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음성, 괴산군수 행보 ‘관심’

“내 몸에는 충청인의 피가 흐릅니다. 우리 지역을 대변하는 자민련이 사라지는 날까지 탈당이란 없습니다.”
탈당론이 제기될 때마다 무모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자민련에 강한 집착을 보이던 정우택 전의원이 결국은 떠났다.
그는 지난달 28일 ‘도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과 의지를 겸허히 받들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기 위해 자민련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지난 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자민련에 입당한 지 꼭 8년만의 일이다.
그런데 그의 변신은 대부분의 탈당과 달리 철새논쟁이 보이질 않는다.
되레 논쟁보다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동정론이 우세하다.
측근들은 “이번 총선에서 떨어진 것은 탄핵 후폭풍과 변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바람 때문”이라며 “이번에 자민련 간판은 득이 아니라 독(毒)이었다”고 말한다.

당직변경 신호탄 해석
물론 정 전의원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자민련을 떠나는 것은 당에 대한 어떤 회한이 있기 때문도 아니고 새로운 정치적 선택을 위한 정리의 입장도 아니다”며 “당적 변경을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일각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현실 정치인인 그의 행보에 정치적 배경이 없을 수 없다.
벌써부터 2년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그는 2년 전에도 이원종 후보의 대항마로 당시 김종필 총재와 지도부의 강력한 출마권유를 받았기에 이 같은 예측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이 보다는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겨 보궐선거에 도전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인다.
젊은 그에게 4년이란 세월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열린 우리당 입당설이 측근에서 흘러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익명의 한 측근은 “평소 우리당 실세인 김원기 고문과 친분이 있고, 낙선이후 그 라인의 입당교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부담 때문에 망설이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열린 우리당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고 전했다.
본인은 이에 대해 강력 부인하고 있다.
탈당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여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충북을 떠날 생각이 없다”며 “그럴 생각이었으면 일찍 탈당했을 것”이라며 선을 그은바 있다.
정황을 종합하면 당분간은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정중동(瀞中動)의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맥락이다.
실제 그는 16대 의정기간 모금한 후원금 등을 출연, 여의도에 개인 연구소 성격인 홍곡과학기술문화재단을 설립, 이사장에 취임했다.
재단 설립과 관련, 지역 지지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그는 “평소 관심 많던 과학기술문화 분야의 많은 인사들을 만나고 공부도 할 계획”이라며 “여유롭고 넉넉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소회를 피력했다. 당분간 칩거하겠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그는 당분간 중국을 다녀온 뒤 1년 정도 미국의 케네디 스쿨로 연수를 가 동북아 정세에 대한 연구 활동을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초단체장 따라갈까?
정해진 수순으로 해석되던 정 전의원 자민련 탈당이 현실화됨으로써 이제 눈길은 한배를 탔던 진천, 음성, 괴산군수의 행보로 옮겨졌다.
자민련은 16대 총선 당시 충북에서 3명의 의원을 배출했으나 송광호 의원(충북 제천·단양)과 김종호 의원(비례대표)이 탈당했으며 오효진 청원군수와 김경회 진천군수, 김문배 괴산군수, 박수광 음성군수 등 4명의 기초자치단체장만 남아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진천, 음성, 괴산의 경우 정 전의원의 우산 아래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계속 자민련 당적을 보유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치 현실에 비춰 이들의 탈당은 시간문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장에야 급할 게 없기 때문에 탈당 결행을 공식화하지 않지만 작은 명분만 주어져도 자민련과의 연을 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 박모씨는 “정 의원을 따라 탈당하면 줏대 없는 철새소리만 듣지 득이 되는 게 없기 때문에 적당한 때만 기다리는 것”이라며 “2년 후 지방선거인데 그 이전에 자연스럽게 당적을 옮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정 전의원의 행보가 이들에게 나침반 구실을 할 것이란 점이다.
탈당 기자회견에 앞서 이들 3개군 기초단체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도 이 같은 연결고리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군수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려는 배려라는 해석도 있지만 오랫동안 한배를 탔던 이들이 제 갈길 찾아 결별할 가능성 보다는 한 묶음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럼 예고된 탈당 도미노는 과연 언제쯤 일어날까?
총선에 쏠렸던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정우택 전의원의 탈당 이후 행보와 진천, 음성, 괴산군수의 정치적 선택에 다시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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