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50만원에서 200만원 … 서울,인천은 30만원
얌체 파산신청 막아야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 배려 필요

▲ 청주지방법원은 파산관재인 선임비율이 30% 내외에 불과해 불필요한 파산관재인 선임을 차단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청주지방법원에 개인 파산신청을 한 신숙자(여, 가명)씨는 10부 이자의 사채를 쓰고 있다. 신 씨가 사채를 쓰게 된 경위는 역설적으로 사채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신청한 파산선고를 받기 위해서였다.

신 씨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남편과 3년 전 이혼했다. 전 남편은 사업실패로 수억 원의 빚을 졌고 이 과정에서 신 씨 또한 억대의 빚을 떠안았다. 가정주부였던 그는 빚을 해결할 능력이 일절 없었다. 그의 대학생 자녀 둘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월세 방 조차 구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그는 ‘여성한부모쉼터’로 지난해 9월 거주지를 옮겼다. 이곳에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동행’(대표 이인선, 이하 ‘동행’)이란 단체를 통해 신용회복을 위한 여러 방법들을 알게 됐다.

신 씨는 ‘동행’의 조언대로 청주지방법원에 파산신청을 접수 했다. 이때 법무사 비용으로 80만원이 소요됐다. 급한대로 20만원을 지불하고 나머지 금액은 차후에 갚기로 법무사에 양해를 구했다. 

그가 제기한 ‘파산신청’을 청주지방법원이 받아들였지만 또 다른 난관이 그를 맞이했다. 법원이 파산관재인을 선임하면서 180만원의 비용을 납입하라는 ‘예납명령’을 내린 것이다.

자신이 소유한 유일한 재산인 티코 승용차를 이용해 족발 배달일을 하며 약간의 수입을 올리고 있던 신 씨의 사정상 180만원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신 씨는 이 돈을 마련해야 했다. 왜냐하면 파산관재인을 선임하지 못하면 ‘파산절차’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신 씨는 전 남편을 빚의 수렁에 빠뜨렸던 사채를 통해서 비용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신 씨는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다.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아무개 변호사의 고압적인 태도가 원인이었다. 파산관재인은 신 씨의 유일한 재산인 티코 승용차를 압류하고 사용을 중지할 것을 명령했지만 당장 생계가 급했던 그는 차량 운행을 계속했다.
신 씨는 파산관재인의 고압적인 자세와 말로 인해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지금 당장은 50만원도 큰 부담

경제적 곤궁으로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채무자 상당수가 제도를 통해 새 출발의 기회를 얻었으나 재산을 숨기거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처럼 꾸며 제도를 악용하는 ‘얌체’ 신청자도 늘어가는 추세다.

청주지법에 따르면 개인파산 신청사건 처리건수가 2011년 1267건에서 2012년도에는 2106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기각된 사건은 2011년 25건에서 지난해 90건으로 3배 이상 크게 뛰었다.

개인파산 면책신청의 경우 빚을 100% 탕감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얌체’ 신청도 덩달아 늘어가는 상황. 이 같은 신청이 늘어나자 법원은 지난 2010년부터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빚을 전부 탕감 받는 개인파산 구제건수는 크게 줄었다.

이뿐만 아니라 청주지방법원은 면책 이후 남은 재산을 처분하는 관재인 선임을 확대하면서 거짓으로 신고를 할 경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파산관재인’은 개인파산 사건에서 파산관재인은 채무자의 감춰진 재산이나 소득에 대한 검증을 하는 역할을 한다. 법원은 소득이 있거나 재산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신청자에게 관재인을 선임토록 해서 재산 상태를 분석한다.  파산관재인의 선임은 법원에 의해 이뤄지며 변호사를 중심으로 선임한다.

파산관재인 제도는 채무를 갚지 않기 위해 허위로 파산신청을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도 50만원에서 200만원의 파산관재인 예납금 비용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인선 ‘동행’ 대표에 따르면  파산관재인 선임비용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문제는 신 씨의 문제만은 아니다. 3200만원의 부채를 갚지 못해 올 초 파산신청을 접수한 김수동(남. 66세)씨 부부. 1997년부터 식당을 운영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빚만 안은 채 식당 문을 닫은 김 씨 부부는 가사도우미와 노점상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지만 이 수입으로는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09년 김 씨는 폐암 선고를 받았고 수술 이후에는 정상적인 노동은 불가능했다.

결국 김 씨 부부는 파산신청을 했지만 법원으로부터 부과 받은 50만원의 파산관재인 선임료를 납부하지 못해 파산절차는 중단됐다.

이 대표는 “기초생활수급자등 예납금을 납부하기 힘든  여러 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예납금 때문에 파산신청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산관재인 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정말로 이 돈을 납부할 수 없는 사람의 형편을 감안해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대표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주지방법원 이국현 공보판사는 “실제로 파산관재인이 선임되는 경우는 30%가 안된다. 파산신청인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파산관재인 선임 이전단계에서 파산 신청을 마무리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이나 인천은 100% 선임한다. 우리 법원은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파산관재인을 선임하고 있다. 과연 어떤 것이 유리한가?”라며 반문을 제기했다. 비용이 타 지역보다 높은 것에 대해선 “타 지역은 관재인 선임을 의무화 했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을 낮 출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주지법은 “관재인 선임을 최소화 하기 때문에 사건이 적다. 이에 비해 사건의 조사 수준이 높다. 당연히 관재인의 역할이 늘어나는 만큼 비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개인파산과 면책…제대로 활용하면 경제적 새출발 가능

 파산이란 '모든 재산을 충당하여도 지급불능 상태, 즉 이자도 갚기 힘든 상태에 처한경우 그 정리를 위해 법원에 신청하는 절차를 말한다. 면책이란 파산 선고 후 법원의 결정으로 채무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주는 절차를 지칭한다.

파산 및 면책 제도는 지금 수입으로는 빚을 갚기는 커녕 이자도 갚을 수 없는 절박한 상태에서 채무의 책임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 채무 조정제도다.

파산면책을 신청하는 소용되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법원 파산과에 제출할 때 소요되는 파산 송달료 3만200원과 채권자수에 6040원을 곱한 금액, 면책송달료 3만200원과 채권자수에9060원을 곱한 금액을 모두 합하면 된다.

만약 돈을 갚아야 할 곳(채권사)가 10곳이고 채무가 5000만원이라면 21만1400원이 소요된다. 채권사가 1곳에 불과하고 채무가 5억원이라면 7만5500원이 소요된다.

즉 채무의 크기와 파산면책비용과는 무관한 셈이다. 이러한 비용도 법률구조공단에 제출하면 무료이다.

단 전국가구평균 60%이하의 소득자, 약 260만원 이하의 소득범위내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다만 법무사를 선임하는 경우에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현재 청주지역에서 법무사를 조력으로 개인 파산을 신청할 경우 수임료는 150만원에서 200만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개인 회생에 도움을 주는 시민단체로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동행’(대표 이인선, 전화 286 382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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