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경제부 차장

요즘 지역 경제계에서 호사가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과 오덕균 씨엔케이인터네셔널 회장일 것이다. 라정찬 회장은 최근 주가조작과 성추행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가조작 혐의로 고발당한 오덕균 회장은 카메룬에 도피 중이다.

2009년 11월 필자는 본사 편집회의에서 기획연재 보도안을 제출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충북 출신 출향 사업가들을 소개하는 구성이었다. 그리고 그해 12월 공교롭게도 라정찬 회장과 오덕균 회장이 기획연재 1·2호를 장식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필자의 보는 눈이 부족했던 것을 고백한다. 아마도 그들을 지역에 알린 첫 보도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굳이 변명하자면 이미 성공한 사업가가 아닌 앞으로가 기대되는 사업가가 취재 대상이었고, 추천은 고교 동창회를 중심으로 받았다. 다시 말해 동기들이나 동문들 사이에서 최소한 3년 전까지는 호평을 받았던 인물이란 것이다. 20년 이상을 봐온 사람들의 증언을 필자는 신뢰했다.

그리고 서울 본사에서 만난 그들은 주변사람들의 증언만큼이나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다. 라정찬 회장은 그해 장영실상 과학기술상 대상을 수상하며 학계와 업계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이었고, 오 회장은 “우리가 산유국은 될 수 없지만 다이아몬드 강국은 될 수 있다”고 당차게 사업을 소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3년 새 그들은 유명인이 됐다. 처음에는 성공을 앞둔 화제의 인물로 이후에는 후안무치한 경제사범으로 회자됐다. 2010년의 일이다. 동료기자가 증권가 정보지에 필자의 이름이 거론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내용인 즉 오덕균 회장이 친척관계인 오옥균 기자를 통해 기사를 쓰게 하고 주가조작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름도 가운데 글자만 다르니 그럴싸하다.

그 이후로 전국 각지에서 회사로 항의전화가 오기도 했다. 기사를 믿고 샀는데 주가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어떻게 지역신문인 충청리뷰를 보게 됐는지 알 수 없지만 결국 몇 달만에 다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오해였다” “고맙다”는 전화였다. 1000원대로 떨어졌던 주식이 5000원대를 넘어설 즈음의 기억이다.

예전 기억을 다시 쓰는 이유는 두 사람의 몰락을 바라보면서 취재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의 사업을 이야기하는 눈빛은 진실해 보였고, 빛났다. 애향심도 있었다. 실제 지역을 위해 할 일을 찾았고, 지역에 투자하거나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들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회사의 주식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손해를 봤고, 그들에게 겨냥된 주가조작 의혹이 사실이라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자들이다. 설사 그들이 그동안 좋은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주가조작을 위한, 자신의 사익을 챙기기 위한, 권모술수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한때 줄기세포 분야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던 라 회장과 대한민국을 다이아몬드 강국으로 만들겠다던 오 회장이 당시 필자에게 보여준 모습이 그들의 진심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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