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지역재단, 동네장학회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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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지역재단, 동네장학회가 뜬다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3.07.1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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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역사 금천장학회 이어 성화·개신·죽림동도 태동
단돈 1000원부터 동네상가들도 ‘후원의 집’으로 가세
장학재단 하면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운영하는 장학법인이나 정부나 지방정부가 위탁한 재원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준 정부기구 성격의 장학재단을 떠올리게 된다. 아니면 김밥할머니가 평생 동안 모은 돈을 기부해 만든 ○○○장학금 정도가 될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모아 설립하는 ‘지역재단’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 청주에서 동 단위의 지역재단이라 할 수 있는 동 장학회가 뜨고 있다. 22년 전통의 금천장학회에 이어 성화·개신·죽림동에서도 동 장학회가 태동했다. 사진은 7월1일 열린 성화·개신·죽림동 꿈나무장학회 결성식.

이같은 상황에서 청주지역에서 동단위로 만들어지는 지역재단 성격의 장학회가 전국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동(洞) 장학회’는 지역재단이라는 현대적 개념보다는 두레, 계 등과 같은 전통적인 정서와 조직에 기반을 둔 것이지만 그 취지와 규모 면에서 전국의 어느 지역재단보다 주목할 만하다.

지난 7월1일 오후 2시 청주시 흥덕구 성화·개신·죽림동 주민센터에서 가칭 ‘꿈나무장학회’ 결성식이 열렸다. 이날 결성식은 지난 1월부터 추진해온 꿈나무장학금 모금계획의 성과였다. 참석자들은 발기인 총회 성격의 이날 결성식에서 김철수 방위협의회장을 초대 회장으로 선출하고 정관을 통과시켰다. 이들은 또 8월1일 정기총회를 열어 꿈나무장학회를 정식 발족하기로 했다.

꿈나무장학회는 이 마을 통장협의회(회장 김교성)가 지난 2월4일, 학생 10명에 대해 교복구입비를 성금으로 전달한 것에서 비롯됐다. 통장협의회는 2월19일 3명에게 교복구입비를 추가로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5월1일 장학회 결성계획이 수립됐고 이날 결성식이 열린 것이다.

꿈나무장학회 정관에 따르면 매달 2000원 이상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정회원 자격이 주어지며, 매달 1000원 미만 후원이나 비정기적인 후원도 가능하다. 장학회는 저소득층을 비롯해 성적이 우수한 중·고등학교 입학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지급인원과 지급규모는 매년 11월에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결정하게 된다.

김철수 회장은 “1996년 20개월 동안 동장을 맡았던 인연으로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관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누가 목돈을 내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22년 금천장학회, 기금만 2억3000만원

지역재단 성격의 동 장학회는 전국적으로도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의 금천장학회가 효시 격이다. 금천장학회의 역사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택지개발이 이뤄지기 전까지 금천동은 외부에서 볼 때 낙후된 동네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반면 내부적으로는 농촌공동체에서 비롯된 결속력이 강한 동네였다. 따라서 ‘마을을 빛낼’ 인재를 양성하자는 측면에서 동네 유지들이 종자돈 2390만원을 모아서 출발했다.

22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기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2억3000여만원에 이른다. 금천장학회는 지난 2월27일에도 성적이 우수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고등학생 12명, 대학 입학예정자 2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전달했다.

장학금의 규모는 현재 고등학생 40만원, 대학 입학예정자 100만원 등 매년 총 680만원이다. 그동안 지급한 장학금 총액은 7380만원에 이르며 중학생 77명, 고등학생 115명, 대학생 7명 등이 수혜를 받았다.

10여년 전부터 금천장학회는 주민자지치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박현순 금천동 주민자치위원장은 “기금 3억원을 달성해 법인화하는 것이 목표다. 1가구1계좌 만들기를 통해 이를 이루려한다”고 밝혔다.

“상전벽해 성화·개신동 공동체 정신은 여전”
김철수 성화·개신·죽림동 꿈나무장학회장

▲ 김철수 초대 꿈나무장학회장.
김철수 꿈나무장학회장은 청주시 공무원 출신이다. 16년 전에는 성화·개신·죽림동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1992년 12월 개신동 삼익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이 동네사람이 된 그는 당시 포장도 되지 않은 KBS앞 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했다.

“택지개발 전이라 당시 주민은 1만8000명에 불과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어김없이 동사무소에서 부녀회원들이 파전을 부쳤다. 오전부터 막걸리를 마시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됐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성화·개신·죽림동은 그런 농촌마을이었다. 지금은 인구가 5만1000여명으로 늘었지만 당시의 공동체 정신이 바탕이 돼 지금의 마을장학회가 탄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김철수 회장은 “당시부터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토박이들도 적지 않고 택지개발로 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서 돌아온 주민들도 있다. 이제는 청주시에서도 손꼽히는 거대 동이 됐지만 옛날의 정서가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학회도 특정인들이 거금을 내기보다는 주민다수가 소액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현재 충북레미콘조합의 전무이사를 맡고 있다.

“공동소유 밭에서 후원의 집, 1가구1계좌까지”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목했던 금천장학회

▲ 금천장학회를 소개한 박원순 저 <지역재단이란 무엇인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장에 당선되기 전 변호사이자 시민단체 간부로 국내외 지역공동체를 인터뷰해서 책으로 엮었다. 그 중에 하나가 <지역재단이란 무엇인가·2011·아르케>다. 박 시장은 이 책에서 금천동이라는 동네 장학회에 주목했다. 그는 “금천장학회가 서양의 지역재단 개념으로 볼 때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근거로 과거 금천동 공동소유의 동답(洞畓)을 주말농장으로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소득을 장학기금으로 사용했던 것을 예로 들었다. 박 시장은 “마을재산이 있었다는 것은 마을의 어려운 일이나 협동할 일에 사용할 기금을 가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금천장학회는 이같은 정신을 바탕으로 계속 진화했다. 금천동 주민들이 벌인 기금 모금 방식이 자못 흥미롭다. ‘후원의 집’과 ‘1가구1계좌운동’이 그것이다. 후원의 집은 월수입의 1%를 기금으로 내는 것인데 2004년 70여 자영업자가 여기에 참여했다.

후원의 집에는 ‘금천장학회 후원의 집’이라는 명패를 달아준다. 이는 장학회를 홍보하는 효과도 있다. 후원의 집에 이어 추진된 1가구1계좌운동에도 대대적인 참여가 이뤄져 “2006년 5월 현재 700여가구가 참여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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