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표 · 글씨: 김재천

“설마 대한민국 국정원이 댓글을 달았겠냐”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터넷에 댓글 좀 단다고 선거에 영향을 미쳤겠냐”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정치 관련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그것 보라”며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옳았음을 과시하는 사람도 다수였다.

그런데 국정원 정예요원들이 정말 일삼아 댓글을 달았다. 민간인들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댓글작업을 벌였고 이들의 계좌에 1억원에 가까운 돈이 입금되기도 했다. 김용판 전 청장은 왜곡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해 선거에 개입했고, 수사축소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됐다.

2011년 10.26 재보선 당시에는 선관위 홈페이지를 해킹해 ‘투표소 찾기’를 방해한 이른바 ‘선관위 디도스 사건’이 있었다. 그때도 “선관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투표소를 찾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충청리뷰는 2011년 4.27 재보선 당시 경남 김해에서 가짜공사와 교통사고를 가장해 창원터널 정체를 유발함으로써 투표를 방해했다는 ‘터널 디도스’를 보도하기도 했다.

결론은 나왔다. 촘촘한 자들이 이긴다. 댓글도 달고, 선관위 홈페이지도 해킹하고 터널까지 막는 성실한 자들은 무엇이든 다 했을 것이다. 그렇게 촘촘하게 준비한 자들을 누가 당해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촘촘하다 못해 법의 경계를 우습게 넘나든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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