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상 ‘손님 줄고’ 사납금 인상 ‘부담 늘어’

업무상 술자리가 많아 대리운전을 많이 이용하는 A(40) 씨는 최근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가 쇼킹(shocking)한 경험을 했다.

지난 달 26일 오후 직장 근처인 충북 청주시 우암동에서 만난 대리운전기사는 평상시 여느 대리기사와 달리 청주의 한 법인택시를 타고 나타났다.

A 씨는 대리기사를 불렀는데 왜 택시운전사가 나타났는지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리기사는 “놀랄 것 없다”며 자신이 대리기사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청주시 용암동이 집인 A 씨는 30~40분간을 대리운전으로 이동하면서 택시운전사가 대리기사가 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대리기사 B 씨는 “어느 것이 더 수익을 보장하는지 답은 없다”며 “다만 내겐 더 나으니까 겸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지역 법인택시 기사들 가운데 갈수록 줄어 드는 손님에 사납금 인상까지 겹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대리운전까지 겸업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택시기사-대리기사 겸업은 택시이용요금과 사납금이 인상되면서 택시기사들의 부담이 가중된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요금이 인상된 이후 야간에 웬만한 거리를 왕복할 경우 차라리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갈수록 택시 이용자는 줄고 있다.

이처럼 손님이 줄자 택시기사들 사이에 “요즘 야간에 청주도심을 밝히는 것은 교회 십자가 등불과 신호대기 중인 택시들의 빈차행렬”이란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충북도가 지난 2월초 도내 택시기본요금을 2200원에서 2800원, 거리요금을 150m당 100원에서 143m당 100원, 36초당 100원씩 가산되던 요금을 34초당 100원으로 올린 것이 큰 원인으로 지적됐다.

택시의 경우 야간할증 요금까지 소비자들에게 가중되면서 청주지역 웬만한 시내권은 왕복요금이 대리운전비랑 맞먹으면서 이용자들이 대리운전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청주지역 18개 택시회사들 중 일부가 올해 초부터 사납금을 1만원씩 인상하면서 일명 독고바리택시(기사 혼자 타는 택시)의 경우 적게는 11만원에서 많게는 16만원씩 사납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기사들에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법인택시 운전사들 사이에선 청주 시내권에서 짧은 시간에 기본 1만원에서 많게는 1만3000원까지 받을 수 있는 대리운전을 겸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택시기사 B 씨는 “택시는 순환이 잘 돼야(손님을 많이 태워야) 돈이 되는데 손님이 없어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그래서 짧은 시간에 돈이 되는 대리운전으로 벌어 사납금도 내고 생활비도 보탠다”고 말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사규는 몰라도 현행법상 법인택시 기사의 겸직을 금하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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