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건행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집행위원장

교육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가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정치 문제에서 세부적으로 노동, 통일, 환경, 사회양극화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를 교육에 대한 비전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구조화 되어 있는 사회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현재 우리 사회의 교육이 본연의 목적에 부합되도록 정책이 입안되는지와 학교가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공간인지를 묻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이 학생인권조례이다.

‘가장 인권적인 것이 가장 교육적이다’라는 말은 소통과 자치의 확립, 차별과 폭력의 철폐를 함의하고 있는 명제로 학생인권조례의 실천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긴 과정 속에서 잠재화 되었다가 표출된 것으로 다수 대중의 요구와 염원이 담겨 있는 시대정신이다.

2011년 충북은 45개의 지역단체가 모여 ‘주민발의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인권의 사각지대라 불리는 학교에 대해 변혁을 갈망하는 몸짓이었다. 시작도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결국 2012년 8월 주민발의 조례안 청구인 서명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2013년 3월 27일 이기용 교육감은 교과부의 엄호 아래 충북교육청법제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구실삼아 충북학생인권조례안을 최종 각하 처분했다. 행정청의 사유화 된 권력이 주민의 권리를 묵살한 것이다. 충북교육청은 각하 처분 결정의 근거로 지방자치법 제 15조 2항의 ‘상위법 위반’과 ‘행정기관의 설치에 관한 사항 위반’을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지방자치법’은 주민청구조례안을 지방의회에 부의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첨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지방의회는 주민청구조례안의 내용에 기속됨 없이 수정 의결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청구조례안의 적법성이나 타당성 등에 대해 다투는 견해가 있는 경우에도 그 위법성이 다툼의 여지없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지방자치단체장은 조례안을 각하할 수 없다.

교육감은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인권을 보호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이를 방기하면 직무유기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차별은 바로 학교현장의 인권부재를 나타내는 명확한 증거이다.

그 동안의 교권이나 학생인권과 관련 현 충북도교육감의 인권의식과 감수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조례안 각하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교육감은 학생인권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걷어내야 할 책무가 있다.

오는 8월 22일 청주지방법원이 ‘조례안 각하취소 소송’에 대한 선고를 한다. 전국적으로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만큼, 주민의 소중한 의견이 지방의회에 전달되어 조례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