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학문 사라지면 오래된 자료들도 쓰레기로 처리 되어 버릴 것

▲ 이창수·아티스트
푸릇한 새싹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데 새싹은 이미 온대 간대 없다. 2013년은 벌써 정점에서 넘어가 2014년으로 내려간지 한 달여가 다 되어간다. 올 봄 청주대학교에서는 회화학과 폐과 결정으로 순수 미술학문의 자리가 계절과 상관없이 위태롭게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 젊은 졸업생들의 전시를 대청호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반직선’이라는 전시 제목으로 청주, 청원지역 개인 창작 미술가 10인의 전시이다. 지역에서 절대 숨어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은 아니지만 그들을 설명 할 때 ‘지역의 숨은 젊은 작가를 찾다’라는 표현을 기획자가 서슴없이 쓰고 있었다. 미술가들은 현실에 참여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숨어있는 듯 보이지만 대다수의 미술가는 자신이 하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한다. 마음은 양지를 향하는데 언제나 음지로 봐주는 것이다.

열 명의 미술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 눈에 띄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세핀 작가 작품이 눈에 띄었다. ‘아날로그를 기억하라’ 라는 작품인데 오래된 학교 판화실에서 발견한 1969~70년까지 1년간 신수회 그룹 활동에 관한 기록을 응용한 작품이었다.

▲ 사소한 모든 일에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반직선’전시는 문의면 대청호 미술관에서 8월4일까지 열린다.



오래된 도록과 회비 사용내역 등이 고스란히 기록되어진 그것을 보며 이중 몇몇이 미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그들이 한 그 당시의 예술 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었을지 궁금해 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 각기 중요한 일들이 과연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을까?

이처럼 40여년이 지난 뒤 나의 기록이 어느 누군가에 의해 발견된다면 그것을 후대엔 어떻게 보아줄까? 를 생각하게 해주는 전시였다.

일차적 학교 경쟁력 약화의 주범이라 칭하는 순수학문들이 사라지면 이렇듯 찾아낸 오래된 자료들도 그냥 쓰레기로 처리 되어 버릴 것이다. 곧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사회구조를 약화시키는 주범으로 되는 세상이 안 오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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