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증사진·외형만 있고 내면 없는 여행기는 불편
품위 있고 감동 있는 나만의 ‘진짜 여행기 만들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을 이렇게 노래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눈에 반해버리고 빛의 속도로 사랑을 교체한다. ‘불타는 금요일’. 줄여서 ‘불금’이 되면 페이스북 에는 아직 손도 안댄 수많은 음식물이 ‘좋아요’를 애타게 기다린다.

이제 휴가의 계절 이다. 청춘은 청춘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쉼’을 찾아 떠날 것이다. 그리고 ‘쉼’이 끝나면 저마다 두 가지를 남길 것이다. 바로 ‘기억’과 ‘기록’.  여기서 기억은 간직하는 것이다. 저마다의 마음속에서 고요히 저장되어 뒷날 때론 가슴 저미게 재생된다.

반면 기록은 열람된다. 혼자 보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 볼 수도 있다. 잘 된 기록은 희미해진 기억을 보강해 감성을 돋아 주는 역할을 한다. 나 아닌 타인 에게는 나와 가족의 삶을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고 정보 제공의 역할도 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에는 ‘불금’의 맛 집처럼 수많은 기록이 홍수처럼 넘쳐난다. 제주도 올레길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유명한 바위나 폭포는 죄다 올라와 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검색어로  ‘여행기’란 단어를 입력하면 셀 수 없을 만큼의 글과 서적이 올라온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곳에서 넘쳐나는 풍경과 정보에 대해 달가워 하지 않는다. 때론 공해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왜 일까? 맛 보지 않은 맛 집 요리 사진처럼 박제된 느낌이고  자신에 대한 ‘과잉노출’이 불편함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서점에 진열돼 있는 여행 서적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길 안내와 사진으로 요란하게 범벅이 돼 있지만 감동을 찾기는 힘들다. 심지어 불법으로 운영되는 사설 시설까지 요란하게 미화되고 포장돼 있다.

사람들은 휴가와 여행을 통해 힐링을 얻기를 원한다. 여행에 대한 기록은 자신의 성찰에 대한 기록이고 상처에 대한 치유의 과정이다.  진정한 ‘휴’(休)를 얻기를 원한다면 기록을 남겨보자. 요란 법석하고 겉만 포장된 여행기가 아니라 삶의 여백을 채워가는 기록물을 원하신다면 참고해보자.

“자세히 보면 예쁘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길 위에 삶과 쉼이 있다“ 전문가 3인의  여행기를 참고해 나만의 색다른 여행기를 제안한다. 
 

자세히 보면 예쁘다.


휴가철인 지금 들과 산에는 야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참나리꽃이 주황생 꽃망울을 환하게 터트리고 곰취와 같은 산나물도 노란 꽃망대를 30cm쯤 하늘위로 올리고 있다. 휴가지에서 숨 한번 크게 쉬고 풍경과 사람이 아닌 들판으로 시선을 돌리면 우리는 수 많은 야생초와 야생화를 만 날 수 있다. 

‘야생초편지’(도솔 출판사) 저자 황대권.  그는 서울 농대를 졸업하고 뉴욕소재 사회과학대학원에서 제3세계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학원간첩단 사건에 연루 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985년부터 마흔 네 살이 되던 1998년까지 13년 2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이때 자신의 만성 기관지염을 고쳐 보려고 교도소 안에 있는 풀을 뜯어 먹었다. 그러다 야생초에 반해 야생초 연구자가 되었고 기록으로 남겼다. 감옥에서 어렵게 씨를 구해 각종 야생화를 정성껏 가꾸며 삶의 이야기를 담아 편지를 통해 세상에 날려 보냈다.

야생초를 사진으로 찍을 순 없었지만 손으로 그림을 그렸다. 마가린 통에 들꽃을 심고 코카콜라 병에 청개구리를 키우며 거미와도 친구로 지냈다. 

예쁘지 않은 것은 없다.  나태주 시인의 표현처럼 자세히 보지 않았기 때문에 미처 몰랐을 뿐이다. 한편 황대권 씨는 지난 해 12월 ‘야생초 편지’ 두 번째 이야기름 담은 ‘고맙다 잡초야’(도솔 출판사)를 펴냈다.

오래된 것들은 아름답다.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삶을 사는 동안 알게 모르게 축적되는 환상이 있다.”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건축과 승효상씨는 여행의 첫 번째 유효함으로  축적된 환상을 깨뜨리고 이것을 통해 진실을 발견하는 것을 꼽았다.

두 번째로 이방인 되는 되는 즐거움을 꼽았다. 송효상에게 타자화된 이방인은 “싫든 좋든 현실에 비켜서서 그 현실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평가를 통해 저울질하며 스스로를 사유의 세계로 모는 자”였다. 그래서 그는  건축과인 자신의 삶을 ‘기나긴 여행’이라고 적시했다.

“그 길에 서면 나는 그들의 삶이 만드는 일상의 예기치 못한 풍경에 새롭게 감동받는다. 건축은 건축가가 완성하는 그 속에서 이뤄지는 삶에 의해 완성 된다”

그런 그가 여행을 통해 발견한 건축과 삶에 대한 사유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바로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컬켜그라피). 소쇄원부터 부석사, 기오헌 까지 다양한 건축물에 대한 그만의 시선을 담았다. 야생화와 마찬가지로 이 건축물들은 낮선 것이 아니다. 여행지에서 휴가길에 한 번 쯤 스쳐 지나칠만한 친근한 대상들이다.

승효상은 박노해의 시를 빌어 말한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저기 낡은 벽돌과 갈라진 시멘트는 어디선가 날아온 풀씨와 이끼의 집이 되고 빚 바래고 삭아진 저 플라스틱마저 은은한 색감으로 깊어지고 있다.” 그의  표현처럼 이번 여행길에는 오래된 것들을 주목해 보자.

길에서 힐링을 얻다. 


‘외씨 버선길’(도서출판 휴)의 저자 성우제 씨는 강원도와 경상도 내륙에 푹 파묻혀  ‘육지속의 섬’으로 불리는 시골길을 걸었다. 그는  도보여행을 통해 자연을 만나고 자연 속에서 힐링을 얻으려 했다. 하지만 정작 힐링을 준 곳은 자연이 아니라 자연을 만나러 가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이라고 성씨는 고백했다.

“그들은 불쑥 찾아드는 이방인을 경계하지 않았다. 누구나 살갑게 맞아 주었고 살아온 이야기를 푸근하게 들려주었다. 그들의 마음은 곧 고향의 마음이었으며 어머니 마음이었다.”

‘외씨버선’은 오이씨처럼 볼이 조봇하고 갸름하여 맵시가 있는 버선이란 뜻이다. 영월, 청송, 봉화에 있는 240km ‘외씨 버선길’을 걸으며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안식을 얻었다. 그리고 이것을 기록했다. 그래서 ‘외씨 버선길’은 이곳은 길에 대한 안내서 라기 보다 이곳 사람들에 대한 보고서이다.

우리의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더위를 피해 숲가와 물가를 찾고 바닷가를 찾아도 역시 우리는 이곳에서 사람을 만난다. 여행과 휴가, 이 모든 것이 결국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인 만큼 사람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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