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나이는 형식. 억울한 노동자 연대하는데 나이가 무슨 소용”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건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물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진영간의 대립이 극에 달했다. 서울 광화문 앞에는 경찰 폴리스 라인을 두고 보수단체와 진보단체 간 날선 대립이 이어진다.

청주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예외가 아니어서 국정원 정문 앞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주로 노인들로 구성된 보수단체와 상대적으로 젊은 시민사회단체가 대치한 모양이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모양새다.

7월 1일 오전 10시 분평동 (주)동일운수 앞. 체감 온도가 45도 이상일 정도로 무더운 날씨 속에 일군의 노동자와 경찰이 천막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천막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경찰의 입장과 더위를 피하기 위해 그늘 막을 친 것이라는 노동자들이 설전을 벌였다.

이때 썬크림을 짙게 발라 얼굴에 윤기가 유난히 번들거리는 박매현(67)씨가 나타났다. 그의 등장에 너 나 없이 ‘길 벗 누이’가 오셨다고 반가워한다.

‘길 벗 누이’. 이름이 재밌어 왜 그렇게 부르는지 물었다. ‘길벗’은 ‘청주시청 정문 앞 길에서 천막치고 농성하다 만난 벗’의 줄임 말이고 ‘누이’는 그중 최고 연장자라는 뜻이라고 중년의 택시노동자가 털털하게 말한다.

박매현. 그는 작년 까지만 해도 청주시립노인병원에서 일하던 간병노동자였다. 자식들로부터 공양 받을 나이로는 조금 젊고, 간병을 하기에는 나이가 있을 법 했지만 지난 해 까지 정말로 열심히 일하는 간병인이었다.

간병인을 그만 둔 뒤에는 성안길 입구 주변에 ‘현이노래방’의 사장님이 됐다. 이제는 사장님이 됐으니 그가 굳이 땡볕에 나타난 것이 의아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답했다. “나이 들어 노동자가 됐지만 그 억울한 심정을 누가 알겠어. 길 벗이니까 알지.” 동료들의 해고를 겪었던 동병상련의 마음이라고 박 씨는 말한다.

한편에선 노동자들의 집회가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진영 논리를 붙이지 말고 67세의 박매현 ‘길 벗 누이’를 바라보면 어떨까? 참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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