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준 사진부 차장

행사장에 가면 식순은 천편일률적으로 거의 같다. 특히 준공식 등 무슨 무슨 축하행사에 가면 더욱 그렇다. 인사말, 축사, 경과보고, 시상,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개막 축하 테이프 컷팅. 보통 식순 제일 마지막에 있는 컷팅식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보도진들은 한 시간 가까이 넋을 놓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안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만큼 행사를 알려줄 만한 눈요깃거리가 없는 것도 한몫하기 때문이다. 윗분들을 모시고 오는 수행 비서들의 몸놀림도 바쁘다. 축사의 순서는 누가 먼저인지, 컷팅식에 자신의 단체장을 부르는지 여부 등, 행사 전과 후 주최 측과의 발빠른 사전 합의가 이루어진다.

청주시의 예전 모 단체장은 사회자가 부르지 않아도 흰 장갑과 가위를 손수 가지고 다니며 행사장을 다닌다 할 정도로 소위 ‘카메라 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카메라 세례를 듬뿍 받기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행사를 기획하는 한 담당자는 “우리가 아무리 개성 있고 의미 있는 행사를 만들려 해도 관에서 예산 지원을 받고 하는 행사라서 해당 단체장의 얼굴을 알리는 이벤트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예산을 받아 만든 행사는 일부 기관, 단체장의 얼굴 알리는 행사가 됐고 부름 받아 달려간 시민들은 머릿수를 채우는 들러리 역할이 된 지 이미 오래다.

▲ 지난 2011년 열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막행사 주인은 참가한 시민들이었다. 이들이 소속 단체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모두 나와 손으로 오색끈을 잘랐고 그 자른 끈을 자신들이 직접 가져가는 행사였다. 카메라 Canon 1D MarkⅢ, 렌즈 16~35mm, 셔터1/320, 조리개9, 감도 500.

지난 2011일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서 열린 공예비엔날레 개막 행사의 하이라이트 사진이 떠오른다. 개막축하 테이프 컷팅식의 주인은 참가한 시민들이었다. 이들이 소속 단체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모두 나와 손으로 오색끈을 잘랐고 그 자른 끈을 자신들이 직접 가져가는 행사였다.

개막식 메인 사진도 특정 인물들이 부각된 사진이 아니라 시민들이 모두 함께하며 주체가 된 행사였다. 그 행사에 어떤 높은 장급들이 오느냐보다 우리의 세금으로 만든 행사를 시민이 함께하는 행사장으로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아쉬운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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