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지역 출신으로 편중되면 곤란하다”
홍재형 이상훈 이두영 씨 청와대 찾아가 지역정서 전달

4·15 총선을 앞둔 지난 3월말. 홍재형 열린 우리당 의원과 이상훈 전 신행정수도건설추진 충북범도민협의회(행정수도 충북협의회) 의장, 이두영 지방분권 국민운동 공동집행위원장 3인이 청와대를 찾았다. 이들 3인은 탄핵정국 속에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태였던 노무현 대통령 대신 정찬용 인사수석을 면담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들은 왜 당시 청와대를 찾아가 무슨 말을 했던 것일까.

지난해 해체된 신행정수도건설충북범도민협의회 관계자는 “탄핵정국에 총선까지 앞두고 경황이 없었지만 홍재형 의원 등 3명 당시 청와대를 방문하게 된 것은 충북의 지역정서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의제는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된 것이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행정수도추진위원회의 위원장 선임과 관련, 충북의 우려를 전달하려는 목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홍 의원 등 세 명이 청와대를 방문한 시점인 3월말에는 이미 추진위 위원장으로 3명의 인사가 거론되기 시작했고, 이 중에서 전북 우석대 장명수 총장(확인 요)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나돌던 때였다.

김안제 서울대 명예교수와 대전출신인 강용식 한밭대 전 총장이 위원장으로 복수 추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었지만 신행정수도 건설문제를 추진하던 주요 핵심인사들이 모두 전북 인사들인 까닭에 같은 지역 출신인 장 총장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한창 떠돌고 있었다는 것이다.

“충북으로선 가장 두려워하는 행정수도 후보지는 논산과 계룡 아닌가. 그쪽으로 확정될 경우 충북은 그야말로 쭉정이가 된다는 위기감이 컸다. 행정수도 추진 업무와 관련, 주요 위치에 있는 인사가 전북 편중성을 띠고 있는 것이 이 위기감의 실체였다. 잘 보라. 당시 고건 국모총리와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이춘희 신행정수도 추진단장이 모두 전북 출신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장명수 씨가 추진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홍재형 의원 등이 청와대에 가서 정찬용 인사수석에게 전달했다는 ‘의견’이란 바로 이것이었다.

이두영 위원장은 “정 수석에게 충북의 우려와 함께 특정지역 편중 논란이 일 수 있음을 경계했다. 그랬더니 정 인사수석도 “문제가 있다”고 인식을 공유했고 나아가 (충북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김안제 씨가 위원장으로 선임된 것을 보고 정 수석이 그 때의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당시 정 수석에게 특정 인물을 추천하지는 않았다”며 “주요 포스트에 호남 인사들이 중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행동(청와대 방문)이 없었더라면 위원장에 다른 인물이 선정됐을지 모른다는 추정을 아직도 갖고 있다고 했다. 한편 홍재형 의원이 최근 정책위의장에 선출되고 난 후 열린우리당 당직자들과 함께 청와대를 예방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은 그에게 ‘축하한다’ ‘중책을 맡게됐다’는 의례적 말 대신 “신행정수도 이전 문제 잘 돼 갑니다”는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홍재형 정책위 의장 쪽은 “대통령의 인사말씀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며 “3월말 청와대를 방문, 정찬용 인사수석을 면담한 사실을 상기하며 위원장을 비 호남 출신으로 임용한 사실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론적으로 행정수도 문제가 제대로 추진되고 있다는 말씀인 지 중의적으로 해석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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