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관리사무소 직원 조사 '연인 사이' 주장
일부 주민 '터무니없다, 관리업체도 책임져야'

청주시의원이 운영하는 아파트관리 위탁업체 직원이 치매를 앓고 있는 60대 주민을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일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해당 업체 관리자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1개월 가까이 해당 직원에 대한 고용을 이어가 입주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치매를 앓고 있는 고 모(64·여)씨와 보호자 박 모(77·여)씨는 청주시 상당구 A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Q씨를 고 씨에 대한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인 Q씨가 지난 4월부터 수차례 고 씨를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Q씨는 경찰조사에서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고 씨와 연인 사이였고 결혼까지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는 고 씨(사진 왼쪽)의 보호자 박 씨(사진 오른쪽)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Q씨를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박 씨는 인지능력을 상실한 고 씨가 Q씨의 협박을 못 이겨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보호자 박 씨는 Q씨의 이 같은 진술에 흥분했다. 박 씨는 “Q씨는 50대 초반이다. 열 살 연상의 치매에 걸린 여자와 결혼하려고 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사랑이라는 것이 서로 같은 마음이어야 하는 것인데 고 씨에게 수차례 물었지만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씨는 취재진을 만나 성관계를 동의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고 씨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 이 병은 서서히 발병하며 최근 일에 대한 기억부터 잃어버리는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Q씨에 대한 일부 기억은 또렷했다. 고 씨는 “그런 사람을 내가 왜 좋아하냐”며 정색을 했다.

고 씨가 Q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4월이다. A아파트에 거주했던 K씨는 2011년 말 인근 소형 빌라로 이사했다. K씨가 청주에 내려와 정착한 것은 수년전, 가족이라고는 미국에 살고 있는 여동생뿐인 그는 치매를 앓고 있지만 돌봐 줄 사람도 없었다.

그가 다니던 성당의 수녀가 그의 딱한 사정을 알고 마침 A아파트에 홀로 거주하던 박씨에게 성당에도 함께 나오고 지근거리에서라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여동생도 박 씨에게 보호자의 권리를 위임했다.

이후로 박 씨는 고 씨를 가족처럼 챙겼다. 박 씨도 사정이 생겨 아파트를 나왔고, 둘은 인근 빌라와 아파트를 얻어 각각 살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A아파트에 살면서 이웃들과 정이 들었던 박 씨는 이사를 간 후에도 자주 아파트 경로당을 찾았다. 그때마다 고 씨는 박 씨를 엄마라고 부르며 따라갔다.

그러던 5월 어느 날, 박 씨는 고 씨로부터 남씨의 성폭행 행위를 전해 듣게 됐다. 고 씨가 통증을 호소하면서 그간의 일들을 이야기 한 것이다. 그 일로 인해 고 씨는 보름간 산부인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박 씨는 “그 애도 아파트에 살았던 터라 경로당에 오면 혼자 밖을 나가곤 했다. 익숙한 곳이니 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관리사무소 직원 Q씨와 우연히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고, 어느 날 Q씨가 TV를 고쳐주겠다며 집엘 찾아왔다고 했다. 그때는 TV만 고쳐주고 갔는데 아마도 그 애가 버튼을 누르는 것을 보고 비밀번호를 외운 것 같다. 이후로 수시로 드나들었고, 그 짓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박 씨는 고씨가 치매환자인 점을 감안해 고 씨의 집에 CCTV를 설치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서다. CCTV를 설치하면서도 아니길 바랐지만 결과는 수일 만에 밝혀졌다. 남 씨가 버튼을 누르고 집으로 들어와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녹화된 것이다. 박 씨는 사실 확인 후 곧바로 고 씨의 짐을 간단히 챙겨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지난 6월 12일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Q씨 근무 날은 애들도 못 내보내”
문제는 관리사무소의 행태다. 박 씨는 사실을 알게 된 5월부터 Q씨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박 씨는 “Q씨가 평상시에도 변태 같은 행동을 일삼았고, 청소용역 아주머니에게도 성적인 모욕감을 주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가 취재진에게 내민 ‘사실확인 진술서’에는 이를 확인시켜주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서명이 빼곡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민들의 항의에도 관리사무소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 입주민은 “그 사람이 근무하는 날에는 아이들을 내보내기도 두려웠다. 집안에 수리할 일이 생겨도 그 사람이 근무인 날은 요청할 수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다른 입주민은 “분양아파트 같았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관리사무소가 갑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38㎡의 소형아파트로 지난 2010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도난 아파트를 매입해 영구임대아파트로 전환한 곳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관리사무소 측은 반박했다. 관리소장은 “Q씨는 당직기사로 일했고, 지난해 6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한 뒤 “경찰수사 중이지만 Q씨의 범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해고할 수는 없다. 지난 6월 13일 처음으로 이야기를 전해듣고 다음날 7월 12일까지만 근무하라고 해고 예고통보를 했다”며 적절한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관리소장은 또 “그 이후로도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 들어와 급여는 7월 12일까지 지급하는 조건으로 7월 5일에 서둘러 일을 그만두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관리소장의 주장과는 달리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발생하면 예고 통보없이 즉시해고가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성폭행이냐 아니냐는 사실관계를 떠나서 판단능력이 온전하다고 할 수 없는 치매노인과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것만으로도 주민들은 불안에 떨 수 있다.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하다. 이런 경우 사회 통념상 즉시 해고가 가능하며, 또한 즉시 해고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Q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성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경찰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동이나 장애인이라면 성적 자기결정권이 없다는 점에서 좋아서 했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치매노인의 경우는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Q씨도 수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맺은 것은 시인했다. 이 과정에서 폭력이나 협박이 있었느냐에 따라 성폭행이 성립여부가 결정된다. 아직은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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