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취재1팀 기자

청주지역 시내버스 노조의 비리 의혹을 3주 연속으로 다루면서 이런 저런 일을 겪었다. 의혹의 대상으로 지목된 노조에서는 기자의 과거 경력을 인용하며 비난하며 나섰다. 심지어는 특정인의 하수인이 아니냐는 격한 표현까지 동원했다.

한편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주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도 있었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힘내라’며 격려해주고 일부는 문자로 충청리뷰 구독신청서를 보내줬다. 그러나 특별히 기분이 좋거나 혹은 서운하지도 않았다. 다만 과분할 뿐이다. 지난해 6월 노동객원기자로 기사를 쓰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열렬한 관심을 받는 것같아 모든 것이 고마울 뿐이다.

장애인 여중생이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다.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의 학부모를 만났다. 힘들게 설명하는 학부모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이어 해당 학교장을 면담했다. 이 교장선생님은 여러 정황을 확인한 결과 피해를 주장하는 학부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문제는 해당학교장의 그 다음 발언이었다. 이 학교장은 경찰 수사결과 학부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경우 학교에 대한 명예 훼손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며 무죄 확률이 90%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놀라웠다. 학교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이 기이한 주장이 여기서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을 하질 못했다. 더욱이 인터뷰 하는 동안 학부모는 학교가 아이를 성추행 했다는 주장은 일절 없었다. 만약 성추행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어떻게 할까? 말 그대로 교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고 학교는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면 된다. 어떤 상황이라도 학교에서는 학생이 최우선이다.

따지고 보면 학교와 학부모와 학생도 가장 명예로우면서도 기쁠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성추행이 없었다는 사실이 실체적 진실로 밝혀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 학교장은 한발 더 나갔다. 은근히 학생의 과거 이력을 추적해 보라는 암묵적인 제시를 했다. 과거에 이 학부모가 이와 유사한 주장을 펼친 적이 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암시했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학교와 교사를 여러 번 골탕 먹인 상습범이라는 학부모에 대한 적대성의 표시로 보여졌다.

마지막으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를 만났다. 정년을 1년 앞둔 교사는 매우 지쳐 보였다.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 진료를 보고 있으며 1달여의 병가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교사로부터 예상됐던 장면이 나왔다. 바로 해당 학교장이 추적해 보라고 했던 학생의 과거 초등학교 지도교사가 작성한 상담 노트가 그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었다.

이 교사는 이를 근거로 본인의 억울함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라는 특수 관계에 의해 만들어졌을 상담 노트가 왜 하필 이 시점에 그의 손에 있어야 했을 까. 다시 이번 사건을 돌아봐도 모두에게 가장 좋은 일은 성추행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이면 족하다. 한쪽을 죽여야만 사는 전투가 아니다. 특히 학교 입장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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