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녹음은 명백한 불법…승무원 대화 녹음해 징계
인권 단체 회원 집중 감시 지시…승객 대화도 녹음 가능

동일운수의 불법행위는 노동조합 위원장을 매수하고 문서를 위조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회사와 노동조합에 대한 쓴소리를 하는 승무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불법인 도청행위 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 동일운수 전 관리자의 양심고백 기자회견 전후로 이 회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바로세우기모임’을 결성하고 사장과 노조 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 대표와 노조위원장을 검찰에 고소하고 구속수사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청주노동인권센터는 시내버스 내부에 장착된 CCTV를 통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기사들의 대화를 녹음한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2011년 9월 30일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는 CCTV의 영상 저장만 허용될 뿐 음성 녹음은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개된 음성 파일에는 버스기사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리고 기사들이 회사에 비판적인 대화 내용만 담기도록 편집해 따로 보관한 음성 파일도 있었다. 

동일운수가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어기고 불법으로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청주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는 ‘불법도청’이라고 주장했다. 조 노무사는 이 근거로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이에 의하면 타인의 대화를 기계장치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엿듣는 행위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해 엿듣는 행위를 ‘도청’으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된 자료를 통해 직원들의 징계자료로 활용했다. 양심선언을 한 임 모 과장은 2012년 7월경 회사 박호영 대표가 본인을 불러 “이○○이 임금협상에 대해서 안좋은 이야기를 하고 다니고 차내에서 전화로 그런 소리를 하니  CCTV 내용을 발췌해서 경위서를 받으라”는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는 청주지역 버스회사들의 노사 임금협상과정에서 상여금을 폐지하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을 때였다.

이어 박 대표의 지시대로 임 모 과장은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음성대화가 녹음된 파일을 받아 이를 정리해서 이 ○○에게 경위서를 받았고 이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고백했다.

“인권센터 회원을 특별 감시해라.”

회사가 낙인을 찍은 승무원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회원에 대해 집중 관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12년 11월경 대표이사가 임 모 과장을 불러 노트를 펼치고 20 여명 쯤 되는 명단을 보여주면서 “여기 (청주노동)인권센터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을 특별히 관리하라.  CCTV도 확인하고 문제점이 발생이 되면 즉시 보고해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박 대표는 “인권센터 회원들을 각별히 관리하라”고 수차례 추가로 지시했다고 임 모 과장은 고백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불이익 조치도 함께 이뤄졌다. 청주노동인권센터 회원들에게는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근무일수가 적게 나오도록 배차를 조정했다는 것이다. 청주노동인권센터는 이를 시민단체에 대한 ‘불법 사찰’로 규정했다.

동일운수가 CCTV로 승무원들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는 과정에서 무작위 승객들의 대화내용도 녹음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충북참여연대 오창근 팀장은 “CCTV 성능을 확인한 결과 승객들의 대화내용도 녹음된다”며 이는 시민들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청주노동인권센터는 “동일운수가 벌이는 작태가 그 자체로도 용서받지 못할 범죄이면서 동시에 청주시민과 청원군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처리를 위해 실천에 돌입할 것을 천명했다.

한편 임 모 과장의 양심고백과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회사는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각서와 문서 위조의 당사자인 노조 박○○ 위원장은  전화통화에서 “할말이 없다”고 응답하거나 전화를 아예 받지 않았다. 또 동일운수 관계자도 “대표가 없는 상황이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며 사실관계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

감시 카메라의 이중성
본래 기능 외면하고 악용 땐 '감시도구‘에 불과

▲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로 유명한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이 설계한 원형감옥(파놉티콘)의 설계도. 그는 원형감독과 같은 ‘감시장치’는 인간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생활화 시켜 효율적이고 안전한 사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 발장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을 산 그 이면에는 산업화 사회로 막 진입하던 시대적 배경이 존재한다. 이 시기에는 단순한 범죄라 할지라도 그러한 일을  저지르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 그래서 정신 이상자가 아니고서는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고 여기는 풍조였다.

그래서 그 엄벌의 중형을 선고하여 그 사람의 정신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 그 시대의 세계관이었다.  그러니 감옥들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고 죄수들의 인권이란 찾아 볼 수 없었다.
근대 이전의 감옥은 재판과 형벌을 기다리는 장소였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전후해 등장한 합리주의와 자본주의는 이러한 생각에 많은 변화를 자져왔다. 이에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사회가 진보해 가면서 입장에 따라 감금 처벌에 대한 다양한 논쟁들이 있었고 이러한 시기에 ‘제러미 벤담’은 '파놉티콘'을 고안한다.

파놉티콘은 감시자가 드러나지 않는 원형감독이다. " 이 감옥의 본질적인 장점을 한 단어로 표기하기 위해 벤담은 '진행되는 모든 것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단어인 ‘파놉티콘’이라고 명명했다.

"만일 다수의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 수 있도록 그들을 에워 쌀 수 있는, 그들(죄수)의 행동과 인적관계, 생활환경 전체를 확인하고 그 어느 것도 우리의 감시에서 벗어나거나 의도에 어긋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이것은 국가가 여러 주요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정말 유용하고 효력 있는 도구임에 틀림없다"고 벤담은 주장했다.

파놉티콘은 어떤 의미에서는 소수가 다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철학이 낳은 산물이다. 벤담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파놉티콘은 단지 하나의 기능(감금)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 사용 될 수 있다. 감시 기능을 가진 건축양식은  현대에 들어 학교, 병원, 공공이라는 명분으로 지어진 국가시설 곳곳에 퍼져 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현재의 감시카메라(CCTV)는 또 하나의 파놉티콘이다. 그러나 동일운수에서의 파놉티콘은 벤담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지 직원들을 감시하고 사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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