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지지 않는 고질병… 해마다 늘어 90% 육박
지자체 단속 실적 제로…영세 지입 차주만 피해

금천동에 거주하는 김성태(가명)씨는 운전 일을 하던 직장에서 정년을 마치고 퇴직했다. 건강에 자신도 있고 노후를 위해 준비해 놓은 재산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 씨 는 때마침 아는 지인으로부터 버스를 구입해 출퇴근 버스를 운행하면 그럭저럭 수입이 된다는 제안을 받았다.

▲ 도내 1700 여대의 전세버스 차량 중 90% 이상이 불법 지입 차량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행정 당국은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어서 영세 지입차주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늘어 날 전망이다.

평생 운수업에 종사했던 김 씨는 어떤 미련도 없이 바로 결정했다. 바로 6000만원을 주고 7년 정도 된 45인승 중고 대형버스를 구입 했다.

이때 차량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김 씨가 부담했지만 서류상의 모든 처리는 B 운수회사가 대행했다. 차량의 소유권부터 등록까지 모든 명의는 김 씨가 아니라 B 운수회사의 명의로 이뤄졌다.

모든 서류상의 절차가 마무리 되자 회사로부터 세종시에 위치한 모 회사의 출퇴근 차량 노선을 배정받았다. 휴무일 없이 계속 가동되는 이 회사의 특성상 한 달에 쉬는 날 없이 청주에서 세종시 까지 왕복 3회를 운행하는 노선이었다. 이 회사는 김 씨가 출퇴근 차량을 운영한 대가로 매월 700 여만원의 운송료를 지불한다. 단 김씨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B 운수회사에 지급한다.

김 씨는 매월 말일이 되면 급여명세표를 받는다. 기본급 120만원, 4대 보험 공제, 기타 관리비 등  일반 직장인들이 받는 급여명세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에 불과했다. 120만원으로 되어 있는 기본급은 서류상의 숫자이고 실제로는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는 없다. 관리비 항목에 구성돼 있는 것은 매월 30만씩 납부하는 지입료를 다른 이름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차량 운행에 필요한 유류 구입 비용도 실제로 김 씨가 부담한다. 차량수리 등 운행에 필요한 차량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김 씨의 몫이다. 자동차 보험, 위성 수신기 등 차량에 들어가는 전체 경비는 김 씨가 부담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영수증 처리는 김 씨의 명의가 아닌 B 운수회사의 이름으로 처리한다.

이렇게 김 씨가 운수회사 명의로 처리한 각종 비용과 지입료 3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그가 받을 수 있는 실제수익이다. 10개월 정도를 근무하는 김 씨는 이 기간 동안 40만원에서 200만원을 수익을 올렸다.

불법은 잰 걸음, 단속은 제자리

2011년 충청북도 경찰청은 차량 소유자에게 회사 명의를 빌려주는 지입차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행위에 대한 합동 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도내에 등록된 74개 전세버스 업체 중 64개 업체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사실을 밝혀 내 지입차주 380여명 대부분을 입건했다.

김 씨의 사례와 경찰청의 단속 사례처럼 지입차주는 명백한 불법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사업자가 아닌 자로 하여금 유상이나 무상으로 자동차를 사용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게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지입차주들은 운송사업자가 아닌 자는 자기나 다른 사람명의로 운송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사용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 조항을 위반해 여객운송사업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것은 물론 면허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과 처벌에도 불구하고 전세버스업계의 불법 지입관행은 전혀 개선 되지 않고 있다. 지입차량 운전자 김 씨는 자신이 속해있는 B 운수회사 차량 30여대 중 회사가 소유한 차량은 1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차량은 모두가 불법 지입차량이라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B 운수회사 대표가 운영하는 또 다른 C 운수회사 차량 70여대도 2~3 대를 제외한 나머지 차량도 전체가 불법 지입된 차량이라고 김 씨는 주장했다.

‘충북전세버스운송조합’(이하 운송조합)도 90% 가까이가 불법 지입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에 대해서 부인하지 않았다. 운송조합 관계자는 “충북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공연한 사실이 아니냐”며 “그렇다고 우리가 구체적인 수치가 얼마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대체적인 사실을 시인했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관계기관의 단속은 미미한 실정이다. 불법 지입 차량에 대한 1차 단속권을 가지고 있는 청주시의 최근 적발 실적은 전무하다. 시 교통과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지입 차량을 적발 한 적은 없다”며 “실제 단속을 해도 서류상으론 조건을 갖추어 놓기 때문에 단속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마다 서류상의 형식적인 점검 속에 불법지입 차량은 늘어가지만 행정당국은 사실상 단속의 손길을 놓고 있는 것이다.

한편 청주지역에는 13개 전세버스 업체에  275대의 차량이 등록돼 운행하고 있다. 청원지역에 40여개의 업체가 등록돼 있으며 충북도에는 83개 업체 1700여대의 전세버스 차량이 운행중이다. 전세버스는 개인에게는 면허가 나오지 않으며 10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한 법인에게만 면허가 허용되고 있다.

불법 지입 차량, 여러 사람 속 썩인다.
등록조건 악용 영세지입차주 속수무책, 불법 야간 주차 온상

불법 지입차량이 무한대로 확산되는 사이 영세 지입차주들의 피해 사례도 늘어가고 있다. 차량의 실 소유주는 지입차주이지만 차량의 등록명의는 법인회사로 되어 있는 맹점을 이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입차주 지 모씨는 2009년 (주)○○○투어와 본인이 590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회사가 할부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그랜버드 차량을 구입했다. 지 씨와 회사는 이 차량을 통해 세종시에 있는 모 대학의 통학차량을 운전하는 조건이었다.

2년 정도 시간이 경과 한 2011년 7월1일, 지 씨는 차량을 교체하기 위해 차량 등록소에서 갑부 을부를 발급 받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여수 새마을 금고로 부터 1억2000만원의 담보가 설정되었던 것이다.

지 씨는 사업주에게 전화하여 담보 설정을 해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는 일체의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에 지 씨는 회사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회사의 차량이라는 사업주의 진술을 바탕으로 무혐의로 종결 처리 했다. 지 씨가 부담한 5900만원을 졸지에 잃어버리게 된 경우다.

지 씨 사례처럼 회사 명의로 되어 있는 차량을 이용해 사업주는 각종 대출을 받고 이후 소유권을 회사가 주장하거나 부도나 날 경우 지입차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불법 지입 차량으로 인해 시민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부분의 전세버스 회사들이 명의만 등록해 놓고 지입료를 받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차량 관리에 허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관리 부실로 인해 그만큼 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불법 주차로 인한 교통사고의 위험성과 주민 불편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야간만 되면 주택가 인근에 대규모로 주차된 전세버스를 볼 수 있다. 현행 법에는 지정된 차고지에 입고되어야 하지만 복무 규율이 없고 적발돼도 개인이 책임지는 구조다 보니 불법 야간 주차가 성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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