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척결·공직사회개혁 신념으로 공무원노조 설립
비리공무원도 복직되는데…파면·해직 된지 9년째 방랑

▲ 파면, 그리고 낙인(烙印) 2010년부터 2012년 사이에 비위 혐의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170여명. 이중 공직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파면과 해임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13명에 불과했다. 이들 중 일부는 제자를 성추행하거나 공문서를 위조해 수해복구비용을 가로챈 반 사회적인 범죄도 있었지만 파면되거나 해임되지 않았다.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을 내걸고 설립된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지금까지 해직된 공무원은 지금까지 40명. 이들 중 3명은 소청 심사를 통해, 20명은 행정소송을 통해 복직했지만 17명은 기약 없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란 과연 무엇일까? 인권인 노동기본권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일까. 아니면 복종의 의무가 통용되는 공직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중범죄자에 대한 낙인일까. 과연 공무원노조에 대한 어떤 해석이 우리사회에 진정으로 유익할까?

공무원노조 설립을 이유로 파면 혹은 해직 돼 아직까지 일터로 돌아기지 못한 사람은 충북도내에서 17명. 9년째 관청 옆을 맴돌고 있다. 이들은 공무원노조에 참여한 계기에 대해 ‘순수했다’고 말한다.

노조를 통해 부패한 공직사회를 개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다급했다. 40대에 시작한 일들이 이제 공무원 정년을 앞둔 나이가 됐다. 1년 이내에 복직되지 못하면 영원히 ‘파면된 공무원’으로 남는다. 그게 두렵다. 중범죄 비리 공무원도 복직되는 마당에... 이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무원 노조 해직자 복직에 관한 특별법에 실날 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 공무원노조 해직자들이 모여 지난날의 시간을 돌아보고 있다. 왼쪽부터 최영종, 이윤석, 표세훈, 장성유 해직자. 이들 외에도 13명의 해직자들이 공직으로의 복직을 꿈꾸고 있다.

2001년 창립된 전국공무원노조(이하 ‘공무원노조’)의 창립 구호는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 단순하고 명쾌했다. 이 단순한 창립구호를 내세우기 위해 공무원노조는 수많은 반성문을 적어냈다. ‘정권의 시녀가 되어’로 시작하는 반성문은 ‘더 이상 정권의 시녀이기를 거부한다’는 선언으로 이어졌다. 실천을 통해 공직사회를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당시 김대중 정부는 이들의 선언을 수용하지 않았다. 2001년 공무원노조 창립대회를 막기 위해 경찰에 갑호비상령을 발동시켰다. 출발부터 정부의 반대에 막혔던 공무원노조는 2004년 11월 14일 공무원노조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초유의 4시간 파업투쟁을 진행했다.

그러나 대치선은 풀리지 않았고 대립만 격화됐다. 파업 당일 1만6000명의 경찰이 전국 239개 관공서 주변에 배치됐다. 정부와 경찰은 허가 없이 일자리를 벗어나거나 조기 퇴근하는 모든 공무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경찰의 나라가 따로 없었다.

파업 이후 노무현 정부는 더 강경해졌다. 공무원노조 간부 34명을 구속하고 444명을 해고하고 2068명을 징계했다. 충북도에서는 40명이 해직되고 76명이 징계를 받았다.

2005년 2월 22일부터 26일 까지 4일 동안 진행된 충청북도 소청위원회 심사(이하 ‘소청’)가 끝난 뒤 40명의 공무원노조 해직자들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결과는 ‘파면’과 ‘해임’과 같은 공직배제 징계를 받은 40명 중 소청을 통해 구제된 사람은 단 3명. 나머지 37명은 바뀐 것이 없었다.



성추행보다 더한 죄인인가?

충청북도 소청위원회의 결과는 가혹했다. 무엇보다 해직자들을 슬프게 하는 것은 성추행이나 사기, 공금횡령과 같은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들 보다 더 나쁜 취급을 하는 것이었다.

진청군청 해직자인 장성유 씨는 사례를 제시했다. 그 시기에 충북 C군의 아무개 공무원이 주민등록번호를 조합하는 방법으로 공문서를 위조해 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 받았다. 이를 적발한 관계 당국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파면을 의결했다. 하지만 표창을 받았다는 이유로 한 등급을 감경한 해임처분을 내렸다.

처분에 불복한 아무개 공무원은 소청을 신청했다. 충북도 소청심사원들은 인사위원회의 처분이 중하다며 공무원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직 처분을 내려 공문서를 위조한 공무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렇게 공무원 노조에 대한 집중적인 중징계는  구체적 수치로 확인된다.  2009년 충청북도 국감에서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서울 중랑갑)이 국정감사에 앞서  2005년의 ‘충청북도 지방공무원 소청심사구제율’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5년도 충청북도 소청심사 구제율은 자그마치 92.9%에 달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올 7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취득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에 대한 징계 자체가 얼마나 솜방망이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제자를 성추행한 교사에 대한 징계가 정직 3개월, 일반인을 성추행한 교사에 대한 징계가 ‘견책’에 불과했다. 불륜 즉 간통죄를 위반한 교사는 ‘불문경고’에 부쳐지기도 했다.

2004년과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공무원노조에 대해 행정안전부(장관 김두관) 지침으로 ‘배제징계’방침과 소청심사에 대해 ‘징계유지’를 지침으로 내렸다. 공무원 노조에 대한 참여정부의 인식이 어떠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명예회복을 원한다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내걸고 시작한 공무원노조 설립과 합법화 투쟁 과정에서 지금까지 해직자로 남아 있는 사람은 충청북도 기초자치단체 소속이 13명, 충청북도교육청 소속이 3명, 충북대학교 소속 1명 등 17명에 달한다. 이중에서 최고령자는 58세의 한근석 전 공무원노조음성군지부장이다.

공무원 정년이 60세인 것을 감안하면 한 씨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2년뿐이다. 국회에 공무원노조 해직에 관한 특별 법안이 계류중이지만 통과 여부는 누구도 낙관하지 못한다. 해고자의 복직은커녕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설립 인가를 취소했고, 현 박근혜정부는 노조설립신고 필증 발급도 거부하고 있다.

괴산군청에서 해직된 최영종(전 괴산군 지부장)씨는 “공직사회에서 파면자로 남는 것이 가장 두렵다. 파면자란 누구인가? 어지간한 파렴치 범죄 아니고서는 파면자로 남지 않는다. 우리가 과연 파렴치범인가?”라고 현재의 겪고 있는 고통을 토로했다.

청주시청에서 해직된 표세훈(전 청주시 지부장)씨는 “해직자 생활이 10년 정도 되다보니 이제는 모르는 후배들이 더 많다. 청사에 가도 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며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했다.

해직자들은 한결 같이 말했다. “누구보다도 순수하게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원했다. 우리는 공무원 노조가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 믿었다. 이것이 죄라면 죄다. 우리는 결코 파렴치범이 아니다. 시간이 늦기 전에 우리의 명예를 회복해 달라” 

한편, 공무원노조 관련 해직자들의 복직 내용을 담은 특별법에는 도내 새누리당, 민주당 소속 8명의 의원 모두를 포함해 현재 164명의 국회의원이 찬성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