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식 한국교통대학교 환경산업정책연구소장

한강수계 내 하류지역에 위치한 서울시와 인천시가 물이용부담금 납부를 거부하면서 한강을 둘러싸고 상하류 지자체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물이용부담금 제도는 1999년 제정된 한강수계 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한강법)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한강수계 내 지자체들의 비약적 산업 발달로 인해 상수원 수질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강 수질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 마련된 것이 한강법이다.

한강법에는 한강 수질보전을 위해 수변구역 설정이나 오염총량제 계획 및 각종 개발제한 조치 등이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하천변이나 일부 상류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본의 아니게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고 이를 보상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기금이 한강수계관리기금이다.

이 기금의 대부분 재원은 하류 지역에 위치한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 주민들이 수돗물에 별도로 부과되는 물이용부담금으로 조성돼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매년 3000억 내외의 기금이 조성돼 하천변 피해 주민들의 주민지원사업이나 수질보전을 위한 토지매수 및 각종 환경사업들이 전개돼 왔다.

그런데 이 기금의 주요 재원인 물이용부담금을 올 초에 인천시와 서울시가 납부를 거부하면서 한강을 둘러싸고 논쟁이 야기됐다. 물이용부담금 거부 움직임은 지난 2011년 서울시와 인천시 의회의원들의 ‘물이용부담금 폐지촉구문’이 발표되면서 예견돼 왔다. 촉구문의 요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약 4조원 가까운 예산이 한강수질개선을 위해 지역 주민들의 혈세에서 지원돼 왔으나 한강의 수질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으므로 물이용부담금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금년 6월중 한강의 수질을 보면 상류지역에 위치한 충주조정지호를 지나면서 BOD 기준 0.6mg/L로 1급수의 수질이 팔당에 이르러 1.3mg/L로 증가하고 다시 서울을 지나면서 노량진 2.8mg/L, 김포 5.1mg/L로 급격히 악화된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유지돼 왔던 결과이고 더욱이 남한강 상류 지역은 다양한 수질개선 사업과 개발행위 제한으로 인해 오히려 매년 수질이 나아지고 있다.

논쟁이 가열되면서 서울시의 요구사항을 환경부가 수용하면서 일부 문제가 해결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논쟁의 자리에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남한강 상류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대변해야 할 충북도는 보이지 않는다. 물이용부담금 제도가 만들어질 때도 경기도나 서울시에 비해 충북도는 전략적 대안이 부족해 지난 10여 년간 경제적 피해 대비 기금수혜를 제대로 못 받아온 게 사실이다.

금번에 불거진 문제에 대해 우리 도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정리된다면 상류 지역의 주민은 직간접적으로 지금보다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논쟁에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그동안 불이익을 조금이나마 보상받고 물이용부담금 제도의 근본취지인 상하류 지역 간 win-win의 기본토대가 마련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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