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텃밭농장 경쟁률 2대1…950가구 운영해
전국 25개 지자체 도시농업 조례 제정·지원 나서

도시에서 농사짓기
녹색수도의 새로운 대안

도시에서 농사짓는 게 트렌드가 돼버렸다. 음식물수거업체인 ‘삶과 환경’은 올해 회사 앞 빈 땅을 임대해 직원복지 차원에서 1/n로 나눠졌다. 김경락 대표는 “마땅한 복지정책이 없던 터라 텃밭을 나눠주면 직원들이 삶의 활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밤에 출근했던 직원들은 1~2시간 일찍 나와 텃밭에서 시간을 보낸다.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은 3년차 농사를 지으면서 단체 운영비용을 마련한다. 농산물을 판매해 수익금으로 1년 나기를 계획한다. 농사를 통해 자립을 꿈꾸는 것이다. 농사를 통한 다양한 연대의 꿈이 지역에서도 자라나고 있다.

농사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도 커지고 있다. 연일 보도되는 불량 먹거리와 도저히 얼굴을 알 수 없는 농산물에 대한 반감으로 직접 생산한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나섰다. 이를 반영하듯 전국에 도시농부 열풍이 뜨겁다. /편집자

청주시농업기술센터는 올해 텃밭농장 950가구를 모집했다. 신청자는 2000가구여서 추첨을 통해 가구를 선정했다. 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내년에는 100가구를 더 늘릴 예정이다. 류승철 청주시농업기술센터장은 “10년 정도 역사가 됐다. 처음에는 40가구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10년 역사, 주말농장

청주시는 텃밭농장 사업을 농장을 임대해 진행한다. 6개 농장이 참여한다. 농장주들은 회원들으로부터 회비를 받고, 텃밭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를 해준다. 회원들은 6평을 분양받으며, 5만원을 낸다. 시에서는 관수시설과 주차시설, 화장실과 원두막 등 기본적인 시설을 지원한다. 씨앗과 종묘를 일부 후원해주기도 한다. 텃밭농장 1년 청주시 예산은 1억 500만원이다.류센터장은 “청주시는 아직까지 도시농업관련 조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농촌사업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농민우선으로 하다 보니 도시농부를 위한 교육이나 사업은 없었다. 통합이 되면 도시농업 사업도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청주시 텃밭농장의 인기가 좋다. 10년전에 40가구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950가구로 늘어났다.

청주시의 슬로건은 녹색수도. 녹색수도의 새로운 대안으로 도시농업이 꼽히고 있다. 차기 선거에서 도시텃밭 조성 및 도시농부활성화가 정책화될 가능성이 높다. 청주시가 그간 유휴지에 나무와 꽃을 심었다면 이제는 씨를 뿌리고 생명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민간에서 도시농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다보니 당연히 단체장이나 관에서도 도시농부 사업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관련 조례를 만들고 도시농업에 힘을 실어줬다. 서울시에는 100여개의 텃밭이 조성됐다. 2012년 광화문 한복판에 상자 논을 만들었고, 한강 노들섬에 5000평의 노들텃밭을 만들면서 도시농업 바람을 잡아갔다. 도시농업으로 유명한 캐나다의 벤쿠버는 2010년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도시 내에 2010개의 도시텃밭을 조성했다. 뉴욕만 해도 800~900개에 달한다. 콘크리트로 둘러싼 도시에서는 더욱 녹색에 대한 갈증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전과 대구, 부산, 광주, 전주에서 도시농업 붐이 일고 있다. 지난해까지 25개의 도시농업 관련 조례가 전국각지에 만들어졌고, 2011년 국회에서는 도시농업육성법률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도시농업 자원조사 나서

청주시 녹색청주협의회 내 녹색청주기획단에서도 도시농업과 관련한 자원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시영 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국장은 “먹거리 또한 대량생산과 수입으로 공산품화 돼버렸다. 마트에서 성분과 원산지를 따져본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다양한 것들이 갖춰져 있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지으면서 제철에 나는 것을 알고 생태적 감수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산업화된 도시에서 농업은 마을공동체 복원의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민간에서 주도해나가고 있고, 관에서 지원해주는 형태다. 제도화되기 전에 방향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관에서 상자텃밭 몇 개를 분양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이 버려지는 게 아니라 다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관련 조례를 만들고 도시농업에 힘을 실어줬다. 서울시에는 100여개의 텃밭이 조성됐다. 사진 북촌에 있는 도시텃밭.

아이러니한것은 도시에는 농지가 없다는 것이다. 청주시는 아직까지 유휴지에 농사를 짓는 사업을 전개되지 않고 있다. 주말농장 형태에 의존하고 있다. 도심에서 10분만 차를 타고 가면 농촌이 나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류센터장은 “통합 이후 도시농부 사업이 확대되겠지만, 그 범위가 농민들의 생산을 위협하는 수준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국장은 “일부녹지를 텃밭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짜야 한다. 자연녹지와 공원녹지, 시유지 등 농토로 쓸 수 없던 땅을 개간해 사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도시농업은 공동체가 함께 잘 살자는 것이다. 농산물이 많이 나면 이웃에게 기부를 할 수도 있다. 농사를 통한 공동체 문화 형성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농사는 콘크리트에 갇힌 도시인의 생존 욕구다”
인터뷰/안철환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상임대표, 텃밭보급소장

안철환(52)씨는 안산에서 400평에 자급농사를 짓는 농부이자 활동가이다. 2005년 전국귀농본부에서 도시농부학교를 운영하면서 도시농업의 싹을 띄었다. 현재 전국귀농운동본부 텃밭소장과 지난해 도시농업을 실천하는 42개 단체들이 모여 만든 도시농업시민협의회에서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다음 카페 텃밭보급소(http://cafe.daum.net/gardeningmentor/)에서 도시농업자료를 공유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모임도 진행한다. 다음은 일문 일답.

도시농업 바람이 왜 불었다고 보는가?

-2008년 광우병 사태를 겪으면서 시민들은 거리로 나가 촛불집회를 조직하는 등 먹거리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그 힘이 응축됐다. 최근 불량 먹거리 보도가 잇따르면서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높아지는 등 이른바 외부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흙으로 돌아가려는 귀소본능이 작동한다고 본다. 콘크리트 박스 안에 갇힌 도시 사람들이 등산을 하고, 캠핑을 가는 건 생존의 몸부림이다. 몸이 먼저 알고 기억하는 것이다. 그 단위가 농사인 것인데, 등산과 캠핑보다 농사는 생산적이고 지속가능하다.

지금 몸담고 있는 단체의 활동은 무엇인가.

-전국적으로 도시농업을 기반으로 한 연대활동이 활발하다. 지난해 전국조직인 도시농업시민협의회가 조직됐고, 지역별로 연대가 구축되고 있다. 도시농부학교, 학교텃밭교육, 시민농장운영, 도시농업관련 거버넌스 활동을 하고 있다.

-도시농업의 방향에 대해서.

2005년 처음 도시농업을 꺼내들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 몇 년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도시에서 농사가 더 절실해졌다. 불과 40~50년 전, 길게 100년 전만 해도 도시에서 사람들은 농사를 지었다. 대한민국이 마치 로마를 흉내내고 있다. 로마는 철저한 비자립도시였고, 그래서 멸망했다. 도시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도시 녹지율을 높여야 한다. 텃밭을 전면적으로 확대해 도시자립과 순환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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