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사회부장

최근 모초등학교의 가족 걷기대회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날 단상에는 지방의원과 지역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 부회장이 내빈석에 나란히 앉아 사회자의 소개를 받았다. 학교운영위원장은 교사들과 함께 학교 일을 협의하는 학부모 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아마도 민선 교육감 선거인단 자격이 생긴 직후 일 것이다) 시 군별로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가 생겼고 시 군협의회장이 도협의회를 구성하는 ‘피라미드’ 조직을 만들었다. 이젠 행사장의 주요 인사로 얼굴을 내밀 만큼 높으신 자리(?)가 된 것 같아 감회가 착잡했다.

청주 Q초교의 사정을 보면 학교운영위원이 얼마나 뜨는 자리인지 짐작할 만 하다. 올해 선임된 학교운영위원장은 인접한 모중학교 학교운영위원장 전력도 있어 한동네 초중학교를 섭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인은 전년도까지 Q초교 학운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어, 결국 남편과 ‘바톤터캄를 한 셈이 됐다. 여기에 지난 2002년 지방의원 선거 출마로 인해 학운위원장을 사퇴했던(공직선거 출마시 사퇴규정에 따라) 인사가 낙선하자 재차 학운위원에 참여했다.

학부모 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사설학원을 운영하거나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위원 6명은 당연직인 교장을 포함해 교감, 부장교사로만 구성됐다. 이같은 학운위원회 구성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를 독자들은 능히 짐작할 것이다.

최근 청주시 학운위원장협의회가 도교육청과 전교조가 합의한 0교시수업 금지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또한 학교어머니연합회 회원들과 모임을 갖고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우선 필자는 도교육청의 방침에 한번도 반대의견을 낸 적이 없던 학운위원장협의회가 반기를 든 사실이 경이롭다. 한때는 독직혐의로 재판을 받던 전 교육감을 역성드는 성명을 내 빈축을 사기도 했는데, 이게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들이 주장하는 0교시 수업의 당위성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인 학력저하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0교시 수업 폐지는 지난 4월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지양’하기로 합의한 사항이다. 충북만 0교시 수업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불안감에서 해방되길 바란다. 한발 더 나아가 ‘새벽별 보기 수업’(?)까지 구상해 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학운위원장협의회는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예산배정을 받고 있다. 본보에서 몇차례 예산지원의 부적절성에 대해 지적했지만 교육감 선거가 있는 해에도 어김없이 학운위원장협의회에 예산배정이 됐다. 협의회의 주장대로 교육 소비자의 권리를 올곧게 주장하려면 먼저 교육청 예산지원을 스스로 거부할 것을 권유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법적기구이지만 지역학운위원장협의회는 임의단체다. 공공예산 지원을 거부할 뜻이 없다면 지출내역이나마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0교시 수업에 대해서는 전교조충북지부가 제안한 대토론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학운위원장협의회가 거리 서명운동까지 벌이며 0교시 수업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자리에 참석해 공개적으로 설명해 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대토론회에 앞서 학운위원장에 대한 도교육감의 감사장 수여와 교육청 예산편성이라는 관행을 거부하는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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