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공조파기로 충청권 균열···새누리당은 충청권협의회 불참
‘끝까지 원안사수’ 주장하는 수밖에···도의회·시민사회단체 원안주장

▲ 충청권이 공조해 과학벨트 원안추진을 주장해야 할 판에 충청권 공조가 어렵게 됐다. 지난 16일 회의에 새누리당 쪽이 모두 불참했다. 사진은 민주당충북도당 출범식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수정안에 대한 충청권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제2의 세종시 수정안과 같은 폭거라고 주장하고 연일 원안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충청권 4개 시·도의 공조마저 깨져 과학벨트 원안추진 앞 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과학벨트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충청권 대선공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지난해 12월 대선공약으로 채택했다. 그러면서 부지매입비를 국비로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대전시에 떠넘기려고 갖은 꼼수를 쓰고 있다. 거점지구의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을 둔곡지구에서 엑스포과학공원으로 변경하면 결국 정부는 부지매입비를 쓰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당초부지를 산업용지로 활용하면 충북이 속한 기능지구는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것.

이두영 충북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과학벨트의 핵심은 첨단과학산업을 주요지역에 집적화시킨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을 엑스포공원으로 옮기면 집적효과를 거둘 수 없다. 또 기초과학연구원이 이전되고 난 자리를 산업용지로 개발하면 기능지구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이대로 가면 국가사업인 과학벨트가 대전시사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오후 세종시 홍익대 세종캠퍼스 국제연수원에서 ‘정치공작 규탄 및 국정원 개혁촉구 충청권 당원보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한길 대표와 당 지도부, 김종률 충북도당위원장 등 당원 500여명이 참석해 과학벨트 원안추진을 강력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충북도의회도 연일 원안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수정안을 거들고 있다. 또 청주시의회와 청원군의회는 어찌된 일인지 아무런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뒤늦게 과학벨트 기능지구 육성방안 충북 간담회를 열었다. 시민사회단체는 대전시와 날치기 MOU를 맺은 미래창조과학부를 규탄하기 위해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갑자기 불려나온 강태재 충북참여연대 상임고문이 “과거에 세종시를 흔들더니 이제는 과학벨트를 흔든다. 거점지구와 기능지구가 연계될 때 시너지 효과가 높아진다.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머리띠 두르고 시위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이 날 참석자들은 기능지구 개념을 명확히 할 것과 과학벨트 특별법 개정 금년내 완료, 기능지구 예산 증대, 과학벨트위원회와 용역 자문위원에 충청권 인사 포함, 과학벨트 기능지구를 청원이 아닌 통합 청주시로 생각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 홍진태 충북대 교수는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30~40%가 청원군 오송 기능지구에 집적돼 있다. 기능지구와 거점지구의 연계축을 만들고 오송에는 특별히 바이오관련 사업단을 설치하라”고 주장했다.

또 얼마전에는 민병주 의원(새누리·비례대표)의 설문조사 결과 발표로 충청권이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충청권에서는 이 조사를 과학벨트 수정안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 의원은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받아 국회에 입성한 인물. 공천 당시 새누리당에서 이공계와 여성을 우대한다는 차원에서 비례대표 1번을 줄 만큼 전폭적으로 지원해 설문조사 배경에 뒷말들이 많다.

민 의원은 지난 6월 28일~7월 9일 출연연구소 연구원 517명, 국내 이공계 대학교수 443명, 이공계 학회 소속 교수 및 연구원 2684명을 대상으로 과학벨트 정부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정부 안에 찬성하는 비율이 73.3%, 정부안과 원안 중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69.2%가 정부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그러나 균형발전지방분권 충청권연대는 “정부와 대전시가 과학벨트 수정안 MOU를 체결한 것이 7월 3일이고, 전문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 4일이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문조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각본에 의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과학벨트 수정안 찬성파들, 회의불참으로 김빠져
16일 충청권회의에 단체장 중 이시종 지사만 참석

과학벨트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충청권 공조에도 금이갔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1년 대전·세종·충남·충북은 과학벨트 유치를 위해 똘똘 뭉쳤다. 4개 시·도는 충청지역 현안해결을 위해 ‘충청권 시도지사·시도당위원장 협의회’를 구성했으나 16일 세종시에서 열린 회의에 대부분 불참하고 만 것. 시·도지사 중에서는 민주당 당적을 가진 이시종 충북지사만, 시·도당 위원장 중에서는 새누리당을 제외한 민주당만 참석했다. 그래서 이 날 현안인 과학벨트 문제 등 10여개 안건은 상정도 못하고 성토장이 됐다는 후문이다.

대전·충남·충북은 세종시 수정안이 나왔을 때도 공조해 끝까지 세종시 원안추진을 주장했다. 이런 공조는 수도권과 영·호남권에 맞서는 하나의 세력을 형성해 큰 힘을 발휘하곤 했다. 이 때문에 과학벨트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4개 시·도 공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조파기의 주범은 미래창조과학부와 과학벨트 수정안 MOU를 체결한 대전시로 꼽히고 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이 날 서울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창조경제 CEO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다른 새누리당 자치단체장들과 시도당위원장들은 과학벨트 수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불참한 것.

대전쪽 언론에 따르면 얼마전 박병석 국회 부의장실에서는 염 시장이 미래부에 먼저 엑스포과학공원에 기초과학연구원을 유치 신청했다는 녹음파일을 공개해 충격을 주었다. 염 시장은 아니라고 항변하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전쪽 여론이다. 염 시장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엑스포과학공원에 롯데 테마파크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허가가 나지 않자 롯데에 대한 출구전략이 필요했다는 것. 그래서 이 자리에 기초과학연구원을 유치한 것처럼 하기 위해 미래부에 기초과학연구원 설치를 제안하고 과학벨트수정안 MOU를 기습 체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은 “누가 먼저 제안했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미래부는 당초 약속했던 부지매입비를 전액 국비로 하지 않을 수 있어 좋고, 대전시는 롯데 예정지에 기초과학연구원을 유치해 좋은 ‘누이좋고 매부좋은 안’이 수정안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래부는 부지매입비를 대전시에 떠넘기려고 꼼수를 쓰면서 시간을 허비해 온 게 사실이다. 어쨌든 충북에서는 공조파기의 주범인 대전시와 맞서 싸우면서 원안을 쟁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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