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내 서문교(옛 풍물다리)에 지난달 31일 오전 야외 분향소가 설치돼 행인들을 의아케 했다.

분향소의 정체는 시민사회단체 ‘남성연대’ 대표였던 故 성재기씨(46)를 추모하기 위한 것.

청주에 아무 연고도 없는 성씨의 분향소가 도심 다리 한 가운데 설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엔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인터넷 사이트 회원들이 있었다.

일베는 지난해 대선 즈음부터 보수 성향 지지, 고인·한국여성 비하 등 게시글로 유명세를 쌓으며 현재까지도 옹호·반대 의견이 엇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다.

청주에 거주하는 일베 회원들은 지난달 29일 성재기씨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청주에서도 조문을 해야 한다’며 분향소 설치를 추진해 왔다.

결국 지난달 31일 오전 기습적으로 서문교에 분향소가 설치됐고, 한 회원은 조화까지 보냈다.

남성연대 대표로 활동하며 여성부 폐지, 남성인권 신장 등을 주장했던 성씨는 그간 일베 회원들에게 영웅시 돼 왔다.

그런 성씨가 투신으로 생을 마감하자 일베 사이트에서는 전국 각지마다 분향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날 청주 서문교 분향소에는 약 20여명이 조문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한 시민은 “무슨 생각으로 다리 한 가운데 저런 걸 설치했는지 모르겠다”며 “지역을 위해 헌신한 분들이 돌아가셨을 때도 저런 분향소는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성씨는 지난달 26일 남성연대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을 호소하며 한강에서 투신, 소방구조대가 수색을 벌여왔으나 29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성씨는 투신을 예고하기까지 해 온라인상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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