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앤엘바이오 라정찬 회장 특가법 구속, 처조카 성추행 혐의 ‘엎친데 덮친격’

‘줄기세포 신화’의 주인공인 청주 출신의 사업가 라정찬씨(50·알앤엘바이오)가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남부지검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로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라정 회장을 지난달 27일 구속했다. 라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공개 회사 정보를 이용해 주식 473만 주를 팔아 50억원을 현금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08년 3월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영업자금을 대여하는 것처럼 위장해 회사 자금 60억원을 이체했다. 그 뒤 2008년 3~11월 이 돈으로 외국인이 거래하는 것처럼 알앤엘바이오 주식을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렸고 그 사이 차명 보유 주식을 팔아치워 5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국외 이체 자금 중 일부로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라 회장은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벌였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2010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국외 불법 시술 중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폭로됐고, 일본 언론이 알앤엘바이오의 ‘한국인 원정시술 실태’를 보도하기도 했다. 불법 시술 대상에 정관계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의혹도 제기돼왔다. 알앤엘바이오의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전·현직 고위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라 회장이 불법 시술을 해왔다. 국내에서 시술을 해주기도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라 회장은 처조카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알앤엘바이오 일본지사에 처조카(37)를 취직시켜준 뒤 일본에서 10여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처조카에게 고소를 당한 것. 2010년 4~8월 10여차례에 걸쳐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조카는 경찰 조사에서 “이모부(라 회장)를 차마 고소할 수가 없어 참아왔지만 사과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고 고소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밖에 라 회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또다른 여성이 경찰에서 참고인 진술을 하기도 했다. 라 회장은 성추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이란 반응이 나왔다는 것.

사면초가에 몰린 라 회장은 처조카와 변호인에게 수억원을 제시하며 고소 취하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조카 성추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라 회장이 고소 취하를 위한 합의에 나선 것이다.

최근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처조카는 “라 회장 쪽 관계자가 3월21일 변호인을 찾아와 ‘고소인에게 1억5000만원을 줄 테니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종용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처조카의 변호인에게는 고소취하를 설득하는 대가로 5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 신흥고,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한 라 회장은 극단적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다. 2001년 서울대 수의대 교수 3명과 더불어 성체줄기세포 전문회사 알앤엘바이오를 설립하고, 독자 기술로 줄기세포 분리배양 기술 표준화를 이뤘다는 찬사를 받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줄기세포 생산센터를 구축하고, 줄기세포 치료 경험 환자가 1만명이 넘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잇따랐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 불법 시술, 정관계 인사에 대한 시술 로비 의혹 등이 불거지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 결국 ‘줄기세포 신화’는 ‘주가조작 사기극’으로 끝날 처지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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