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회화학과 비주얼아트과로 개편
충북대-디지털정보융합학과 폐과 결정

▲ 남소연·CJB청주방송 작가
요즘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가 바로 학과 통폐합이다. 최근 대학사회가 학과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본령이 학문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것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취업률 등을 기준으로 삼아 무리한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위치한 중앙대학교 아시아문화학부 소속의 비교민속학과는 전공이 폐지됐고, 대전에 위치한 배재대학교에서는 법학과를 공무원법학과로 개편해 70명이던 정원을 60명으로 축소했다.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배재대의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문학과는 결국 한국어 문학과로 통폐합 됐고 정원 역시 축소됐다. 경남대학교의 철학과, 한남대의 철학과의 폐지 등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우리지역 대학가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청주대학교의 회화과는 학교 자체적으로 시행한 경쟁력 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회화학과 폐지를 결정해 재학생은 물론 지역 예술계의 반발을 샀다. 충북 민예총은 성명서를 통해 “청주대 회화학과 폐과 결정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폐과된 예술학련 관련 학과를 부활해 진정한 예술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주대 회화학과는 지난 입시에서 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나 취업률을 잣대 삼은 교육부의 잘못된 지표적용 방식 때문에 희생양이 됐다”며 “청주대는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설계하라”고 주문했다. 재학생들 역시 수차례 집회를 열며 학과 폐지 철회를 촉구했다.

청주대학교 회화학과 김서희 학회장(회화학과·10학번)은 “폐과된 기준이 오로지 취업률과 학생 재적만으로 평가된 사실이 안타깝다”며 “학교 측에서 이런 순수학문을 몰살시킨다면 이 사회의 미래 또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청주대학교는 지난달 교무위원회를 열고 폐지를 결정했던 회화학과의 교과과정을 전면 수정해 순수예술에 기반을 두되 실용학문의 다양한 영역을 접목한 비주얼 아트과로 전면 개편키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반대했던 학생과 동문, 지역 예술계가 이 대학의 결정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 지난 5월 청주대 회화학과 폐지에 반대해 학생들이 농성을 벌이는 등 진통을 겪었다.

국립대 중 한 곳인 충북대학교 역시 최근 학과 폐지에 따른 진통을 겪고 있다. 충북대는 2014학년도 입시부터 디지털정보융합학과를 폐지하고 30명 정원을 소프트웨어 학과에 19명, 자유전공학부에 11명을 배정키로 결정한 것이다. 더욱이 이 학과는 작년 3월 신설된 이래 약 1년 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과 통폐합 소식이 전해져 더욱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 측 관계자는 “비슷한 커리큘럼의 학과를 통합하여 학교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효율적인 학습 제공효과를 얻기 위해서”라고 항변했지만 학생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학의 이러한 결정이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상아탑의 본질을 망각한 근시안적 행보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폐과의 명분이 미약하며, 밀실담합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나동환(디지털정보융합학과·12학번)학생은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강제로 학과를 폐지하고, 옮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개설된 지 2년이라는 기간도 채 되지 않았으며, 학과 졸업생도 배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폐과를 결정할 방침이었으면 어떤 연유로 과를 개설했는지 의문스럽다”며 소통 없는 학교의 자세를 지적했다.

디지털정보융합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 역시 “당사자인 학생들이 폐과에 대한 소식을 하나도 들을 수 없었다. 학과 통폐합에 대한 거부권도, 아무런 의사결정도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최근에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디지털정보융합학과의 부당한 폐지를 호소하는 청원서명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대학마다 내세우는 명분은 비슷하다. 경쟁력 없는 학과, 즉 기업의 수요가 낮은 학과는 폐지할 수밖에 없으며, 학과를 유지하려고 해도 입학정원을 채우기 어렵고, 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도 줄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다.

더욱이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학생이나 교직원 등 정작 중요한 구성원의 의견은 전혀 수렴되지 않은 통보방식으로 통폐합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우려스러운 행보에 대학의 학부, 학과 통폐합 시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묻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지식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가의 투명성과 민주성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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