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식 충북학연구소장

현 정부의 3대 국정 기조의 하나가 문화 융성이다. 그 때문에 어느 사이 문화 융성이란 말이 익숙해진 아젠다로 다가오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와 문화적 가치의 사회적 경험인식은 피부에 와 닿지 안는다. 그 만큼 문화가 척박한 시대에 살았다는 증거이다.

흔히들 21세기 지식정보사회는 ‘문화의 시대’라 한다. 이미 진부해버린 말이 되어 버렸지만, 그 저변에는 역설적으로 문화의 위기라는 모순이 숨어 있다. 진정한 문화예술은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문화 속에 삶이 있고 삶 속에 문화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대중과 문화예술인의 구분이 없는 일체화된 생활양식이 되었을 때, 그 시대의 문화예술이 꽃피고 문화적 삶을 향유하고 예술세계에서 당대인들의 멋진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말론하고 문화적 르네상스 시대에 나타난 공통된 현상들이다.

문화는 삶의 결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규범, 가치관, 꿈과 희망, 갈망, 희노애락 등과 같은 문화요소들이 일정한 형식으로 예술의 힘을 빌려 상징화되거나 기호화되어 표현된다. 그래서 문화는 시대마다 다르다. 문화가 억압된 시대는 문화의 형질이 변형되거나 왜곡·굴절되며, 그에 따른 부정적 결과는 최대의 문화 담지자인 대중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시대에 내재된 문화요소들이 적절히 올바른 방향으로 표출되고 그를 통해 문화와 삶이 일체화된 사회는 건강하며 역사의 발전 에네르기로 이어진다. 그것이 바로 문화 융성의 시대가 꽃피울 결과이다.

이렇듯 한 시대 문화예술의 힘은 크다. 시대를 좌우한다. 문제는 그러한 문화예술의 힘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쏟아낼 것인가에 달려 있으며, 특히 문화적 사회구성원의 집합체인 지역단위의 문화 융성이 중요하다.

지역은 상상의 문화공동체이다. 지역은 행정단위가 아니다. 지역이 문화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문화요소에 대한 소통과 공감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이 예술적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문화예술이 살아숨쉬는 지역단위의 일정한 결을 이루어야 한다.

여러 문화요소들이 보다 생산적으로 소통되고 공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원천으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의 규범과 이념, 그리고 정치적 지배규율을 뚫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상상력과 창의성이야말로 지배규율에서 벗어나 개인의 문화적 감수성을 활성화하고 살맛나는·신명나는 사회를 만드는 힘이다. 즉, 문화 융성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조건이 성숙될 때 지역민들은 문화예술적으로 소통하고 공감을 이루면서 지역을 문화예술적으로 디자인하고 포장한다. 그러면서 지역은 규율에서 벗어나, 뱀이 껍질을 벗고 나오듯 역동성이 표출되면서 구각을 벗고 새로운 무대가 열린다.

상상력과 창의성에 기반을 둔 변방의 문화가, 소수의 목소리가 중심부를 넘나들면서 모두가 함께 누리는 문화예술로 승화된다. 그러면 지역 구성원들 모두가 행복한, 적어도 행복해질 수 있는 문화 환경이 만들어지며 문화예술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대중문화로 이어진다.

특히 디지털 정보매체에 의해 지식정보사회의 대중문화가 획일성과 상업성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지역의 문화예술이 지역민의 삶과 만나고 그것이 삶의 질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리고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어느 시대보다 상상력과 창의성이 요구된다.

더욱이 오늘날의 문화예술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상의 열차와 창조의 물결이 대중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모두 함께 하는 문화예술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문화예술인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되며, 어떤 형태로든 시민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그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여 사회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문화적으로 활성화된 사회, 그를 통해 보다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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