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은 후손의 재산 인도소송 반대 2만명 시민서명 법원 전달

일파 후손들의 재산 인도소송 항소심을 앞두고 청주시민의 2만명의 서명부가 청주지법에 전달됐다. ‘친일파 민영은 후손들의 토지 소송에 대한 청주시민대책위’가 3개월간 거리·인터넷 서명운동을 벌여 거둔 성과물이다. 일제 친일관료이자 대지주였던 민영은의 후손 5명은 지난 2011년 청주시를 상대로 12필지(총 1,894.8m²)의 토지를 넘겨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11월 청주지법 1심 재판부는 해당 토지가 민영은이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내기 전에 매입한 땅이라는 점을 들어 후손들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청주시는 도로를 철거하여 그 토지를 인도하고 지금까지 무단점유한 부분에 대해 2억3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토지는 도심 학교와 서문대교·성안길·상당공원 주변의 도로용지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토지양도는 불가능하고 시예산으로 매입해야만 할 상황이다. 무단점유 보상금에 수억원의 토지매입비를 청주 시민이 부담해야 한다. 친일파 재산을 100년이 지난 시점에 혈세로 매입해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 수긍할 수 있겠는가. 결국 2만명의 시민들은 법보다 정의를 실현하자는 차원에서 서명에 동참한 셈이다.

그렇다면 민영은은 어떤 사람인가? 본보는 지난 2003년 기사를 통해 일제 대지주의 토지현황을 소개한 바 있다. 1999년 본사가 발행한‘도정 반세기’(이승우·바둑 수필가)의 내용중에 해방후 농지개혁 과정의 ‘충북도내 20정보이상 피분배 지주 명단’이 실렸다. 우선 김원근·영근 형제가 설립한 학교재단 ‘대성학원’이 401정보로 가장 많았다.(1정보=9917평방미터)

이어 국가 봉토가 많았던 충북향교재단 183정보, 민영은의 아들 민주식씨 129정보, 청원군 오송리 이용구 116정보, 민영은 장손자인 민병철씨 105정보, 민영은이 설립한 은성장학회 88정보 순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손자 민병각, 민병혁씨 피분배 토지까지 합치면 민영은 집안의 땅이 400정보에 달해 김원근·영근 형제와 쌍벽을 이루는 대지주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대해 필자 이승우씨는 “대성학원 피분배 토지는 김씨 형제가 왕성한 사업활동을 통해 구입한뒤 학교재단을 설립하고 헌납한 것이다. 그런데 관료출신인 민영은 옹은 그만한 땅을 확보한 경위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민영은은 1913년부터 6년간 충북 지방토지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전국적으로 토지대장을 만들 때 미신고 토지를 자의적으로 처리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소송 대상이 된 12필지 가운데 8필지는 소유주 주소도 없이 ‘민영은’이라는 이름만 표기돼 있다. 청주시는 동명이인일 수 있다고 반박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의적인’ 처리과정에서 서류작성이 미비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1935년 조선총독부가 편찬한 ‘조선공로자 명감’에 353명의 공로자 중 한명으로 이름을 올린 당시 지역실세 민영은이 청주시가 자신의 토지를 무단 점유한 것을 그냥 놔뒀을까? 당시‘민구관’이 소유한 땅의 규모는 ‘동으로 80리, 북으로 50리’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충북도청, 주성초교 부지 등 청주 공공용지 땅을 다수 기부하기도 했다. 소송대상이 된 12필지의 도로부지를 그런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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