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시민단체가 겪는 진퇴양난의 고심
“지역주의 배제하며 운동하자니 어렵네”

'시민운동을 하는 처지에서 우리가 그토록 경계했던 지역주의를 자극할 수 없고 그렇다고 결과가 뻔한 상태에서 가만있자니 우려가 현실로 이어질 것 같고.’

지난해 해체했지만 몇몇 인사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신행정수도 유치를 위해 ‘운동’을 벌이고 있는 옛 신행정수도건설추진 충북범도민협의회(행정수도 충북협의회)와 청주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가 요즘 속앓이를 톡톡히 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최근 출범시킨 ‘신행정수도 추진위원회’의 구성 면면과 ‘행정수도 추진단’의 핵심 주요 자리가 호남출신 인맥들로 과점되고 있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처지이지만 이 문제-특정지역 편중인사-를 정면 거론하는 데 자가당착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사는 “현재의 구도대로라면 행정수도 후보지 확정과정에서 충북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예상을 전혀 근거가 없다고 치부할 수만 없지 않느냐”며 “하지만 우리가 이 문제를 정식으로 이슈화할 경우 타당성과는 별개로 ‘지역주의를 자극한다’는 비판에 먼저 봉착할 위험이 클 것이란 우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특히 청주경실련의 경우 총선 이전부터 호남편중 인사문제를 인지하고도 쟁점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렇게 했을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컸던 데다 수도권의 행정수도 이전 반대 여론을 자극, 자칫 국가대사를 무산시킬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주경실련은 행정수도추진위 출범일(5월21일)에 즈음해 발표한 성명서에서 매우 완곡한 표현으로 ‘경고’하는 선에서 자제했다.

“향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균형을 잃거나 정치적 입김에 흔들릴 수 있는 우려를 전혀 배제할 수 없으며…중략…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가 신행정수도건설추진과정을 직접 챙기되 정치적 입김의 작용, 지역 이기주의적 주장이나 집단행동 등으로 추진위원회가 중심을 잃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추진위원들이 출신지역이나 개인의 입장을 떠나 국가발전과 장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적극 점검하여야 한다.”

어휘 하나 하나마다 고심한 흔적이 물씬 풍기는 표현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청주경실련은 “행정수도 후보지 결정이 지역주의나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지역의 정치권과 언론에서 ‘감시견’의 역할을 다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 임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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