 대표는 “비례대표제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들이 정치 진입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비례대표제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그리고 아울러 비례대표 여성 후보를 공천할 때 성평등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여성을 공천할 것도 주문한다. 공천을 제대로 해야 비례대표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는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각 정당에서는 그동안 비례대표를 통해 여성과 남성 후보를 공천했다. 오랫동안 여성계가 끈질기게 요구한 덕분에 1·3·5·7·9번 식으로 홀수를 여성으로 배치했다. 과거에는 정당이 비례대표 여성 1번 공천을 약속하고도 뒤집어 여성계가 항의하는 소동이 일었다. 하지만 여성을 공천하면서 여성계를 대표하며 주민의 편에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할 사람보다는 지역 명망가 중심으로 선정한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도내 지방의회에서 제대로된 의정활동을 한다고 평가받는 여성 의원은 2~3명에 불과하다. 정당에서는 도덕성·전문성·유권자 신뢰도·당 기여도·당선가능성 등으로 평가해 공천한다고 하나 이를 꼭 지키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때문에 위 5가지 사항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공천하는 것을 보면 다른 무엇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모 여성단체 대표는 “反여성적이며 의원의 자질을 갖추지 않은 여성의원이 많다. 남성들과 겨뤄볼 때 더 나은 활동을 한다고 할 수 없는 의원들이 많다는 얘기다. 여성 비례대표 의원은 여성계 대표로 의회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그에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의식이 없고, 집행부 견제를 잘 하지도 못하고, 주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제대로 하지 않는 의원이 많아 비례대표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여성들을 욕 먹이는 것이고 동시에 비례대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론적으로 말해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위해 비례대표 혹은 그와 걸맞는 제도를 살려야 하고 여성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할 때는 여성계를 대표할 인물을 선정하라는 것이다.

‘지방선거 나갈 사람 찾습니다’
선거철만 '반짝 고민' 충북 여성계..."평소 인물 발굴해 키워야" 일침

‘지방선거 나갈 사람 누구 없소?’ 충북지역 여성계가 선거철마다 하는 소리다. 여성계는 여성 정치인 확대를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성계가 선거철에만 후보 고민을 한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여성단체들이 당선자들을 축하하고 아울러 여성 정치인 키우기에 나서자고 결의를 다진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또 평소 정당과 유대관계를 맺기 위한 행사도 하지 않는다.

최미애 도의원(민주당·청주)은 “여성계는 평소에 인재양성을 해야지 선거 때만 인재를 찾는다. 여성단체는 평소 여러 가지 정치참여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정치에 관심있는 여성을 교육 시켜야 한다. 그리고 여성들도 정당에 들어가 활동해야 한다. 정당에 들어가지도 않고 공천 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규석 새누리당 사무처장도 “여성단체는 인물을 발굴해 정당에 추천해주면 여성 정치인 양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일 여성단체에서 교육하기 어려우면 선관위에 위탁해도 좋을 것이다. 선관위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도 교육생이 없어 못하고 있다”고 말한 뒤 “정치에 관심있는 여성은 일단 정당에 들어와 활동해야 한다.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천을 줄 수는 없다. 최소 1~2년 활동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금 거론되는 도내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중 여성들은 한 명도 없다. 지방의원 후보자도 손에 꼽을 정도다. 이를 보더라도 충북의 여성 정치인들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여성계는 아마 내년 선거 때도 후보 빈곤을 탓할 것이다. 평소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을 정치인으로 키우는 건 여성계 몫이다. 아울러 이런 역할은 정당에서도 해야 한다. 여성계는 정당이 너무 폐쇄적이라고 한다. 여성정치인 확대를 위해 여성계와 정당은 한 자리에 앉아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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