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토마토를 심으면 정말 토마토가 많이 주렁주렁 달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해”“잘자”라며 평소 안 하는 낯 간지러운 말들을 토마토에게 건넸지만 토마토는 지금까지 3개의 열매를 우리 가족에게 주었을 뿐이다. 그 사이 조카는 틈틈이 와서 토마토를 건드렸고 몇 번 가지가 꺾이는 사고 끝에 지금은 가지 몇 개만이 초라하게 남아있다. 그래도 여전히 꽃이 피고 있고, 토마토가 자라나고 있다.
역시 글로만 배운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 이 적지 않은 나이에 처음 토마토 씨를 뿌려보았다니 새삼 내 삶마저 돌아보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는 주말 텃밭까지 분양받았지만 농사는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어설프게 농사를 경험하면서 점차 도시 농부들에게 관심이 기울여졌다. 주변을 봐도 텃밭 열기가 뜨거웠다. 근본적으로 흙에 대한 욕구가 읽혔다. 안철환 텃밭보급소장은 “사람들이 캠프를 가고, 등산을 가고, 텃밭을 가꾸는 모든 일들은 결국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보고자 하는 욕구의 발현이다”라고 설명했다.
도심 속에서 더 이상 탈출구가 없는 도시민들이 자연을 찾아가는 것은 생존욕구라는 설명이다. 도시농업을 하는 민간단체들이 연합해 목소리를 내고 있고, 전국 25개 지자체가 도시농업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청주에서도 녹색청주협의회가 도시농업추진단을 꾸리고 도시농업활성화방안을 연구한다고 한다.
등산에서 캠핑으로, 그리고 텃밭으로 유행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어쩌면 삶의 속도는 적응하느라 더 바쁠지도 모른다. 하지만, 텃밭을 통해 연대의 문화의 꽃피우는 것. 그것은 지속가능한 도시의 꿈이 될 수 있다. 생명을 매개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 도시가 순환과 자립을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든다.
취재를 하면서 녹색수도의 그 다음 대안으로 ‘도시텃밭’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남상우 전 시장은 도심에 수변공원을 조성하기를 좋아했고, 한범덕 시장은 소나무를 많이 심었다. 정책적으로 도심에 자연을 많이 심고자 했다.
그 다음 시장은 누가될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도시농부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청주청원 통합 이후 이른바 시골농부와 도시농부가 어떻게 상생방안을 짤 지도 기대를 모은다.
올해 봄 농사를 망쳤다고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가을에 배추와 무를 심으면 된다. 무 한 개라도 수확해 깍두기라도 담그면 그 어찌 놀라운 경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